[시승기] 디 올 뉴 투싼, 외모만큼이나 기능도 '첨단'
터보의 경쾌함과 하이브리드의 알뜰함 동시 충족
지난달 3일 티저 이미지를 시작으로 같은 달 15일 실차가 공개된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SUV '디 올 뉴 투싼'은 단번에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더욱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온 듯 현실 세계의 자동차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포스를 풍긴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외모가 비범하면 그 안에 담긴 실력에 대한 기대도 커진다. 지난 21일 시승해본 디 올 뉴 투싼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승 차량은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이었으며, 코스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서 이천시 마장면 지산포레스트 리조트까지 왕복 약 60km 구간으로,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일부 국도 구간이 포함됐다.
신형 투싼의 디자인은 현대차 역대 SUV 라인업 중 최고 수작으로 꼽을만 하다. 신형 그랜저와 아반떼에서 선보인 파아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변화무쌍한 형상을 모습을 보여준다.
부메랑 모양의 주간주행등은 시동을 멈춘 상태에서는 그릴의 한 부분으로 숨어있다가 시동을 켜면 드러난다. 이른바 '히든 라이팅'이다. 이 두 가지 모습은 마치 서로 다른 차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릴 중앙 상단에 위치한 현대차 엠블럼을 굳이 크롬 처리로 튀게 만들지 않고 그릴과 같은 유광 블랙으로 처리한 것도 잘한 결정인 듯 하다.
측면은 아반떼에서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던 예리하고 과감한 다이아몬드 형상의 캐릭터 라인으로 장식됐다.
운전석에 앉아서 보는 모습은 더욱 첨단 이미지다. 도어로부터 대시보드까지 끊김 없이 이어지는 곡선 라인은 부드럽게 운전자를 감싸주며, 그 정점에는 마치 별개의 대형 태블릿 PC를 통째로 얹은 듯한 모습의 센터페시아가 자리한다.
일체형 센터페시아는 내비게이션과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하는 디스플레이는 물론, 공조, 오디오 등 각종 버튼들까지 모두 정전식 터치 방식으로 작동된다.
계기판 기능을 하는 10.25인치 풀 컬러 오픈형 클러스터 역시 핸들 앞에 태블릿 PC처럼 얹혀 있다. 테두리(클러스터 허브)가 없는 개방형이라 디자인적으로는 물론, 시인성 측면에서도 탁월하다.
테두리가 없어 빛 반사로 불편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였다. 회사측은 스크린에 특수 필름을 붙여 빛 반사를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운전자가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작동하는 감성 공조 시스템도 신형 투싼의 첨단 이미지에 걸맞은 실내 환경을 제공한다. 현대·기아차의 다른 차들에 달린 공기청정 시스템과 달리 신형 투싼의 시스템은 센서가 차량 안의 공기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미세먼지 수준을 숫자로 표시해주며, 알아서 공기 청정 모드를 작동시킨다.
미래에서 온(?) 차답게 말도 잘 알아듣는다. 음성인식 기능으로 창문을 여닫거나 내비게이션을 제어하는 것은 물론, 공조장치, 열선·통풍시트도 조절할 수 있다. 주요 뉴스 브리핑이나 날씨예보, 근처 맛집 찾기, 심지어 오늘의 운세까지 시키는 대로 척척 답을 준다.
터보차저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결합된 파워트레인은 달리는 재미와 연비 절감의 효과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주행보드는 에코, 스포츠, 스마트의 3단계로 단출하지만 에코와 스포츠의 주행 감각 차이가 확연하다.
에코 모드에서는 전형적인 저배기량 하이브리드카의 느낌이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로만 바퀴를 굴려가며 연료 소모를 억제한다. 속도를 높이면 엔진이 개입하고, 짧은 시간에 더 큰 힘을 요구하면 엔진과 모터가 함께 돌지만 반응이 아주 빠르지는 않다.
감속을 하거나 고속도로에서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면 배터리가 충전된다. 배터리 잔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정지 상태에서도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런 모든 과정이 클러스터에 에너지 흐름도로 나타난다.
에코 모드로만 조심조심 주행하면 연비는 20km/ℓ를 넘나든다. 뻥 뚫린 도로에서 정속으로 주행할 때보다 정체 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 연비가 더 좋은 건 하이브리드카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스포츠 모드로 변환하면 이전까지 하늘색이던 클러스터의 색깔이 붉은색으로 변하며 차의 성격도 달라진다. 터보차저를 이식받은 차답게 가속페달을 밟는 족족 엔진이 쾌활한 소리를 내며 튀어나간다.
투싼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터보 엔진만으로도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 토크 27kgf·m를 낸다. 여기에 전기모터까지 더해진 시스템 최고 출력은 230마력에 달한다. 어디 가서도 허약하단 소리 듣지 않을 수준이다.
현대차가 자랑하는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 HTRIC는 회전 구간에서 균형을 잘 잡아준다. 차체 크기에 따른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상위 차급인 싼타페보다 핸들을 돌리는 재미가 좋다. 전체적으로 벨트를 단단하게 조인 느낌이다.
다만, 스포츠 모드 상태에서 마구 밟아대면 연비는 급격히 떨어진다. 20km/ℓ 이상이었던 연비가 스포츠 모드로 10여분간 급가속을 즐긴 대가로 16.7km/ℓ까지 내려앉았다. 그래도 전체 평균으로는 나쁘지 않은 연비다. 참고로 신형 투싼 하이브리드 빌트인캠 장착 모델의 정부 신고연비는 복합 기준 15.8km/ℓ다.
실내공간 구성도 훌륭하다. 이전보다 차체가 커지면서 2열 후방 공간이 확연히 넓어졌다. 2열까지 승객이 탑승하고도 뒤에 충분한 짐을 실을 공간이 제공된다. 요즘 소형 SUV들 중 덩치를 키운 녀석들이 여럿 등장했지만 신형 투싼과는 상대가 안 된다.
2열 좌석을 접으면 완전히 평평한 공간이 펼쳐진다. 요즘 유행하는 차박을 하거나 TV 광고에서처럼 영화관람, 혹은 요가를 하기에도 충분한 공간이다. 원터치로 2열 좌석이 접히는 것도 편리하다.
보통 접히는 좌석은 불편하게 마련이지만 신형 투싼의 2열 좌석은 그 위에 앉는 이들도 충분히 배려했다. 착좌면의 앞뒤 폭도 넓고 푹신하며 등받이도 뒤로 많이 젖힐 수 있다.
소형 SUV가 개인용이라면 준중형 SUV부터는 가족용, 즉 패밀리카의 용도까지 감당해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그 정도 비용 지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신형 투싼은 개인용이나 패밀리카나 모든 용도에 적합해 보인다. 시내 출퇴근길을 달리건, 가족을 태우고 이동하건, 산에 올라 차박을 즐기건 모든 역할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차다.
이날 시승한 신형 투싼 하이브리드 가격은 트림별로 2857만~3467만원이다. 하이브리드 세제혜택 및 개별소비세 3.5%를 반영한 가격이다. 투싼 1.6 가솔린 터보 모델은 2435만~3155만원, 2.0 디젤 모델은 2626만~3346만원이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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