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실거래가 12.3%뛰었는데, 정부 공식변동률은 고작 1.63%[부동산360]

2020. 10. 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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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감정원 시세 비교해 보니..
실거래가와 시세 변동률 격차 8배 이상
매년 실거래가격과 시세 변동률 격차 벌어져
"정부 공식 통계, 현실 반영 못해"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정부가 대출과 세금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6·17부동산대책’과, ‘7·10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7월 아파트 실거래가는 평균 5.26%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8월에도 상승세가 이어져 3.38%(잠정)나 뛰었다. 이는 올해 서울 아파트 월간 실거래가 평균 변동률(1.69%)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역대 가장 강력하다는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실거래가가 전례 없이 급등한 셈이다.

하지만 이 시기 정부가 공식 통계로 삼는 한국감정원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흐름은 달랐다. 7월 1.12%, 8월 0.55%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자료를 근거로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헤럴드경제가 실제 거래된 집값으로 작성되는 ‘실거래가격지수’(이하 실거래가)와, 표본주택을 선정해 시세 변동률을 조사해 발표하는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이하 시세) 자료를 비교한 결과, 둘 사이 월간 및 연간 변동률 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래가는 10% 이상 고공행진 하는데, 정부 공식 집값 통계에선 1~2% 수준의 변동률만 기록돼 실거래가와 시세 간 차이가 계속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실거래가 10% 올랐는데, “시장 안정됐다”= 실거래가격지수도 한국감정원이 작성하는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 거래돼 지자체에 신고된 주택 거래 건을 모두 계약일 기준으로 집계하는 방식이어서 표본조사를 통해 작성하는 시세와는 완전히 다른 통계다. 이 지수는 매월 15일 발표하며, 현재 7월 계약건(8월 계약 건은 잠정치로 공개)까지 최종 집계됐다.

실거래가 흐름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값은 누적으로 12.3% 뛰었다. 같은 시기 한국감정원 시세 변동률로는 서울 아파트값이 1.6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와 시세 변동률 격차는 최근 계속 벌어졌다. 2015년 연간 실거래가 변동률(8.1%)과 시세 변동률(6.71%) 차이는 1.39%포인트(p) 수준이었다. 2016년엔 이 차이가 3.75%p(실거래가 7.0%, 시세 3.25%)로 커졌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엔 5.11%p(실거래가 9.8%, 시세 4.69%)로 더 벌어졌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뛴 2018년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무려 17.8%나 올랐는데, 시세 변동률은 겨우 8.03%만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거래가와 시세 변동률 차이는 9.77%p로 더 커졌다. 지난해엔 실거래가는 9.5%나 올랐는데, 시세로는 겨우 1.1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거래가와 시세 변동률의 격차가 무려 8배 이상이나 됐다.

이명수 리얼앤택스 대표는 “실거래가 변동률과 정부 통계간 격차가 계속 커진다는 건 정부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시장에선 집값이 폭등한다며 ‘패닉바잉’이 나타날 정도인데, 정부에선 공식 시세 통계를 언급하며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했던 시기에 실제 서울 주택시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밀집지역 앞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헤럴드경제DB]

▶강남보단, 도·노·강, 금·관·구 실거래값 상승폭 가장 커= 일각에선 강남 등 고가 주택 밀집지역에서 거래가 많아 실거래가 상승폭이 시세보다 큰 것으로 집계된다고 설명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아니다.

1~7월 서울 구역별 아파트 실거래가 변동률을 보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동북권으로 17.2%나 뛰었다. 동북권은 흔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성북구, 중랑구 등이 포함된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지역으로 평가되는 곳이다. 두 번째로 서울에서 실거래가 많이 오른 지역은 서남권(12.1%)이다.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가 속한 곳이다. 역시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뒤로 서북권(10.5%), 동남권(7.4%), 도심권(7.0%) 등이 따랐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가 속한 동남권 아파트 실거래값 변동률은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교수는 “정부 규제를 피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를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거래에 적극 나서면서 서울에서 그동안 저평가 된 지역 실거래가가 많이 오른 것”이라며 “강남권은 고가 주택이 많아 각종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기 때문에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상승세를 주도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 공식 통계인 시세 변동률의 신뢰성은 계속 의심 받는 상황이다. 시세는 일반적으로 호가가 반영돼 실거래가 변동률보다 높게 형성되는데, 최근엔 실거래가가 시세보다 훨씬 많이 오르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올 7월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55.6% 뛰었는데, 같은 시기 한국감정원 집계 시세 변동률은 15.08% 상승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감정원 시세는 전국 2만8360개 표본주택(아파트 1만7190채·연립주택 6350채·단독주택 4820채)을 지정해, 조사원이 호가·실거래가 등을 고려해 작성하는 것이다. 한국감정원 직원이 표본주택을 정해 시세를 작성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이 반영된다는 비판을 받는 게 사실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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