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버스' 탓에 1억 손해..금호고속, 영광군에 보상 요구

진창일 2020. 9. 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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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복지 차원 1000원 버스 운행
금호고속 "승객 줄어 수익 급감"
군 "중복 보상 등 따져 봐야" 난색

일부 농어촌 지방자치단체가 교통복지 일환으로 ‘1000원 버스’를 시행 중인 가운데 전남 영광에서 버스요금 인하 여파로 버스회사와 지자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버스회사 측은 1000원 버스 도입 후 수익이 줄어들자 해당 노선의 버스 운행 횟수까지 줄이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2일 영광군 등에 따르면 금호고속은 “영광군의 1000원 버스 시행에 따른 시외버스 노선 수익 감소분을 보상해달라”고 영광군 측에 요청했다. 영광군이 지난해 1월부터 영광지역을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요금을 성인 기준 1000원으로 낮추는 단일요금제를 시행한 데 대한 보상 요구다.

지난 16일 전남 영광군 시외버스 터미널과 광주광역시를 오가는 시외버스를 직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이 노선은 ‘1000원 버스’ 시행 뒤 수익이 감소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1000원 버스는 김준성 영광군수의 대표 공약 중 하나다. 영광 외에도 농어촌 특성상 고령자가 많고, 이동 거리가 먼 전국 상당수 농어촌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요금을 낮추는 1000원 버스·택시 등을 시행하고 있다.

1000원 버스가 시행되기 전 영광지역 버스요금은 기본 1300원에서 1㎞당 116원의 초과 운임이 책정돼 최고 3000원을 받았다. 금호고속이 수익 감소 문제를 제기한 시외버스 노선은 광주광역시에서 출발해 영광~법성~홍농까지 가는 직행 구간이다. 금호고속 측은 법성~홍농 구간만 이용할 때 요금을 2200원으로 책정했는데 1000원 버스를 시행한 후 수익이 급감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영광군 측은 금호고속의 요청을 받은 후 1000원 버스 시행 전인 2018년과 지난해의 수익 변화를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영광군 분석 결과 법성~홍농 구간에서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의 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호고속은 광주와 영광을 오가는 직행 시외버스 노선을 주중 31회, 주말 35회 운영한다. 하지만 세부 운행 구간을 따져보면 금호고속은 1000원 버스 시행 후 탑승객이 줄어든 법성~홍농 구간 운행 횟수를 지난해 5월 1일부터 11회 줄였다.

1000원 버스 도입 후 주민들의 지역 내 교통 여건은 나아졌지만, 타 시·군을 오가는 노선은 운행 횟수가 줄어드는 등 역효과도 나타났다. 영광군 관계자는 “버스요금을 낮추기 전에는 직행 버스를 이용하는 군민들의 수요가 있었지만, 1000원 버스 시행 후엔 돈을 아끼기 위해 좀 느리더라도 농어촌 버스를 이용하는 군민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영광군은 금호고속의 수익 감소분 보상 요청을 놓고 검토를 거듭하고 있지만 현실상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초 영광군은 농어촌 버스를 운행하는 지역 버스업체의 손실분을 보상해주는 조건으로 1000원 버스를 시행했다. 하지만 금호고속의 경우 영광군 내에 위치한 사업체가 아니어서 예산 투입 근거가 없다는 게 영광군 측의 설명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금호고속이 수익성이 부족한 전남지역 노선을 운행하면서 전남도 측에서 수익 감소 보상을 받고 있어서 중복 보상인지 등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다.

금호고속이 전남 지자체로부터 손실보상금을 받는 곳은 전남 신안군이 있다. 서울 남부고속터미널에서 신안 암태도까지 운행하는 노선으로 신안군이 시외버스 운행 손해를 군비로 보전하는 조건의 협약을 금호고속과 맺으면서 이뤄졌다. 이 노선은 지난해 4월 개통 뒤 4개월 만에 2억6000만원의 손해가 발생했고, 신안군이 같은 해 상반기 손실보상금으로 1억5300만원을 금호고속에 지급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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