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엔 반드시, 신박한 정리와 수납_선배's 어드바이스 #31
매주 월요일 tvN 〈신박한 정리〉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미니멀리스트 신애라를 비롯, 맥시멀리스트 박나래, ‘정리 꿈나무’ 윤균상과 정리정돈 전문가가 유명인의 문제적 집에 출동해 열 시간 넘게 비우고 정리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치 거룩한 의식을 치르듯, 출연자는 물건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 감정을 토해 내고 마침내 버리기를 결정한다. 최선을 다한 삶이 박물관이 되어 버린 아나운서 오정연과 세 아이 육아에 치어 태초의 카오스 속에 눈물짓던 개그맨 정주리가 치유 받았다. 공통점은 집이 얼마나 크던 끌어안고 사는 물건 더미는 천장을 뚫고 나갈 듯한 동산 크기란 것이다. 또 스스로는 무엇을 버려야 할지 모르겠다지만 남이 보기엔 대부분 오래전 쓸모를 잃은 물건들이다.맥시멀리트를 핑계 삼는 내가 언뜻 봐도 처분할 물건이 반 이상 되는데, 신애라 멘토나 정리정돈 컨설턴트들 눈엔 얼마나 잘 보일까? 참고로 정리정돈 컨설팅은 22개국에서 4천여 명이 국제 협회에 등록된 전문가 영역이라고 한다.
고치려고 했는데 오랫동안 하지 않은 가전제품과 옷, 액세서리 등 하염없이 결정을 보류했던 물건들이 그다음 난제다. 며칠 안에 수선집, A/S 센터를 찾아가 확실히 고칠 것인가를 자문해 당장 결단을 내리자.예를 들어 배터리 수명이 다 된 핸디 진공청소기처럼 주요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 물건은 비용이 얼마나 들지, 어디서 최대한 빨리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사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많은데 중고 시장에 팔거나 ‘나눔’ 했을 때 가져갈 것 같으면 그렇게 하고 아니면 폐가전제품 처리 지침대로 떠나보내자. 나사, 단추, 보증서, 배터리, 상자 등 물건을 사면 딸려 오는 각종 부속품들은 본체가 사라질 때 순장돼야 할 운명이다. 나 역시 옷에 딸려 온 여분 단추와 천 조각, 실 등이 여럿 있는데, 어느 날 정신 차리고 보면 옷은 예전에 처분했는데도 부속품만 마치 원귀처럼 남아 있기도 하다. 한국인 하면 무기한에 가까운 식품 저장 애호가들이다. 몇 년을 먹어야 끝날지 모를 각종 청과 잼, 장, 산후조리 몇 번을 한대도 다 못 먹을 마른미역 등 건조식품이 대표적인데, 이듬해 새로 사는 것보다 부동산과 전기요금 등 보관 비용이 더 드니 아낌없이 주위 사람들과 나누자.
침대 아래에 공간이 있으면 다른 계절용 침구는 이불장에 보관하더라도 지금 쓰는 걸 교체할 시트, 베개 커버, 이불 커버 한 세트는 거기 보관한다. 많이 움직이지 않고 바로 꺼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찬가지로 세안 후 바로 쓸 미스트나 토너, 가능하면 화장 솜, 보습제까지도 세면대 근처에 둔다. 물기가 마르기 전 바르면 피부가 더 촉촉해진다. 단, 세균이 번식하기 쉬우니 항상 욕실을 환기하고 건조하게 유지할 것. 차 열쇠, 마스크, 옷 살균 스프레이 등 매일 갖고 나가거나 들어오자 마자 써야 되는 물건은 현관 근처에 둔다.
공간이 많이 낭비되는 대표적 장소가 신발장. 구두는 입체라 코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해 아래위로 겹쳐 넣으면 거의 두 배는 들어간다. 당장 신을 구두만 현관에 꺼내 둔다. 싱크대처럼 깊거나 높은 수납장엔 손잡이 달린 투명 바구니가 좋다. 꺼낼 땐 쏟아지지 않고 깊숙한 곳까지 꽉 채울 수 있다. 냉장고는 70%만 채워야 냉기가 골고루 전달돼 식품이 신선하고 전기료도 덜 든다. 각종 양념처럼 자잘한 병들은 얕은 쟁반형 수납 도구에 모아 둬서 한 번에 꺼내 볼 수 있게 한다. 책장은 꽉 채운 구간이 있으면 텅 비운 부분도 있어야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에드워드 호퍼가 그린 실내의 공통점은 마치 곧 떠날 것처럼, 또는 이미 떠난 자의 공간처럼 잡동사니가 없다는 것이다. 화려하지만 경건한 아름다움이 거기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비웠으면 같은 물건 양을 유지하기로 자신과 약속해 보자. 예를 들어 새 향초를 하나 들이려면 그만한 부피 다른 물건 하나를 내보내는 것이다. 보낼 만한 것이 없으면 사지도 않는다. 〈뉴욕 타임즈〉 지 조사에 따르면 대표적 친환경 제품인 에코백도 131회 이상 써야 플라스틱 봉지보다 환경 악영향이 적다고 한다. 텀블러는 30회 써야 겨우 종이컵의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적어진다. 일 인당 하나씩만 남기고 남들과 나누며, 더 이상 들이지 않는 게 최선의 환경 운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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