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들춰보기] 뇌물과 암살, 저도 해봤습니다..'크루세이더 킹즈3'

강한결 2020. 9. 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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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세이더 킹즈3'. 사진=에이치투 인터렉티브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유로파 유니버스', '문명', '토탈 워'. 역사 기반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타임머신이라고 불리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 부분의 '끝판왕' 격인 게임이 있다. 바로 파라독스 인터렉티브사에서 출시된 '크루세이더 킹즈'다.

지난 2일 '크루세이더 킹즈'의 신작 '크루세이더 킹즈3'가 정식 출시됐다. 특히 이번에는 정식으로 한글판 버전이 출시돼 많은 유저를 설레게 만들었다. 중세를 배경으로 한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귀족 가문을 이끌고 역사를 헤쳐 나가며 영지를 다스리고 제국과 혈통을 관리할 수 있다. 문화, 종교, 군사 작전 등 종합적인 요소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세계 정복을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하지만 '크루세이더 킹즈'가 차별화된 요소는 따로 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가문을 번영시키고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해 모함, 불륜, 전쟁, 정략결혼은 물론이고 근친, 패륜, 대규모 숙청까지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크루세이더 킹즈'는 '중세판 심즈', '매운맛 심즈'라는 별칭이 있다. 

아일랜드 왕조를 이끄는 달 카스 가문의 가계도.

▶ 전작보다 쉬워진 난이도...'뉴비'가 입문하기에도 제격

'크루세이더 킹즈'는 세밀한 영지 운영 시스템과 권력다툼 구현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시리즈다. 친가족도 암살하는 등 '막장 플레이'가 유머 소재로 쓰이기도 했다. 다만 공식적으로 한글패치를 지원한 것이 아니고, 다소 불친절한 게임 구조로 진입장벽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기자는 친구에게 '크루세이더 킹즈'가 하드한 '문명 시리즈'라는 이야기를 듣고 혹해 스팀에서 정발판을 구매했지만, DLC 버전만 10가지 넘는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우선 본편 먼저 해보고 판단하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영어의 압박에 무너지고 말았다. 후일 친구의 도움으로 한글패치를 받았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난이도로 멸문지화를 피하지 못하고 게임을 접은 아픈 기억이 있다.

하지만 3편부터는 정식 한글화가 진행돼 게임 플레이가 한층 수월해졌다. 또한 툴팁과 시스템도 한층 더 직관적으로 변했다. 초반 아일랜드의 소왕 무르하드로 진행되는 튜토리얼만 따른다면 충분히 플레이 할 수 있다. 물론 처음 도전은 쉬움 난이도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자는 튜토리얼이 끝난 후 계속해서 3대까지 가문을 이어갔다. 3대째에 아일랜드를 통일했는데, 말 그대로 엄청난 감동을 느꼈다. 다른 영주의 침략과 친족의 반란이 있었지만, 난관을 모두 해결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뉴비인 기자도 충분히 해낸 만큼 초심자도 '크루세이더 킹즈3'를 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3대째 아일랜드를 통일한 달 카스 가문.

▶ 다섯 가지 특성 골라 콘셉트도 내 맘대로

'크루세이더 킹즈3'에는 다섯 가지 인생관이 있다. 관리, 전투, 외교, 계책, 학습 등 5가지다. 인생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플레이 방향성도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먼저 관리는 지도자로서 영지를 운영하기 위한 특화 능력이라 볼 수 있다. 조금 더 수월하게 세금을 걷는다거나, 봉토에 있는 건물을 짓는데 시간이 줄어드는 등의 이점이 있다.

전투는 정복군주를 위한 이들이 선호할 특성인데, 직관적으로 전쟁에 도움이 되는 특성이 몰려있다. 예를 들어 부대의 보급능력이 증가한다거나, 특정 지역에서의 전술이해도가 높아지는 등 특성이 포함돼있다. 기자의 경우 첫 회차 당시 초대 영주에게 이 특성을 부여했다. 초반부부터 전투에서 강력함을 뿜어내면서 기반을 다지는데 성공했다.

외교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능력이 포함됐다. 또한 외교 인생관에는 가문의 위신을 높여 왕권을 강화할 수 있는 '위엄' 특성이 있다.   

계책 인생관은 모략, 배신, 음모, 치정 등의 플레이를 위해 최적화된 특성이다. 이 인생관을 선택하면 모략과 체제전복 등의 계략을 수월히 사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대 영주를 암살해 후계자 상속에 끼어들 수도 있고, 나의 왕권에 위협되는 경쟁자를 제거할 수도 있다. 계책 안에 있는 유혹자 테크트리를 타게되면, 이성을 마음껏 홀리는 '카사노바'식 플레이도 가능하다. 

학습 인생관을 선택했을 경우 캐릭터의 능력치를 올리기 수월해진다. 또한 신체의 비밀을 탐닉하면 건강해지는 비결을 알게 되고, 학문에 초점을 맞추면 자기계발 능력이 향상된다. 신학자 테크트리를 탄다면, 종교력을 바탕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기자는 현재까지 외교, 전투, 관리, 계책 인생관을 선택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계책을 고른 2대 군주인데, 후계자가 안정적으로 권력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주변 인물을 숙청하고, 협박과 고문을 일삼았다. 왜 조선의 태종 이방원이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조금은 납득할 수 있었다.

태종 이방원의 마음가짐으로 온갖 모략을 시도한 기자.

▶ '크루세이더 킹즈', 더욱 막장처럼 즐기는 법

'아들 3명이 멍청이인데 다 죽여버릴까요', '아버지가 죽질 않아요', '아들이 새엄마와 바람이 났어요', '자식 3명이 알고보니 제 핏줄이 아니랍니다'. 말만 들어도 아찔한 내용의 글들은 '크루세이더 킹즈'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현대인들의 가치관으로 봤을 이러한 내용은 도덕적 문제를 넘어 범죄의 소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이 게임의 시대적 배경은 암투와 모략이 넘쳐나는 중세시대라는 점을 말이다. 물론 꼭 이런 식으로 게임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왕 '크루세이더 킹즈'를 플레이한다면 이런 플레이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우선 기자가 해본 플레이에 대해 말해보겠다. 아일랜드의 한 영주를 골랐다. 1대 영주로는 다른 영지를 정복하기 위해 전투 위주로 게임을 진행했다. 막장 플레이의 시작은 2대 군주부터 시작됐다. 아일랜드 통일을 눈앞에 앞두고 있는 시점에 사촌형제인 옆 지역 영주의 세력이 매우 막강했다. 동맹도 탄탄했고, 군사력도 뛰어났다.

기자는 2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사촌형제이자 옆 지역 영주를 암살하려 했다. 혼자서는 계략을 실행하기 힘들기 위해, 뇌물을 써서 주변인을 포섭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합류한 것은 이 영주의 두 번째 부인이었다. 이 여성은 남편이 바람을 폈다는 사실에 분노해 암살 계획에 동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독거미를 사용해 사촌이자 경쟁자를 제거했다. 갑작스럽게 영주가 사망하자 후계자 문제로 혼란에 빠진 영지를 공격해 아일랜드를 통일할 수 있었다.

두 번째 막장 플레이는 3대 군주인 여왕으로 진행됐다. 천재 혈통을 타고 나서 무조건 후계자로 점찍어 놓은 인물이기도 했다. 다만 아무리 능력이 좋다해도 '크루세이더 킹즈' 세계에서 여성 군주를 플레이 할 때는 여러가지 애로사항이 있다. 우선 시대가 중세인만큼 남성우월주의가 자리잡은 상황이기에 여성 군주는 언제나 도전을 받는다. 

가족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사촌 형제, 삼촌은 매우 위험한 경쟁자다. 이들은 장자 상속, 서열 우선 상속 등 다양한 명분을 가지고 왕위를 요구한다. 기자는 이들이 파벌을 만드는 것을 확인하고 명분을 모으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이 파벌의 우두머리 격인 삼촌을 암살로 제거한 것이다. 적어도 이 게임을 하면서는 계유정난의 재림의 보고 싶지 않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절차는 매우 신속했다.

하지만 이 파벌은 구심점이 사라졌어도 남아있었다. 암살당한 삼촌의 어린 아들을 정통 상속자로 내세운 친지들은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 어렵게 반란을 진압한 이후에는 고모, 삼촌, 사촌, 이복형제를 모두 감옥에 가뒀다. 직접 처형하면, 신하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기에 지하감옥에 이들을 가두고 죽을 때까지 풀어주지 않았다. 손에 많은 피를 묻혔지만, 왕권을 강화할 수 있었다.

어쩌다 보니 간통자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 '크루세이더 킹즈'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크루세이더 킹즈3'는 진입 장벽도 낮아졌고, 정식으로 한글판도 출시됐다. 해보고 싶었지만, 엄두가 안 나는 게이머들이 접해보기에 매우 좋은 기회다.

만약 자신이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선호한다면 '크루세이더 킹즈3'을 꼭 해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문명', '토탈 워'와 같은 게임을 선호한 게이머들에게는 제격인 게임이다. 

기자는 수능을 100일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때도 '문명5' 신작을 매우 열심히 했을 정도로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한다. 하지만 항상 '조금 더 하드한 요소가 있다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만약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다면 꼭 '크루세이더 킹즈3'를 해보길 바란다.

또한 세계사를 좋아하고, 특히 중세시대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게이머에게도 강력히 추천한다. 역사를 통해 배웠던 '카롤링거 왕조', '프랑크 왕국', '신성로마제국', '비잔티움 제국' 등 다양한 왕국을 부흥시키는 재미가 뛰어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어려운 상황, '크루세이더 킹즈3'로 '시간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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