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도 몰라? 파업중단 외친 '일하는전공의' 수상한 정체
‘일하는전공의’ 운영자가 의사가 아니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하는전공의는 페이스북 계정이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방침 등에 맞서 전공·전임의가 집단휴진(파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지난 29일 ‘이정도면 됐다’며 파업중단을 촉구하는 글을 써 주목받았다.
일하는전공의는 “(의대정원 확대 등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정책에 있어 의사들 생각이 중요한 건 맞다”며 “그렇지만 13만 의사들의 의견이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옳은가”라고 소신 발언을 썼다. 이후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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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제보
하지만 정작 일하는전공의와 메신저로 대화에 나선 전공의 등은 기본적인 의학용어를 모르는 데다 심지어 중국식 표현까지 쓰고 있다고 그의 정체를 의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 관련 제보가 쏟아졌다. 이와 관련, 일하는전공의는 한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전공의가 맞다고 주장했다. 의사면허증도 공개했다고 한다.
31일 대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일하는전공의’ 운영자는 정형외과를 전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손(의학용어 수부)에 대한 기초 해부학적 지식을 묻는 말에 계속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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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과 1학년이면 알 문제를 모른다?
‘호시탐탐’(H·C·T·Tm) 관련해서다. 호시탐탐은 손바닥에 자리한 4개 뼈를 일컫는 용어다. 의과대학 시험 단골로 출제문제라 외우기 쉽게 앞글자만 딴 것이다. H·C·T·Tm 즉, 호시탐탐은 Hamate(유구골·갈고리 모양의 손목뼈), Capitate(소두골) 등이다.
하지만 한 전공의가 메시지로 호시탐탐을 묻자 ‘일하는전공의’ 운영자는 “해부학 배운지 오래인데”라며 오히려 “알려주세요”라고 말한다. 현직 의사는 이에 대해 “(호시탐탐은) 본과 1학년 시험에 무조건 나온다”며 “정형외과가 아니어도 의대만 다니면 모를 수가 없는 줄임말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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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탈 사인이 '인성? 존중?'
또 ‘일하는전공의’ 운영자는 혈압과 맥박·호흡·체온 등을 의미하는 생체활력징후인 바이탈 사인(vital sign)에 대해서도 엉뚱한 답을 내놨다. 바이탈 사인은 흔히 ‘V/S’로 줄여 쓴다. 하지만 일하는전공의는 혈압·맥박 등으로 대답하지 못했고, “인성·생각·존중·마음”이라고 답했다.
특히 ‘일하는전공의’ 운영자는 대화에 중국식 표현을 썼다. 한 전공의가 “글 내용이 전혀 병원에서 근무한 사람이 썼을 것 같지 않은 단어가 많다”고 하자 그는 “정말 (병원에서) 근무한 사람이 적었는지 회의한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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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한다는 중국식 표현으로 써
하지만 ‘회의하다’라는 표현은 ‘회의(怀疑)’로 우리말의 ‘의심하다’와 같다. 그러자 이 전공의는 번역프로그램을 이용했냐고 물었고, 일하는전공의 운영자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의협 김대하 대변인은 “제보 내용에 따르면 전공의, 의사는 물론 한국인도 아닐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누군가 전공의 단체행동에 대한 국민 여론을 조작하려 전공의를 사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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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만일 여론조작이면 매우 충격적"
이어 김 대변인은 “(만일) 의료계의 정당한 주장을 폄훼하기 위해 누군가에 의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면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30일부터 이러한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되자 ‘일하는전공의 페이지’ 운영자는 나는 개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 북한 지도자에 대한 욕설도 함께 썼다. 또 당분간 쉬겠다는 내용도 올렸다. 일하는전공의 페이지는 현재 검색되지 않는다.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는 ‘일하는전공의’ 운영자의 입장을 듣기 위해 메신저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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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전공의 측, "전공의 맞다" 주장
이날 오후 연합뉴스는 자신을 ‘일하는전공의’ 운영자로 소개한 전공의와 화상 인터뷰를 했다. 이 전공의는 ‘V/S’(바이털 사인)와 관련해 엉뚱한 대답을 한 이유로 “의사를 사칭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검색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이라며 “신상털이 등 공격 의도를 갖고 메시지를 보내오는 사람을 반박하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공의는 중국식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는 “전공의 사회가 워낙 좁아 말투가 티 나지 않게 하려고 번역기처럼 답했다”고 해명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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