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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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향숙 기자]
▲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다. |
ⓒ pixabay |
나와는 무관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 3월, 한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언니, 사회복지사 있으니, 요양보호사 공부 같이 하세요. 형부도 아프고 친정엄마도 연로해지니, 언니도 공부하면 좋을 것 같아요.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언제 어떤 일이 소용될지." 선뜻 그 말에 동감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원경기가 감소세이다 보니, 마음이 늘 불안했었다. 뭔가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아픈 남편이 일터로 나갈 수도 없었다. 아이 둘은 이제 대학생 되었고, 앞으로 들어갈 돈은 만만찮은데. 지금부터라도 내 능력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거리를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이 요동을 쳤다. 그래서 2개월간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현장실습과 자격시험을 기다렸다.
작년까지 학생들과 함께 요양병원 봉사활동을 5년 동안 했지만, 병원 내에 있는 분들의 직위나 자격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모두가 의사 선생님, 간호사님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병원 내의 상당수가 요양보호사라는 자격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학생들이 노인들의 손과 발을 마사지할 때나, 어깨를 주무를 때도 옆에 서서 학생들도 격려하고, 노인들의 마음도 지지해주던 그분들이 요양보호사였다. 그 외에도 수많은 형태의 역할을 하며, 병원과 가정, 노인복지관을 포함한 많은 노인 관련 장소에서 요양보호사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어린이 인구 감소세로 기초 교육의 산실이었던 유치원, 어린이집이 어느새 노인복지센터로 변경되어 알고 지낸 원장과 선생들이 이미 그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다.
돌봄을 할 것인가, 받을 것인가
얼마 전,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일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상반기에 있을 시험이 몇 번 취소되고 오늘에야 시행하게 되어서 응시자들이 대거 몰렸다고 했다. 방역 지침대로 사람 사이의 거리를 유지했다. 마스크와 소독제 사용은 물론이고, 혹여나 집단모임에서 무슨 일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조심해야 된다"고 웅성거렸다. 검사를 마치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90분 동안 풀어야 할 80문항의 시험지를 받기 전,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험실에 들어온 사람 중 절반 이상이 내 나이를 넘어 선 듯한 외모였고 의외로 남자분들이 몇 명 있었다. 불현듯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요양보호사를 할 것인가, 요양보호를 받을 것인가.' 갑자기 세상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요양보호를 하든, 받든 분명한 것은 우리 세상이 늙어가고 있구나.
며칠 전 뉴스에서 정부가 올 하반기 경로우대제도 개편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현재 적용되는 노인 연령시작점과 그에 따른 각종 혜택에 여러 문제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올해를 고령화사회, 2025년을 초고령사회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급속도로 초고령사회의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백세를 지향하는 삶의 궤도에 올라서길 희망하는 요즘, 우리 사회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로 정해놨다. 직장에서의 은퇴시기, 대중교통 이용 할인 혜택, 공공시설의 무료 이용 등의 경로우대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나이다. 그런데 노인 인구의 증가로 경로우대 혜택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 나이 기준점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사회학자도 경제학자도 아니니, 경로우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손해를 보고 있는지, 또 얼마나 늙어가는지 모른다. 더욱이 초고령 사회가 와서 우리의 삶의 질이 어떻게 하락 될지 더더욱 모를 수밖에 없다. 단지, 내가 이 현실에 슬픔과 무거움을 느끼는 것은 분리된 너와 나, 별거하는 젊음과 늙음, 세대 간 빈부격차 때문이다.
노인의 연령 기준을 65세로 할 것이냐, 70세로 할 것이냐를 논하기에 앞서 사람의 존재와 가치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65세가 되어야만 신청할 수 있는 장기요양보험의 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사람의 숨결이 바람이 될 때까지 나라와 사회가 따뜻한 언덕배기를 내어주어야 한다.
며칠 전, 급식텐터에서 봉사하면서 내가 맡은 일 중의 하나는 체온계로 그곳에 온 모든 사람들의 체온을 채는 거였다. 거의 250명이 넘는 사람들의 체온을 쟀다. 나도, 머리를 대주는 사람들도 서로 접촉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모두 힘들었다. 지난주 우리 지역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무려 3명이나 나온 터라 나름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확진자 한 사람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더 조심해야 했다. 밥을 짓고 반찬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점심 한 끼를 무료로 먹기 위해 매일 찾아오는 이들도, 밥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의료 혜택이 무엇인지, 문화 향유가 무엇인지 한 번쯤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양보호사 시험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이 준비가 단순히, 친정엄마와 남편의 발병을 대비해서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뭐 그리 힘든 일을 하려고 해. 내가 다시 아프면 다른 사람이 와서 도와주게 하면 되지. 그 일 아니여도 당신은 더 멋지게 살아야 할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남편. 하지만 그는 이미 나의 마음을 알고 있다. 노년을 준비하는 내가 어떤 부분을 두려워하고 걱정하는지를. 오늘 하루 참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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