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코로나, 피서객 1300만명 줄었다..동해 상인들 비명
충남 태안 상인들 요구에 연장하려다 코로나 확산에 무산
“오늘 받은 예약취소 전화만 20건이 넘네요. 해수욕장 주변 가게 대부분이 텅텅 비었습니다.”
강원 강릉시 견소동 안목해수욕장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만집(59)씨는 최근 하루 평균 20~30건 예약취소 전화를 받고 있다. 대부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 계획을 취소한 관광객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다.
최씨가 운영하는 횟집은 테이블이 98개로 피서철이면 하루 100~150팀 정도가 다녀가는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에 지난 20일엔 10여팀, 19일엔 20여팀을 받은 것이 전부다. 최씨는 “해수욕장 개장 초기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장사가 좀 되는가 싶었는데 오랜 기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했다”며 “장마가 끝나니 또다시 코로나19가 확산해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난해와 매출을 비교해보니 30% 수준밖에 안 된다”며 “예약취소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이번 여름철 장사는 이제 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례없는 긴 장마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광객이 대폭 감소하면서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 주변 상인들이 ‘최악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21일 강원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개장한 동해안 6개 시·군 81곳 해수욕장에 지난 19일까지 다녀간 피서객은 345만명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65만명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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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피서객 5분의 1로 줄어
지역별로는 강릉이 피해가 가장 컸다. 올해 찾은 관광객 수는 71만명으로 지난해 474만명과 비교하면 약 400만명이 줄었다. 삼척은 67만명, 속초는 31만명으로 두곳 다 지난해보다 240만명 정도 감소했다. 이밖에 동해·양양·고성도 100만~200만명 줄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긴 장마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피서객 감소가 두드러졌다”며 “삼척과 고성, 양양 지역 일부 해수욕장은 이미 폐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일찍 문을 닫는 해수욕장도 늘고 있다. 오는 31일까지 운영 예정이던 부산 해운대·광안리 해수욕장은 열흘 앞당겨 지난 21일 0시에 조기 폐장했다. 해수욕장은 폐장하지만 백사장 출입과 해수욕은 가능하다. 하지만 파라솔 같은 피서 용품 대여, 샤워장·화장실 같은 편의시설 운영은 중단된다.
부산시는 오는 31일 만료되는 해수욕장 내 마스크 착용과 야간 취식·음주 금지도 9월 3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더 이상의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사회경제 활동이 제한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우선 가치인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내린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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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전남도도 16개 해수욕장을 조기 폐장했다. 완도 신지명사십리 등 10개 해수욕장은 지난 20일, 여수 방죽포, 보성 율포솔밭 등 6개 해수욕장은 지난 21일 문을 닫았다.
지역 상인들을 위해 해수욕장 운영을 연장하려던 충남 태안군은 어쩔 수 없이 지난 16일 만리포해수욕장 등 28개 해수욕장을 당초 계획대로 일제히 폐장했다. 앞서 태안군은 해수욕장 인근 상인들이 긴 장마로 인해 장사를 못 했다며 오는 30일까지 연장을 요구하자 이를 수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폐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 있는 한 횟집 직원은 “이제 장사가 좀 되나 싶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오늘 2팀 받은 게 전부”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태안군에 따르면 지난 16일 폐장까지 태안지역 28개 해수욕장을 찾은 이용객은 143만명이다. 지난해엔 올해보다 80만명 가까이 많은 221만명이 해수욕장을 찾았다.
강릉·태안=박진호·김방현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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