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공간도 살려내는 인테리어 소품 쇼핑하기_선배's 어드바이스 #24

양윤경 2020. 8. 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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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루덴스족이 늘고 있는 요즘, 분명 꾸몄는데 꾸미지 않은 것 같은 공간의 문제는? 인테리어 소품이 그 열쇠다.
인스타그램 @tomdixonstudio

누구나 공간을 더 아름답게 꾸미려고 인테리어 소품들을 들인다. 집안에서 행복을 찾는 홈 루덴스(Home Ludens) 족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습기 역할을 하는 분수, 중세풍 액자, 청자 화병과 말린 꽃, 로코코풍 의상을 입은 인형, 어렵게 구한 스메그 냉장고, 아이가 타온 상장과 트로피들… 하나하나 보면 다 어여쁘고 사연이 있는 물건들이다. 여기 거대한 수집품 장식장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기까지 하면 집은 언뜻 타락한 존재들의 전쟁터로 보인다. 이렇듯, 열심히 꾸몄는데 안 꾸민 것 같은 집은 MBC 〈나 혼자 산다〉만 봐도 의외로 흔하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조명과 욕조가 공간 전체에 로맨틱한 감성을 불어넣는다.
일단 막힌 공간을 비워야 새로운 소품을 채울 수 있다.

일단 비운 다음 채울 곳을 찾는다

공간을 꾸미는 것도 근본적으로 옷 입기와 비슷한 면이 있다. ‘어떤 콘셉트를 이야기할 것인가?’가 일차 관건. 과거 분명한 콘셉트가 있었다면 그 기억을 되살리고, 바꾸고 싶다면 새로 결정한다. 그 단계에서 막힌다면 30년째 스타일 아이콘인 케이트 모스의 스타일링 팁에 귀 기울여 보자. “옷을 입은 후 거울 앞에서 뺄 건 몽땅 뺀다”.

쿠션과 의자, 거울이 시선을 끌고 드럼같은 이질적 소품을 더한 공간. ⓒUnsplash

욕망과 신념, 생활이 뒤엉킨 덩어리가 공간을 꽉 틀어막고 있진 않은가? 우선 책 무더기, 헤어드라이어와 화장품, 의자에 걸린 옷 등 잡동사니를 싹 들어내 보자. 당장 버리지 못할 물건은 보이지 않는 곳에라도 수납한다. 그다음에야 콘셉트에 크게 어긋나거나 망가진 큰 소품, 소가구가 눈에 거슬릴 것이다. 과감하게 처분하거나 어울리는 것들끼리 모아 다른 공간으로 옮긴다. 이렇게 일차 비움을 완성해야 비로소 소품을 더할 곳이 모습을 드러낸다.

러그와 쿠션, 그림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타자기로 트위스트. ⓒUnsplash

모든 공간을 같은 분위기로 꾸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소영 까사리빙 온라인사업팀장은 “무분별하게 소품을 배치하다 보면 오히려 공간의 분위기를 해치고 피로감을 주기 쉬워요. 큰 조명, 카펫, 러그, 쿠션처럼 시선을 끌기 쉬운 소품은 가능한 공간의 콘셉트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 작거나 노출이 덜한 소품은 공간과 대조되는 색상이나 소재를 선택하는 믹스 앤 매치로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죠.”라고 조언한다.

대담한 프린트가 특징인 이탈리아 셀레티 거울, 까사리빙.

예를 들어 ‘19세기 유럽 로맨티시즘’이 공간 전체의 콘셉트인데 천장 조명이 지나치게 한국적 스타일이면 갓만이라도 바꿔준다. 큰 쿠션 커버는 꽃 자수가 들어갔거나 레이스 달린 걸로 해 천장 조명과 통일감만 줘도 전체적으로 몽글몽글 로맨틱한 분위기가 피어난다. 첫 시선의 각인 효과. 그런 다음에도 허전해 보이는 좁은 공간 한두 군데엔 큰 소품과 상반되는 모던하거나 아방가르드한 촛대, 화병 등을 배치하면 오히려 세련미가 더해진다.

모던한 감성과 재미를 느끼게 하는 김소담 작가의 프로파운드 모빌. By 까사리빙.

인테리어 소품, 원조가 뭔진 알고 사자

세상에서 ‘짝퉁’이 많은 분야를 꼽자면 패션보다도 인테리어다. 음원, 영화 불법 다운로드에는 예민한 사람도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고심해서 만든 디자인을 ‘시안’으로 삼아 거의 똑같이 집을 꾸미는 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엄연히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현존하는 가구, 소품도 훨씬 저가 제품으로 수없이 복제되는데, 디자이너 톰 딕슨이 방한했을 때 을지로에서 자기 작품의 복제품을 발견하고는 기념사진을 찍어간 웃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비엔나 응용예술 박물관(MAK)은 수많은 모더니즘 의자를 상설 전시 중이다. 분식집 등 아무 데나 있는 의자라고 생각했던 것들조차 등받이 곡선부터 다리 각도 하나에까지 디자이너의 고뇌가 담긴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늘어선 의자들 사이를 거닐며 깨달았다. 우리가 누리고 숨 쉬는 것 모두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덴마크 가구 브랜드 프리츠 한센은 서울 성수동에서 ‘릴리 체어(Lily Chair)’ 탄생 50주년 기념 〈무브먼트 인 사일런스 : 불완전한 아름다움〉 전을 열고 있다. ‘릴리 체어’는 기능주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이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의자로, 국내 작가들이 각자의 예술관을 덧입혀 대가에게 헌정한 작품들도 전시 중이다.

비엔나 응용미술박물관에 전시 중인 모더니즘 의자들.
비엔나 응용미술박물관에 전시 중인 모더니즘 의자들.

예쁘고 싼데 비슷비슷한 것이 많이 존재하는 물건은 원조가 무엇인지라도 알아보고 사는 게 예의 있는 행위일 것이다. ‘줄리앙’ 흉상이 미켈란젤로가 영원한 생명을 불어넣은 피렌체 메디치가(家) 예배당 속 줄리아노 데 메디치라는 걸 알고 감상하는 것과, 그저 석고 덩어리로 보는 건 천양지차일 테니 말이다. 원작은 원통 세 개로 이뤄진 조명인데 네 개로 나온 우스꽝스러운 유사품이나, 디자인뿐 아니라 가격까지 베낀 사악한 짝퉁을 사는 것도 방지할 수도 있다. 잡다한 유사품을 살 자금을 아껴 원작 디자이너의 진품 하나를 산다면 그 자체로 큰 경외의 표현이자 본인 공간에 빛 같은 물건이 될 것이다.

탄생 50주년을 맞이한 아르네 야콥센의 릴리 체어, 프리츠 한센.

떠나자, 인테리어 소품 쇼핑의 세계로

기꺼이 발품을 팔 수 있다면 서울 기준,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와 중구 을지로가 인테리어 소품 쇼핑의 양대 산맥이다. 논현동에는 WSI 플래그십스토어에 입점한 웨스트엘름, 포터리반, 윌리엄 소노마를 비롯, 메종드리라, 마요, 헤펠레코리아, 아르마니 까사, 프리츠 한센 등 주로 수입 고급 브랜드 쇼룸 겸 매장이 몰려 있어 공간에 대한 영감을 얻고 최신 트렌드를 파악하기 좋다. 반면 을지로는 조명기구 가게들로 상가를 이루면서 국내 및 수입 인테리어 소품, 그의 유사품,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는 목공소, 철공소들까지 모인 만물상에 가깝다. 엔제이라이팅, 별빛조명, 띵굴스토어, 마인띵스, 숨끼, 인성공업사를 추천.

2015 레드닷 어워드를 수상한 맥스 구나완의 루미오, 더콘란샵.

간편한 온라인 쇼핑으로 가면 까사리빙은 국내 유일의 인테리어 전문 잡지와 쇼핑몰이 결합된 복합 플랫폼이다. 수준 높은 인테리어 기사를 통해 감각을 충전한 후 필요한 상품을 원스톱 쇼핑할 수 있고 각 제품의 디자이너와 역사도 전문지만큼 잘 설명돼 있다. 70년 가까운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더콘란샵은 국내에 상륙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명품’ 가구부터 청소용 솔까지 콘란의 감각으로 큐레이팅한 상품들과 독점 상품을 취급한다. 에이치픽스에는 “그거 어디서 샀어?”란 소리를 들을 만한 개성 강한 소품이 많다. 김준수 작가의 한정 ‘레더볼’ 시리즈가 단독 입점해 있다. 서울옥션에서 운영하는 프린트 베이커리는 디지털 판화 판매점이다. 명작을 원화에 가깝게 인쇄한 액자를 저렴한 비용으로 나만의 공간에 들일 수 있다. 비블리오떼끄는 루이스폴센, 가리모쿠를 비롯한 북유럽과 일본의 컬러풀하고 모던한 디자인 브랜드를 직접 수입해 상품 구색이 풍부하다. 오늘의 집은 실용적이고 젊은 인테리어 커뮤니티이자 쇼핑몰, 시공업자 연결 플랫폼이고 두닷에는 원룸에도 어울리는 모던하고 저렴한 소가구, 소품이 많다. 마켓비에서는 최근 인기가 부활한 라탄, 등나무, 대나무 가구와 소품을 찾을 수 있고 제작용 부품도 취급한다.

*지금 반드시 알아야 하는 뷰티,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그리고 생활의 지혜!까지, '선배's 어드바이스'는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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