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청정 자연에 안겨 지친 심신 힐링~

남호철 2020. 7. 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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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국유림' 경북 영양자작나무숲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자작나무숲을 찾은 여행객이 빽빽이 들어선 하얀 수피의 나무 숲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아직 공식 개장되지 않은 숲은 ‘사회적 거리두기’ 시대에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적하고 오붓한 여행지가 인기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오지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경북 영양군은 자연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청정함을 품고 있다. 나만의 여행지로 더할 나위 없다.

영양에 최근 조금씩 알려지는 명품 숲이 있다. 1993년 수비면 죽파리 일대 검마산(劍磨山·1017m)에 인공 조림한 30.6㏊ 규모의 영양자작나무숲이 어엿한 청년 숲으로 자랐다. 축구장 40여 개의 면적보다 넓다.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숲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고 줄기 굵기 또한 60㎝가 넘는다. 최근 산림청으로부터 국유림 명품 숲으로 선정됐다. 아직 공식 개장하지 않았지만 약 2㎞ 산책로가 조성돼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든다. 접근이 수월하지 않은 덕분에 오지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숲속을 걷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의 피로를 그대로 풀어낼 만하다.

지난해부터 지역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자작나무숲길 조성사업은 2021년까지 총 11㎞가 조성될 예정이다. 숲길안내센터가 조성되고 숲길등산지도사가 배치돼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자작나무는 새하얀 몸체에 녹색의 푸른 잎이 살랑거리는 이국적인 모양을 지니고 있다. 나무를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내면서 탄다고 해서 이름을 얻었다. 나무의 몸체가 희고 얇게 잘 벗겨져서 예전에 종이 대용으로 많이 사용됐고 기름기가 많아서 불도 잘 붙는 나무여서 생활에 유용했다.

숲은 장파경로당에서 장파1교를 건너기 전에 좌회전해 하천을 따라가면 만난다. 약 1.6㎞ 이동하면 기산마을로 이어지는 임도 삼거리에 닿는다. 이후는 길이 험하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은 숲 입구까지 별 무리 없이 진입할 수 있지만, 일반 승용차는 바닥이 닿는다. 삼거리 길가에 주차하고 걸어가는 것이 좋다. 삼거리에서 숲 입구까지는 3.2㎞ 정도. 걷기에 다소 부담스럽지만 걷는 내내 시원한 계곡과 푸른 그늘이 더위를 말끔히 씻어주고 힘든 발품을 보상해준다. 어느 순간 휴대전화마저 끊긴다.

자작나무숲은 예상보다 규모가 크다. 산 전체를 가득 덮고 있다. 자작나무의 하얀 껍질과 머리 위를 뒤덮은 초록 잎 사이로 아담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자작나무가 만드는 특유의 빛깔이 차분하고 화사한 길을 연다. 흰 눈을 맞은 듯 하얀 수피가 더운 여름날을 더욱 시원하게 해준다.

산책로는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렵잖게 오르내린다. 오지 자연의 깊은 품에 안긴 걸 실감한다. 가볍게 한 바퀴 돌아 나와도 좋고, 정상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갔다 내려와도 그만이다. 아직 안내소가 따로 없지만, 안내판은 잘 갖춰져 있어 길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공식 개장하기 전이니 혼자보다 동반자와 같이 가는 게 좋다.

검마산 정상 서쪽 자락에는 검마산자연휴양림도 있다. 휴양림 이용은 단순 입장과 숙박으로 나뉜다. 숙박은 휴양관이나 야영데크를 이용한다. 금강소나무가 빽빽한 산림욕장을 지나 약수터까지 구간을 중심으로 산책하기 좋다. 검마산 정상까지 오를 수도 있다. 어느 길이든 검마산자연휴양림이 자랑하는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산책로 곳곳에 고루 분포해 피톤치드의 진수를 만끽하기 좋다. 특히 산림욕장이 압권이다.

수비면 계2리 문상천은 주변 바위와 소나무가 절경이다. 이곳에 상·하계폭포가 들어앉아 있다. 문상천은 영양에서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오지 중 한 곳. 한적하고 여유롭게 녹음과 폭포를 탐할 수 있다.

수비면 계2리 문상천에 위치한 상계폭포.


상계폭포는 양쪽 거대한 바위 사이로 흐르는 모양이 멋을 더해준다. 폭포수가 마치 백옥이 부서지듯 아름답다. 상류가 댐으로 막혀 수량이 예전만 못하지만 당당한 기품이 느껴진다. 하계폭포는 500m 아래에 있다. 높이는 3m 안팎으로 자그마하지만 거대한 암반 사이로 솟구치는 맑고 세찬 물줄기가 볼만하다.

영양에서 옛사람의 휴식을 느끼고 싶을 때는 서석지(국가민속문화재 108호)가 안성맞춤이다. 석문 정영방이 1613년(광해군 5년)에 조성한 조선시대 민간 정원이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부용원, 전남 담양의 소쇄원과 더불어 한국 3대 정원으로 꼽힌다. 400년 된 은행나무가 기대선 입구로 들어서면 경정(敬亭)과 주일재(主一齋)가 사각 연못을 끼고 자리한다.

경정 앞 연꽃과 서석이 어우러진 조선시대 정원.


서석지에는 20개 가까운 서석(瑞石)이 연못에 있다. 신선이 노는 선유석(僊遊石), 구름 봉우리 모양 상운석(祥雲石) 등 이름처럼 재미난 생김이다. 인위로 배치했나 싶지만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돌이다. 경정 대청마루에 올라 연못을 내려다보면 낮은 담장 너머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서석지와 가까운 곳에 선바위와 남이포가 있다. 선바위가 있어 지명도 입암인 절경 앞에서 남이 장군 전설이 시작된다. 조선 세조 때 남이 장군이 무협지에 실릴 만한 활약, 고공비행과 현란한 칼춤 등의 무공으로 남이포에서 도둑 떼 우두머리를 박멸했다는 내용이다. 실제 그는 1467년(세조 13년) 26세 때 함길도(함경북도)에서 일어난 이시애의 난을 진압한 공신이었다. 27세 때 병조판서에 오를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이내 억울한 죽임을 당한다. 세조의 뒤를 이은 예종이 왕권 강화를 노리고 즉위 직후 남이 장군을 대역죄인으로 만든다. 모반을 꾀했다는 고변을 빌미 삼아 이시애의 난을 진압한 공신들을 대거 숙청한 것이었다. 충신을 죽음으로 몰아간 건 백성이 먼저 알았다. 이야기로 그를 살려냈고 영웅으로 만든 것이었다.

선바위 앞은 남이포다. 일월산에서 발원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반변천과 합류하는 물길 지점이다. 이곳에는 삼각기둥 뱃머리처럼 우람한 암벽이 있다.

여행메모

‘죽파리 산 39-2·장파경로당’ 검색
검마산자연휴양림 내 숙소 ‘깔끔’

축구장 40여 개 규모의 영양자작나무숲 전경.


경북 영양은 멀다. 고속도로는 물론 철로도 지나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영양자작나무숲으로 간다면 중앙고속도로 서안동나들목에서 빠져 34번 국도를 타고 가다 청송군 진보면을 지나 31번 국도로 갈아탄 뒤 영양으로 가면 된다. 풍기나들목에서 빠져 봉화 방면으로 가다가 일월로 가도 된다. 안동분기점에서 영덕 방면 고속도로를 이용해도 되지만 많이 돌아갈 뿐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내비게이션에 ‘죽파리 산 39-2번지’를 검색해 가는 것이 쉽다. 검색되지 않으면 차선책으로 ‘장파경로당’을 입력해도 좋다. 장파경로당부터는 외길이다. 영양자작나무숲까지 도보 약 4.8㎞.

검마산자연휴양림 산림문화휴양관 내의 숙소가 깔끔하다. 수비면에 영양군생태공원사업소 펜션이 있다. 인근 수하계곡에서는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영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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