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초고속' 부동산 법안, 국회 보고서조차 "피해자 양산 우려"

이종선 2020. 7. 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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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단독 처리 부동산 법안에 "과잉금지 위배" 등 지적..與 법안 처리 강행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부동산 관련 법안에 대해 중립적인 국회 보고서에서조차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은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적절한 조처 없이 일부 문구만 수정한 채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법안의 부작용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국민일보는 29일 민주당이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부동산 관련 법안 9개의 상임위 검토 보고서를 전수조사했다. 국회 17개 상임위에는 입법 전문가 출신 전문위원이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에 대해 검토 보고서를 쓰게 돼 있다. 이 보고서에는 법안에 대한 심사 평가와 함께 예상되는 문제점도 같이 기재된다.

상임위 내 법안 심사가 정상적인 절차로 진행될 때에는 전문위원들이 지적한 사항들이 어느 정도 반영되면서 수정 가결되지만,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부동산 관련 법안 대부분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야당이 참여하는 소위원회 논의, 찬반 토론을 무시한 데 이어 국회 내부 입법 전문가의 경고조차 무시한 채 ‘과속 처리’를 한 셈이다.

민주당 기재위 간사인 고용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종부세법) 개정안은 법인이 가진 부동산에 대해 기존 6억원의 종부세 공제를 없애고 법인에 대해 최고세율의 종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재위의 검토 보고서에는 “법인의 재산권을 상당히 제한할 수 있다”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안은 원안 그대로 처리됐다.

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 역시 사실상 일부 문구만 수정한 채 기재위를 통과했다. 7·10 대책의 후속 입법 성격인 이 법안은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 및 조합원 입주권, 분양권에 대해 양도소득세율을 60~7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기재위는 “직장이동·자녀교육·부모봉양 등 투기적 목적 이외의 사유로 단기보유 주택을 처분해도 높은 양도소득세율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단지 주택 보유 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주택 구입의 목적이나 개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높은 세율을 똑같이 적용하면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직장이동·자녀교육·부모봉양 목적에 한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초과 아파트 신규 매입 시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 기재위 보고서에는 “양도세 부담으로 인해 매매 대신 증여를 선택하여 주택 매매시장의 공급량이 줄어드는 매물 잠김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행안위를 통과한 지방세법 개정안은 법인의 주택 취득 및 1주택자 이상의 추가 주택 구입 시 취득세율을 8~12%로 올리는 내용이다. 이 법안에 대해 행안위 검토 보고서는 “세율 인상 관련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쓴 정성희 수석전문위원은 “취득세율을 인상하면 다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하지 않거나 매도할 것이라는 막연한 추정만 있을 뿐 어떤 효과를 얻기 위해 어느 정도로 세율을 조정하는지 설명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4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높이는 지방세법을 개정한 지 7개월여 만에 지방세법을 다시 손댄 것을 지적하며 “빈번한 정책 변경으로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정부 정책을 신뢰한 국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위에서 처리된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대해서도 정책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다. 이 법안은 전·월세 등 주택임대차 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에는 임차인이 임차한 집에 전입신고를 하면 이 법에 따른 주택 임대차 계약의 신고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국토위 검토 보고서는 “전입신고와 주택임대차 계약 신고의 연계로 인해 전입신고 제도 운용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입신고는 주민의 거주 등 인구동태 파악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신고 내용도 대부분 가구주 성명 등 인적 정보다. 반면 임대차계약 신고는 보증금, 임대료, 임대 기간, 계약 당사자 등 재산 관련 정보가 주된 내용이다 보니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사항 역시 수정 가결된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책 의도가 좋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만 나오는 게 아니다. 정부·여당이 부작용에 대한 숱한 우려에도 밀어붙인 정책의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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