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어 강남권 유휴지 고밀도 개발..집값잡을 묘수될까?

2020. 7. 2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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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주거지 용적률 1000%·50층 개발 가능
성동구치소·동부도로사업소 부지 등 거론
교육개발원·국립외교원 부지도 유력 검토
3기신도시·공공참여 재건축도 확대 대상
"추가 공급량 미미..강남권 고밀개발 필요"
17일 국토교통부와 주택 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 주택공급 방안과 관련해 강남권 개발제한구역 해제부터 군 시설 이전, 도심 초고밀도 개발까지 백가쟁명식의 전망과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그중 가장 큰 카드로 거론되는 용산 미군 기지 일대의 모습. [연합]

정부가 이번주 후반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 공급대책에서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한 도심 고밀도 개발이 핵심 카드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여당은 역세권 인근 2~3종 일반 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고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한도 기존 500%에서 최대 100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옛 성동구치소 부지와 동부도로사업소 용지 등 역세권 국공유지를 종상향·용적률 확대를 통해 고밀 개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3기 신도시 외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 대해서도 용적률을 확대해 주택을 1만가구 이상 더 많이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옛 성동구치소 전경. [연합]

▶역세권 고밀 개발…준주거 용적률 1000%·50층까지 가능=27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역세권 일반주거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일반주거지역이 아닌 준주거지역의 상한 용적률을 최대 100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이럴 경우 서울시 법정 계획인 ‘2030 서울플랜’ 등을 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2030 서울플랜에서는 주거지역의 최고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준주거지역은 현행 기준에서도 최고 50층까지 허용된다.

기존에 공급계획이 발표된 역세권 택지의 고밀 개발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 때 발표한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8만5000㎡),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분원(7000㎡),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5만3000㎡) 등지의 용적률 상향을 통해 주택 공급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 부지 4만㎡ 등을 통한 주택 공급 가능성도 크다. SETEC은 인근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와 연계 개발할 경우 7000채까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지역에 공공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주민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서울 서초구 옛 한국교육개발원 부지, 통일연구원 부지, 국립외교원(외교안보연구원) 부지, 서울연구원 부지, 서울시 인재개발원 부지 등 토지 수용이 수월한 국책연구기관 이전 부지도 유력하다.

공공이 참여하는 정비사업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공공재건축 참여 사업장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예외,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대신 공공임대물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공공 재건축사업장의 용도지역을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 등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

▶용적률 확대 효과는 미지수…“강남권 고밀 개발 필요”=국토부가 준주거 용적률을 최대 1000%까지 올리더라도 그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가 도심 밀도관리를 위해 국토계획법보다 낮은 용적률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 낮은 수준(약 600~800%)만 적용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 늘어나는 용적률 중 절반은 임대주택 등 기부채납 조건이 붙을 경우 민간의 사업 유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용산 정비창 부지(면적 약 51만㎡)처럼 대규모 택지를 추가 발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서울에서는 용적률 상향을 통해 확대되는 주택 수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비창 부지에서는 용적률을 높여 주택 공급 수를 기존 계획인 8000가구에서 1만가구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남권에서 유휴부지 등을 최대한 끌어모아도 공급계획량이 2만가구 정도로, 3기 신도시 물량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며 “서울 내 국공립부지를 활용하더라도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주택물량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강남권의 고밀도 개발을 파격적으로 허용해 주택 공급을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서울 내 고밀 개발의 최적 입지는 지하철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는 강남권”이라면서 “고밀 개발을 할 경우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주차장 규모를 줄여 차 이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택지 용적률 상향…1만가구 추가 공급 검토=국토부는 3기 신도시 외에도 주거복지 로드맵이나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 등에 포함된 공공택지에 대해서 법적 최고 한도까지 용적률 상향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 택지에서 용적률 인상을 통해 추가할 수 있는 주택 수는 1만가구 이상 될 전망이다. 구체적인 용적률 상향 수치는 지자체와의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혼희망타운 공급으로 지정한 성남 복정, 구리 갈매 등과 수도권 30만호 공급계획에 포함된 과천 과천지구, 인천 검암역세권, 광명 하안2 등 중규모 택지에서도 용적률이 올라갈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26일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정청이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공급대책 발표 시기는 일러야 이번주 후반 이후가 될 전망이다. 지자체와 협의가 길어질 경우 발표 시점이 다음달 초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홍남기 부총리 등이 이달까지 공급대책을 내겠다고 적시했지만 지자체 협의 때문에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현재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상식·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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