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집값 원상회복" "공급 확대".. 市場은 그말 비웃었다
지난 1월 14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간담회. '부동산 안정화 정책의 목표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인지, 취임 초 수준으로 낮추는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작년 말 12·16 대책으로 아파트 값 상승세가 주춤할 때였다. 문 대통령은 "서민들이 위화감을 느낄 만큼 급격히 상승한 곳은 가격들이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서울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인기 지역 신축 아파트들 값이 원상회복되려면 반 토막이 나야 했다.
부동산 값은 2월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유는 대통령의 정책 의지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 여파였다. 코로나 사태가 다소 진정되자 지난달부터 서울 아파트 값은 천장을 뚫을 듯 최고 가격을 잇따라 기록하며 치솟았다. 정부는 6·17, 7·10 등 극단적인 반(反)시장 규제책을 쏟아냈지만 '똘똘한 한 채' 심리가 오히려 더 확산하면서 인기 지역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대통령의 뜻을 뒷받침할 만한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에선 오히려 대통령의 말에 대한 불신만 커진 것이다. 대통령의 '원상회복' 발언 후 4번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어느 것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식을 거스르는 文정부 부동산 정책
지난 2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불러 주택 공급 확대와 다주택자 세금 강화 등을 주문했다. 세금 문제는 기획재정부 소관 업무인데, 홍남기 부총리는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다주택자 세금 강화 등 규제책은 일주일 만에 나왔다. 관심이 많은 주택 공급 대책은 3주일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부동산 시장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두고 부처 간 의견이 갈리고, 주무 부처의 의견이 반나절 만에 뒤집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그린벨트 해제'를 기정사실처럼 말하자, 유력 정치인들은 딴소리를 냈다. 결국 대통령이 나서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고 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시장경제 국가에서 부동산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경제학의 기본이다.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두려면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 정책이 동시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정부 규제가 다주택자로 하여금 집을 팔게 만들어 시장에 공급을 늘리려는 의도라면, 보유세를 높이면서 양도소득세 완화 등 퇴로를 열어주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만 고집했고, 제대로 된 주택 공급·거래 활성화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급 대책은 없이 규제만 쌓이다 보니 1주택 실수요자도 투기 수요로 몰렸고 집값, 전셋값이 같이 오르며 서민들의 주거 안정까지 위협받게 됐다"고 했다.
정책 실패를 수긍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별다른 공급 대책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도 사과도, 인적 쇄신도, 실효적 대안 제시도 하지 못하는 것은 시장에 매우 나쁜 사인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치였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처음부터 정책이 아닌 정치에 가까웠다"고 평가한다. 현 정부 출범 후 진보 진영에서 보유세 인상 요구가 있었을 때, 현 정부는 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김수현 당시 청와대 사회수석은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세금에 변화를 줄 때는 상당한 서민들의 우려가 있어 보유세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미 장관은 당시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게 세제 혜택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정부 내 기류가 바뀌었다. 임대사업자 제도가 다주택자들의 투기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이듬해 9·13 대책을 내면서 종합부동산세를 올렸고 임대사업자에게 주던 혜택도 일부 축소했다. 최근 7·10 대책에서는 종부세를 더 높이고 임대사업자 제도는 폐지해버렸다. 이런 정책을 발표하면서 과거 발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정수연 제주대 교수는 "현 정부와 여권은 지지층의 여론에 따라 부동산 정책도 바꾸었다"며 "경제학의 기본 원리조차 무시한 정책을 내고,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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