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미쳤어요"..'매물 실종' 아파트값 줄줄이 10억 돌파
행정수도 이전 발언 이후 호가 2억~3억씩 '쑥'
"특별공급받은 공무원, 차익 국고 환수해야" 주장도
"집값이 그냥 미친거지. 전셋값이 2억원대인데, 집값이 10억원이 넘는다는 게 말이 되냐구요", "원래 오르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 또 터진 겁니다", "10억은 당연하고 더 갈 수도 있죠. 서울 시내나 여의도 아파트값 보세요"….(세종시 현지 공인중개사들)
세종시 집값이 순식간에 수억원씩 급등했다. 매물은 시장에서 들어갔고, 나와있는 매물은 호가가 거래가 대비 2억~3억원까지 올랐다. 갑작스러운 집값 상승에 시장에서는 어리둥절한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상승하는 분위기에서 여당 원내대표가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시 집값은 올해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들어 20.19% 상승했고, 전세가는 12.77% 올랐다. 여기에 6·17대책으로 대전과 충북 청주 일부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호가는 더욱 뛰기 시작했다. 비슷한 규제를 받을 거라면, 세종시가 낫다고 판단한 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몰려들어서다.
불난 세종시에 행정수도로 기름 부은 與
위헌판결을 받았던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수면에 떠오르면서 세종시 부동산 시장에는 다시 한번 바람이 불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국회를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국회를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 등이 모두 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수도권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차원에서 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이러한 발언으로 되레 세종시 집값만 더 올리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억원을 넘겼던 중형 아파트값은 10억 중반대를 향하고 있고, 전용 84㎡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들도 매매가로 10억원을 넘보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M4블록) 전용 99㎡는 지난달 27일 11억원에 팔렸다. 시장에 나왔는 매물은 13억원에 달한다. 매매가 대비 2억원 가량 오른 수준이다. 같은 단지의 전용 84㎡는 지난달 9억2500만원에 매매계약이 나온데 이어, 호가는 11억원까지 치솟았다.
새롬동 금성백조예미지(M9블록)는 전용 108㎡의 거래가가 지난달 11억5000만원을 나타냈다. 어진동 더샵센트럴시티의 경우, 전용 110㎡가 이달들어 11억6500만원에 매매됐고, 84㎡는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 소담동 모아미래도리버시티 전용 97㎡는 11억48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고 현재는 매물이 거의 없다.
인기 아파트의 전용 84㎡는 실거래가는 대부분 7억원을 돌파했고, 중형 아파트들의 매매가도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5억1856만원(전용 84㎡)에도 매매계약이 체결됐던 다정동 세종e편한세상푸르지오의 매물은 아예 없다. 호가가 9억원을 넘었는데, 이 마저도 부동산 중개인이 부르는 값이지, 실제 나와있는 매물은 아니라고 한다. 다정동 더하이스트(전용 84㎡)는 이달들어 8억4500만원에 매매계약이 나왔다.
대평동 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 전용 99㎡는 지난달 27일 10억5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2~3일 사이에 매물이 자취를 감췄고, 호가는 13억원까지 뛴 상태다.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 전용 110㎡ 또한 지난달 11억5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매물의 호가가 12억~13억원 정도인데, 최근에는 16억원 매물까지 나왔다.
집값 거품론 vs 서울 못지 않게 간다
이러한 세종시 집값을 두고 현지에서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거품이라는 입장과 이제 상승장의 시작이라는 의견이다. 거품이라는 의견은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호가가 오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수요의 척도는 전세수요로 보고 있다.
세종시 새롬동 더샵힐스테이트(M4블록)의 경우 전용 99㎡의 매매가는 실거래가 11억원이지만, 전셋값은 2억8000만~2억9000만원 수준이다. 전세로 나와있는 매물들은 3억원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이 25% 정도로 나온다.
통상 업계에서는 강남 재건축에서나 가능한 수치라고 보고 있다. 집은 낡아 거주환경은 좋지 않지만, 재건축 기대감에 호가가 올라가는 경우다. 은마 아파트의 전셋값이 5억원, 매매가가 20억원 정도로 전세가율이 세종시 아파트와 비슷하다. 그만큼 세종시 부동산의 아파트값은 투기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례적인 상승세라는 것이다.
고운동의 A공인중개사는 "매매하려는 매물은 거의 없지만, 전세매물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집주인들이 세종시 보다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들이 많아 차익실현이 목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상승장의 초입이라는 의견도 많다. 나성동의 B공인중개사는 "대전에서 집값이 많이 올라서 팔고 세종시로 넘어오려는 실거주 매입자들도 있다"며 "세종시는 아직 완성도 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미래가치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청와대와 국회까지 내려오면 배후수요까지 포함해 수만명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종시의 가파른 집값 상승세를 두고 부동산 관련 카페에서도 토론이 분분하다. 정부와 여당이 언급하는 지역마다 집값이 올라서다. 더불어 기관이전으로 특별공급이 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공무원들만 이득을 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 세종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 상승률은 낮다보니, 시세차익이 높은 편이다. 때문에 매번 청약 때마가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시세차익을 회수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의 한 네티즌은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특별공급으로 집을 받아가놓고 이번에 먼저 처분하기 않았냐"며 "집을 분양받을 때에 특혜가 있었던 만큼, 이익에 있어서도 국고에 환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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