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집 하루 178건 대물림..7·10 대책 후 증여 '열풍'
법원 등기 증여 현황 분석해보니
7·10대책 후 서울 증여 5배 급증
"파느니 세제 강화 전 증여하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정부의 7·10대책 이후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 증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루 최대 200가구 가까이 명의가 바뀐다.
22일 법원등기 현황에 따르면 지난 11~21일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집합건물 증여 신청 건수가 708건으로 하루(주말 제외) 평균 101.1건이었다. 하루 100건 넘는 증여는 처음이다. 앞서 1~10일 평균(16.1건)의 7배다.
지난 17일 하루 동안만 178건이 신청했다. 강남구가 75건이었다. 집합건물은 소유자가 여럿으로 나눠진 건물로 집합건물 증여 대부분이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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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대책 전·후 일평균 56.5→311.6
서울 전체로도 기록적이다. 7·10대책 이전 하루 평균 56.5건에서 311.6건으로 5배 급증했다. 전체 증여에서 강남3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8.5%에서 32.5%로 올라갔다.
7·10대책 후 증여 급증은 정부의 세제 강화 때문이다. 정부는 7·10대책에서 내년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0.6~2.8%포인트씩 올려 지금의 두배 수준이 되도록 했다. 내년 6월부터 양도세도 현재 기본세율에 더하는 10~20%포인트의 가산세율을 20~30%포인트로 높인다.
다주택자들은 당장 목돈이 들어가는 증여세를 내더라도 매년 내야 하는 종부세 등을 고려하면 증여가 유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강남에서 공시가격 15억9000만원과 29억3700만원 두 채를 가진 다주택자의 종부세가 올해 5700만원에서 내년 1억2500만원으로 2.2배로 늘어난다. 증여를 통해 집을 두 세대로 각각 한 채씩 나누면 종부세 합이 19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줄어든다. 5년간 6억원이 넘는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공시가격 15억9000만원 주택의 증여세가 6억원 정도다. 나중에 팔 때 양도세까지 고려하면 증여가 훨씬 나은 셈이다. 증여 이후엔 양도세 중과 적용도 받지 않는다.
김종필 세무사는 "증여세·종부세 등 각종 세금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어차피 할 증여를 앞당기겠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세무사들은 "다주택자들이 양도세를 빼면 얼마 남지 않는 돈을 쥐느니 차라리 증여세를 내고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세제 강화를 앞두고 증여가 확 늘었다. 2017년 8·2대책 이후부터 2018년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까지와 지난해 12·16대책 이후 지난 6월까지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때다.
양도세 혜택을 볼 수 있는 시한이 끝날 무렵 강남3구 증여가 평소의 2~3배로 급증했다. 월 200건 정도에서 2018년 3월 675건까지 늘었고 지난 5월엔 807건까지 증가했다.
7·10대책 이후 증여는 이때보다도 2~3배 더 많다. 다주택자 세금 부담이 앞선 대책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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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완화해야 매물 늘어"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았고 시행까지 시간 여유가 있지만 정부가 증여 취득세 강화를 검토키로 하면서 증여가 급해졌다. 현재 4%인 세율을 12%로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들에 따르면 단순증여보다 부채(전세보증금 등)를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가 많다. 채무액만큼 증여가액에서 빠지기 때문에 총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부담부증여는 세율 인상으로 늘어날 증여 취득세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채무액은 1~3%의 일반 매매거래 세율을 적용받아서다. 공시가격 10억원 주택을 단순증여하면 취득세(12% 적용)가 1억2000만원인데 부담부증여(채무 6억원)하면 8400만원으로 줄어든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강화 전 집을 팔라고 양도세 강화 시행을 늦췄지만 다주택자가 증여로 기울면 매물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물을 늘리려면 양도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다주택자가 증여보다 매도가 낫다고 판단할 수 있도록 양도세를 한시적이나마 완화해 거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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