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집에 갇혔는데.. 모르는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 영화 <비바리움> 포스터 |
ⓒ (주)루믹스미디어 |
며칠 후 9호 집 앞에 아기를 담은 박스가 도착한다. 박스엔 "아기를 기르면 풀려난다"고 적혀있다. 욘더 마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된 톰은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나가는 길을 찾기 위해 마당을 파기 시작한다. 반면에 젬마는 아이를 키우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영화 <비바리움>은 완벽한 삶의 공간을 찾던 커플이 미스터리한 마을의 9호 집에 갇히게 되는 상황을 소재로 한다. 로칸 피네건 감독과 각본가 가렛 샌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시장 침체가 야기한 아일랜드의 유령 부동산과 그곳에서 집을 팔지 못해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주목했다. 그 결과 주택 단지에 갇힌 젊은 커플을 주인공으로 한 단편 영화 <여우들>(2011)을 만들었다.
▲ 영화 <비바리움>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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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더 마을은 저항과 변화를 거부한 채로 전통적인 가족상과 남녀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 시스템이기도 하다. 욘더 마을에서 톰과 젬마는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낸다. 톰은 아침이면 마당에 나가 종일 구멍을 판다. 직장에서 일하는 남편처럼 말이다.
젬마는 요리, 빨래 같은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보살핀다. "욘더의 집들은 정말 이상적"이라는 마틴의 말은 곧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성 역할에 충실한 삶이 이상적이라는 주장이다. 시스템인 욘더 마을은 이것을 생명의 순환 같은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길 요구한다.
▲ 영화 <비바리움>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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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리움>은 색상을 통해 인공적인 면을 강조했던 <트루먼 쇼>(1998)나 <플레전트빌>(1999)처럼 색을 활용한다. 화면의 주된 톤으로 사용된 녹색은 원래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하지만, 녹색은 욘더 마을에 위치한 집에 과장스럽게 칠해져 인공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객의 불안감을 유발한다.
▲ 영화 <비바리움>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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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금융위기가 정점이었던 2010년을 배경으로 중산층의 불안 심리를 방공호를 만드는 남자로 그렸던 <테이크 쉘터>(2011)가 떠오른다. <테이크 쉘터>와 <비바리움>은 초현실적인 화법으로 묘사한 불안과 벙커(구멍)를 공유하고 있다.
현실적이면서 현실적으로 오늘날 부부의 삶을 묘사한 <비바리움>은 훌륭한 가족 영화이자 공포 영화다. 영화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은유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묻는다. 그리고 진정한 행복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2019년 제72회 칸영화제 비평가 주간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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