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 대책에.. 임대 사업자들 반발, 부처 간 이견도 극심

세종=전성필 이종선 기자 2020. 7. 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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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업자들 "이제 와 투기꾼 몰아".. 임대 세제 조정 놓고 기재·국토 갈등

등록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문제의 경우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간 갈등도 야기했다. 기재부는 임대사업자에 과도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동안 정부는 임대사업자에 대해 4·8년의 의무 임대 기간을 지키고 임대료도 5% 이내 인상률로 올리도록 하는 대신 세제 인센티브를 줘왔다. 이런 혜택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정부가 10일 발표할 부동산 추가 대책은 다주택자에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뒤 불과 1주일여 만에 내놓은 초스피드 대책이어서 곳곳에 혼란과 반발이 극심한 상태다. 등록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이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대사업자들은 “혜택 주겠다며 등록하라고 떠밀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우릴 투기꾼으로 모느냐”고 강력히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의 범위 등을 놓고 부처 간 이견이 적지 않았다. 양도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합의점을 찾는데 당정 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 논란은 이번 대책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정부는 2017년 8·2 대책에서 임대사업자에게 보유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 등을 내놨고 12월 등록임대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뒤 이를 더욱 확대했다. 그 결과 2017년 98만 가구였던 등록임대주택은 올해 1분기 157만 가구로 늘었다.


이처럼 3년 전만 하더라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 임대주택 등록을 장려했지만 이제는 정부가 혜택 축소는 물론 이미 받은 혜택분까지 토해내는 방안을 검토한 데 대해 임대사업자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우리가 요구한 것도 아니고 정부가 혜택을 주겠다며 등록을 채근한 셈인데 최근 집값이 폭등하자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떠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임대사업자는 임대사업자협회 창립을 추진하면서 단체 행동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국토부를 상대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등록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문제의 경우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간 갈등도 야기했다. 기재부는 임대사업자에 과도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폭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동안 정부는 임대사업자에 대해 4·8년의 의무 임대 기간을 지키고 임대료도 5% 이내 인상률로 올리도록 하는 대신 세제 인센티브를 줘왔다. 이런 혜택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국토부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아예 폐지하는 수준은 안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세제 혜택이 사라지면 오히려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다. 국토부가 ‘다주택자 양성화’라는 정책 목표에 따라 인센티브 방안을 발표했던 터라 폐지에 준하는 조정시 정책 일관성과 효과 모두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국토부가 스스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라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 안팎에선 기존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부여했던 세제 혜택을 환수하거나 축소된 세제 혜택을 소급 적용하는 식의 강경책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갈등을 이어가다 결국 기재부와 국토부는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축소하되 소급하는 방안은 넣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의 양도소득세 인상 방침에 정부 일각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당은 2년 미만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자칫 ‘매물 잠김’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양도세는 주택의 시세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주택의 공시가격을 대상으로 과세하는 증여세보다 규모가 작다. 하지만 양도세 과표 구간이 증여세보다 좁아 시세차익이 8800만원을 넘으면 세율이 35%, 5억원을 초과하면 42%에 달한다. 여기에 2주택자면 10%, 3주택 이상 보유하면 20%가 추가 적용된다.

반면 증여세는 자산 가액이 5억원 이하면 20%, 5억~10억원 사이면 30%, 10억~30억 사이면 40%로 구간이 넓다. 시세차익이 크거나 다주택자일 경우 양도세가 증여세보다 많이 나오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양도세 부담을 높일 경우 다주택자가 부동산을 팔기보다 증여를 택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부동산 시장 안정과 주택 실수요자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대책이 자칫 공급 부족을 야기해 오히려 집값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세제 대책을 마련하는 동안 정부 안팎은 ‘혼돈’ 그 자체였다. 개별 의원들이 내놓은 백가쟁명식 법안이 확정된 개편안인 것처럼 소개되기도 했다. 정부의 안을 여당이 “보다 더 센 대책을 내놓으라”며 퇴짜놓는 일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번갯불에 콩 볶듯이 나온 대책에 대해 벌써부터 시장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종=전성필 이종선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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