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21번 철렁했다.. 부동산 대책 때마다 '패닉 바잉'

이택현 기자 2020. 7. 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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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부 출범 후 21차례 대책 발표 "늦기전에 사야" 거래 폭증 이어져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규제 예정지역에 대한 부동산 사재기를 뜻하는 ‘패닉 바잉’도 반복되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이 안정될 거란 기대감보다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조급함이 시장을 잠식한 결과다. 문재인정부 들어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이 21차례 쏟아지면서 부동산대책은 집값을 올려놓는다는 학습효과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모양새다.

6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125건으로 5월(5516건)과 비교해 3600건 정도 늘었고 4월(3021건)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거래량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12·16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12월(9600건) 수준에 육박했다.

업계는 이 같은 거래량 폭증을 6·17부동산대책에 의한 패닉 바잉 현상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전역을 대상으로 규제 강도를 높일 것이 명확해진 상황에서 투기 세력들이 노원구, 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의 중고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결과다.

이미 거래량이 급증하던 차에 여기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때마침 대책을 내놓은 탓이기도 하다. 이처럼 투기 열풍이 거세지며 거래량이 부풀고,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대책을 내놓으면 패닉 바잉이 이어지는 현상은 대규모 부동산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김현미(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정부는 2017년 8월 2일 서울 모든 자치구와 과천,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묶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자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4966건으로 치솟아 그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어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발휘되기 시작하자 거래량은 한 달 만에 절반 이하(7202건)로 줄었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2018년 아파트 거래량이 가장 많은 것은 9월(2만57건)이었다. 2018년 9월에는 종부세 대상 확대와 세율 인상, 다주택자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9·13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그 결과 당시 서울의 거래량은 급감했다. 9월 7202건에서 10월 3260건, 11월 1175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반면 경기 지역 부동산 거래량은 급증해 2만건을 돌파했다가 10월이 되자 다시 1만3514건으로 줄었다.

가장 최근 12·16부동산대책은 두 달 후 경기 지역의 아파트 거래량 급증에 큰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월 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3만1875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투기 열풍을 차단하고자 경기도 일대에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2·20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나서야 다음 달 거래량이 1만6385건으로 진정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대책이 총 7차례였다고 밝혔다. 이는 주무부처 장관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서 밝힌 횟수와 다르다. 사진은 김 실장이 지난달 21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 들어서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이 기다렸다는 듯 들끓는 것은 정부의 대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거라는 기대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장은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횟수만큼 결국 부동산은 오른다는 학습효과만 얻었다.

정부 부동산대책 발표 횟수에 대해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7차례, 정부 정책을 안내하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는 10차례라고 달리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4차례라고 말했는데 2017년 8·2대책,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 6·17대책을 각각 말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실제로 총 21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마주했다. 이 중에는 김 장관이 언급한 4차례의 부동산 대책만큼 파급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시장 심리를 크게 출렁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던 대책도 많았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발표된 ‘5·6공급대책’은 서울 용산구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을 밝혀 용산구 일대 투기 열풍을 불러왔다. 임대사업자 혜택을 강화한 2017년 12·13대책은 대책 발표 당시보다 최근에 더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정부 부동산대책이 모두 집값 상승의 계기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공급대책이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규제 정책은 역효과로 이어지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서민들의 절박함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패닉 바잉 등 시장의 반응은 전셋값이 끝없이 오르는 등 절박함에서 온 학습효과가 시장을 움직인 결과”라며 “4차례의 주요 대책 이외에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한 2019년 8·12부동산대책이나 2·20부동산대책 등 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 대책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부 부동산대책에 대한 시장 불신이 극도로 커진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을 가지고 갈지도 문제다. 정부는 시장의 예상치 못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를 계속 강화할 생각이다. 특히 6·17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3주가 채 못돼 서울과 김포 등지로 투기자본이 몰리자 세제 개편 등의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성인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포인트)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1%가 정부의 6·17부동산대책 후속 조치에 대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이 정부가 아직 꺼내놓지도 않은 부동산대책을 불신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세심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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