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오답노트 21번째..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최고 찍었다
6·17 대책에도 거래 느는 이상 현상
대출 규제에 길거리 시위 나선 실수요자
문 대통령 "집값 잡겠다는 의지 중요"
문 정부 들어 21번째 부동산 대책인 6ㆍ17대책이 나왔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폭발했다. 9ㆍ13 대책, 12ㆍ16 대책 등 고강도 규제를 담은 대책을 발표한 달은 거래량이 전 달 대비 대폭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상 현상이다. 대출규제가 본격화되면 집 장만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집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 탓이다. ‘공포 구매(panic buying)’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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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재건축 시장 묶어두고, “공급 발굴하겠다”
공급을 늘리라는 시장의 요구에 정부는 “공급물량은 충분하다. 다주택자가 문제”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꾸준히 유지했다. 최근 들어 기류가 다소 달라졌다. 지난 2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긴급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급 물량 확대하라”고 지시하면서다. “상당한 물량의 공급을 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해서라도 추가로 공급 물량을 늘리라”는 주문이다.
어떤 공급대책이 나올지는 대통령의 말 속에서 짐작할 수 있다. 정부는 “3기 신도시를 통해 30만호의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는데 국민이 잘 몰라 아파트 매매를 서두른 탓에 기존 구축 아파트의 가격이 올랐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3기 신도시 분양을 앞당겨 하는, 사전청약 물량을 더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의 재건축 시장은 그대로 묶어 두고, 유휴부지 등을 발굴해 추가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공공이 주도해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 진척이 없는 정비사업을 촉진하고, 기존 택지의 용적률이나 주거비율을 높이는 방법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직장·주거 근접과 교육을 이유로 서울의 집을 원하는데 공급은 늘지 않고, 거래도 힘들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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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오답 노트에 길거리 시위 나선 국민
정부의 잦은, 광범위한 대책이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 대책에 피해를 본 실수요자가 늘면서다. 대출 규제의 여파가 크다. 6ㆍ17 대책 발표로 갑자기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중도금 및 잔금 대출이 막힌 사람들이 규제 해제 촉구 집회를 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대책 발표 전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40~50%로 낮아져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된 탓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인천 검단 신도시에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가 LTV가 40%로 낮아져 잔금 마련하기 어려워졌다”며 “빠듯하게 사는 내가 갑자기 투기과열지구에 아파트 분양권을 가진 부동산 투기꾼이 됐다.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을 구분해 정책을 펼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규제만능주의의 덫에 빠졌다. 주택정책 관련 담당자는 “발표할 대책은 얼마든지 더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넘치는 유동성을 외면한 채 ‘누르기’로 일관한 정책 덕에 규제가 덜한 지방의 아파트로 돈이 몰려 가격만 일시에 올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경기침체로 해외 부동산 시장은 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한국만 정부 정책으로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며 “지방 미분양까지 해소돼 건설업계에서조차 1~2년 더 과열 양상이 이어질 것이라 볼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오답 노트가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지만, 정부의 진단과 처방은 여전하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반드시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다. 이 말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에 있다. 청와대 참모 가운데 28%가 다주택자다. 다주택자 논란에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보유하고 있는 서울 반포 아파트는 그대로 두고 청주 아파트 매각에 나섰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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