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훤의 왈家왈不] 주거복지·공급 빼야 대책?..'자기 부정' 덫에 걸린 김현미 장관

전태훤 선임기자 2020. 7. 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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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었던 걸까, 기억조차 하기 싫어서였을까?

집값 급등의 원인과 정부 부동산 대책을 인지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이해하기 힘든 대답, 해명 같은 변명이 취임 3년을 넘긴 최장수 국무위원의 입지를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숱하게 쏟아낸 부동산 대책 횟수를 두고 국회에서 설전을 벌인 데 이어, 집값 급등의 탓이 전(前) 정권에 있고 부동산 대책이 종합적으로 다 작동하고 있다는 국토 장관의 발언에 시민단체와 무주택 서민들도 단단히 뿔이 났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4번뿐이고, 부동산 대책이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김현미 장관의 ‘소신’ 발언.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억지일까?

⃟4번 vs 22번

문재인 정부가 쏟아낸 부동산 대책 횟수를 두고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쟁이 있었다.

6월17일 나온 부동산 대책을 두고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22번째 대책을 냈나"라는 질문에 김 장관은 "4번째"라고 답했다. 김현미 장관은 "언론이 온갖 정책들을 다 부동산 정책이라고 카운팅해 만들어낸 숫자"라고 했다. "그때그때 발표하는 것이 다 정책이 아닌가"라는 이 의원의 이어진 물음에 김 장관은 "주거복지정책도 부동산 대책으로 카운트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대책의 경중에 따라 스무 차례가 넘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김 장관이 말한 4번의 대책은 사실과 좀 동떨어진다. 장관 취임 직전인 2017년 6월 19일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맞춤형 대응방안’을 시작으로 올해 6월말까지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대책만 11번이다.

2017년 8월 양도소득세 강화와 자금조달계획신고 의무화 등을 담은 ‘8∙2 부동산 대책’을 포함해 ▲‘가계부채종합대책’(10월24일)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11월29일)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12월13일)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 방안’(2018년 7월5일) ▲9∙13대책이라 불리는 ‘주택시장 안정 대책’(9월13일) ▲‘임대주택 관리 강화 방안’(2019년 1월9일)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 금지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월16일) ▲‘투기수요 차단을 통한 주택시장 안정적 관리 기조 강화’(2020년 2월20일) ▲전세대출 강화와 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 방안’(6월17일) 등은 모두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이다.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2018년 9월21일)이나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 방안에 따른 3차 신규 택지 추진 계획(2019년 5월7일), 수도권∙광역시 주택 전매제한 기간 강화(2020년 5월11일) 등은 보완책이라 치더라도, 11차례나 걸쳐 관계부처가 내놓은 합동 대책을 두고도 대책은 4번뿐이었다는 김현미 장관의 답은 선뜻 와닿지 않는다.

⃟장관의 자기 부정?

김현미 장관은 공급 방안과 주거복지 정책은 종합 대책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 출범 때부터 ‘무주택 서민의 주거복지를 위한 주택 공급’을 강조해온 터라, 이 두 가지는 부동산 대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사안이다.

김현미 장관의 취임사만 봐도 그렇다. 그는 2017년 6월26일 취임 일성으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월세 비율이 높아져 고통받는 서민들의 설움을 달래는 것이 최고의 정책 과제"라고 강조하고, "세대‧소득별 맞춤 정책을 통해 주거복지에서 소외당하는 계층이 없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했다. 덧붙여 "매년 17만 호의 공적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2022년까지 청년 임대주택 30만실, 신혼부부 임대주택 20만 호를 조속히 공급할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현 정부가 주거복지와 공급계획을 부동산 대책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인데, 장관 스스로 이를 대책이 아니라 하면 스스로 부정하거나 서민 주거복지에는 애초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는 셈이 된다.

⃟"작동 중인 대책 vs 거꾸로 가는 집값"

대책의 횟수는 차치하더라도, 대책이 목표로 하는 집값은 ‘다른 길’을 향하고 있다.

강남에 이어 서울 외곽 지역의 집값이 상승하고,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부동산 값이 따라 올랐다. 급등세를 보인 곳을 규제하면 아닌 쪽에서 튀어 오르는 ‘풍선효과’로 지방과 일부 지역을 빼곤 예전 집값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없다. ‘종합적으로 다 작동하고 있다’는 국토 장관의 말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30일 국회 예결특위전체회의에서 "정책이 잘 가고 있나"라는 이용호 의원의 질의에 김현미 장관은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나, 시장이 원하는 답이 아닌, 애매한 정치적 수사에 그친다.

질문의 요지는 ‘대책의 약발이 통해 부동산 가격이 안정을 찾았는가’였지만, 김 장관의 답은 ‘내놓은 대책이 계획대로 실행에 들어갔다’는 뜻일 뿐, 대책 취지대로 집값을 잡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담겨 있지 않다. 집값을 잡지 못했음을 ‘작동하고 있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돌린 것이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추가 대책을 예고할 정도로 집값은 여전히 통제권 밖이다.

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6월 마지막 주(6월 29일 기준) 서울 집값은 0.06% 오르며 전주(0.06%)와 같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강남3구인 강남구(0.03%)와 서초구(0.06%), 송파구(0.07%) 모두 상승세가 이어졌고, 서부선 경전철이 민자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영향을 받은 관악구(0.07%)와 은평구(0.07%)의 집값도 뛰었다. 9억원 이하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나타난 노원(0.08%)·도봉(0.08%)·강북구(0.10%)와 강동구(0.08%)도 집값이 올랐다.

전셋값도 53주 연속 오르며 지난주에만 전국 평균 0.12%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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