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틀어쥔 임대주택..개포동 아파트 한달 2억 폭등까지 [이슈&탐사]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2020. 6. 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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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깔아준 다주택 꽃길] ③모순 덩어리 임대사업자 대책


“대책이 나오면 겁을 먹어야 하잖아요. 개포동은 이미 투기지역이라 규제 받을 거 다 받고 있어요. 그런데도 ‘이제 대치동 못사니까 여기 사겠지’하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려요. 당연히 토지거래허가제에도 안 걸렸으니 투자할만한 곳으로 눈이 돌아가겠죠.” (개포동 A공인중개사 대표)

서울 삼성·청담·대치동에서 지난 23일부터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자 강남구 일대는 혼란에 잠겼다. 토지거래허가제에 묶인 지역에서는 시행 전날까지 마지막 매물을 찾는 수요로 전화통이 불이 났는데, 이후 그 열기는 제외된 주변 지역으로 옮겨갔다. 해당 지역 주택보유자들은 호가를 수억 얹어 부르기 시작했다.

은마아파트와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있는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 매도 호가는 한 달 전보다 2억원 정도 뛰었다. 전용 49㎡은 지난달 30일 11억75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22일에는 13억3000만원에 거래가 완료됐다. 현재 호가는 14억원까지 치솟았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당장은 관망세로 대책 발표 이후 거래는 크게 없다”면서도 “대치동이 묶여 그쪽에 갭 투자를 못하니 이쪽에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몰려들어 풍선효과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성원대치2단지에는 풍선효과를 키우는 또 다른 기제가 하나 더 존재한다. 바로 꽉 잠긴 임대사업자 보유주택이다.

풍선효과 키우는 임대주택
국민일보 취재결과 2017년 이후 강남구에 등록 전환된 임대사업자 보유 아파트 물량은 모두 5385개(지난 16일 기준)다. 이중 가장 많은 전환이 이뤄진 곳이 바로 성원대치2단지다. 전체 1758가구 중 398가구(22.5%)가 임대사업자 보유주택에 살고 있는데, 이중 321(80.7%)가구 정도가 2017년 5월 이후 전환된 임대사업자 물량이다. 전체 물량의 20% 이상이 최대 8년간 매물로 나올 수 없는 상태라는 의미다.


성원대치2단지는 1992년에 지어진 아파트지만 학군, 접근성 등 입지가 좋아 전세 수요가 꾸준하다. 지난달 서울시 리모델링 건축 심의도 통과해 투기세력이 몰려있는 단지다. 실거주 인원은 30%도 채 되지 않는다.

강남구 개포동, 수서동의 소형 아파트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수서 까치마을아파트는 1404가구 중 342가구(24.3%), 수서 신동아아파트는 1162가구 중 271가구(23.3%)가 임대사업자 보유 주택이다. 까치마을아파트는 238가구, 신동아아파트는 182가구가 2017년 이후 임대매물로 등록돼 매물잠김 현상이 심각하다. 이들 아파트는 강남구에서 2017년 이후 임대전환 숫자가 가장 많은 상위 5개 아파트에 포함됐다.

개포동 B공인중개사 대표는 “2017~2018년에는 대출 혜택이 좋아 근방 소형 아파트를 여러채씩 구매하는 30대 젊은이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이후 이들 아파트에선 가격 상승 기대감에 임대사업자가 아닌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매물을 내놓고, 현금부자들의 여유자금이 즉각 달라붙는 구조여서 실수요자가 설자리는 좁아들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없으니 가격은 자연스레 치솟고, 그 속도는 다른 곳보다 가파르다.

실제 까치마을에선 이달 초까지 8억원 중반대 거래가 됐던 전용 39m² 물량 호가가 11억원까지 올랐다. 신동아 역시 지난달 10억원 중반에 거래됐던 전용 49m² 물량 호가가 11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강남 3개동 규제로 주변 지역에 자본 이동이 발생하는 건 시장의 원리인데 임대주택 매물 잠김까지 겹쳐 주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임대사업자는 51만1000명으로 전국 156만9000호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돼있다. 서울 내 등록임대사업자는 18만5000명으로 등록임대주택은 50만4000호에 달한다.

30대 갭투자 수요 몰린 강남구 소형 아파트
강남구에서 임대주택 전환이 가장 많았던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에는 어떤 사람들이 몰렸을까.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성진(가명)씨 부부는 매매가 절반가량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사들인 30대 부부 중 하나다. 이들 부부는 2018년 여름 성원대치2단지의 전용 33.18㎡ 아파트를 7억8000여만원에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4억2000만원 가량 대출을 받아 자기 부담금은 3억6000여만에 불과했다.

이 아파트는 소형평수로 사업자 등록 시 세제 혜택이 컸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80% 적용을 받아 갭투자에 적합했다. 김씨 부부는 아파트 구입과 동시에 임대주택을 등록하면서 취득세와 재산세를 면제 받았다. 당시 해당 평수는 전세가 3억원대, 월세의 경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90만원에 형성돼있었다. 현재 해당 면적 아파트의 실거래가(지난 6일 기준)는 8억9800만원이다. 2년 만에 1억1300만원이 오른 것이다. 최근 호가는 10억을 넘었다.

2017년 5월 이후 성원대치2단지에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한 매수자들의 나이는 40대 이하가 28.8%에 달한다. 일반인들이 40% 대출 규제를 받고 있을 때 최대 집값의 60% 이상을 대출받은 임대사업자도 9명 확인됐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임대등록사업자제도를 이용한 매수자도 있었다. 임대사업자가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자녀가 대출을 크게 받아 아파트를 구매하도록 한 뒤 자녀가 직접 이자만 충당하게 하고 부모가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식의 편법이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30대 자녀에게 집을 사주고 싶은 부모가 갭투자로도 부족한 금액을 채워주려는 경우가 많다. 9·13 대책 이전까지만 해도 대출을 최대 80% 받으면서 이자만 내면 됐으니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이 제도를 많이들 이용했다”고 말했다.

전웅빈 김판 임주언 박세원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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