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규제라면 서울살이"..금·관·구·노·도·강 신고가 랠리
전세난에 매매수요로 전환했다는 분석도
반면 규제지역 된 청주 등 투자자 빠지며 상승폭 꺾여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문제원 기자] 6ㆍ17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에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금관구(금천ㆍ관악ㆍ구로)ㆍ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을 중심으로 역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역으로 서울 중위권 아파트 가격을 상승시키는 모멘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청주 등 새롭게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수도권 일부와 지방의 경우 투자자가 빠져나가며 급격히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다.
26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6월 넷째 주 금천(0.04→0.07)ㆍ관악(0.05→0.06)ㆍ노원(0.05→0.08)ㆍ강북(0.06→0.07)의 매매가격 상승 폭이 전주 대비 일제히 커졌다. 구로(0.11→0.11)와 도봉(0.05→0.05) 역시 전주와 상승률은 같지만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른바 '금관구ㆍ노도강'으로 묶이는 이들 지역에는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집값 상승 분위기는 최근 지속되는 신고가 행진에서도 나타난다. 관악구에서는 지난 18일 남현동 예성그랑펠리체 83㎡(전용면적)가 8억73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봉천동 관악파크푸르지오 84㎡ 역시 지난 17일 8억4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봉천동 공인 관계자는 "아직 실거래가 등록이 안됐지만 며칠 전 8억5000만원에도 거래됐다"며 "9억3000만원까지 부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로구에서도 지난 19일 구로동 태영타운 59㎡가 역대 가장 높은 8억4800만원에 팔렸다. 지난 4월 7억8000만원에서 불과 2개월 만에 7000만원 가까이 뛴 것이다.
지난달부터 매매가격 하락ㆍ보합 등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금관구ㆍ노도강의 집값에 다시 불을 붙인 것은 6ㆍ17 대책이다. 지난해 12ㆍ16 대책 풍선효과로 부동자금이 급격히 유입된 경기 수원, 안양, 구리, 군포, 용인수지ㆍ기흥, 인천 연수ㆍ남동ㆍ서구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자 같은 규제를 받지만 입지가 좋은 이 지역으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일종의 역풍선효과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됐으니 그럴 바에는 서울로 가겠다고 한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 역시 "경기도, 인천 등의 규제 강화는 서울 규제 약화라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면서 "이 중에서도 대출규제가 비교적 약한 중저가 아파트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 금관구 노도강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전세난으로 집 구하기에 실패한 실수요자들이 이 지역 매매로 노선을 바꿨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전세가 나오려면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거나 기존 매물을 전세로 둬야 하는데 모두 막혔다"며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 등에서 전세를 못 구한 사람들이 가격 차이가 없는 금관구ㆍ노도강 매매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 17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청주의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청주 아파트값은 이번 주 0.46% 오르며 최근 7주 사이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규제지역 포함 직전 상승률 1.08%에 비하면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실제 청주 대장주로 꼽히는 흥덕구 복대동 두산위브지웰시티2차 80㎡의 경우 지난 3일 5억9900만원에 거래되며 1년 전에 비해 2억5000만원 정도 올랐지만 최근엔 다시 5억원 초반대로 떨어졌다. 복대동 공인 관계자는 "최근 한창 오를 때 집주인들이 6억원 초반까지 호가를 불렀지만 대책이 나온 직후 50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청주와 인천, 대전 등 규제지역에 포함된 곳들에선 정부의 무리한 규제로 집값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인천 검단신도시 C공인 대표는 "최근 인천 일부 지역의 가격이 급등하긴 했지만 송도나 청라, 구도심 재개발 신축 분양 등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정상화되는 수준이었다"며 "정부가 이곳을 조정대상지역도 거치지 않고 바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자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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