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마진거래-레버리지 10배..90%가 잃는 '개미의 무덤'

류지민 2020. 6. 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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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을 예측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신개념 재테크’ ‘방향만 맞추면 2배 수익’ ‘다시 소생할 수 있는 기사회생의 기회’.

최근 인터넷 블로그와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사설 FX마진거래’의 홍보 문구다. 누구나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를 유혹하지만, FX마진거래는 위험도가 매우 높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다. 더욱이 합법을 가장한 사설 FX마진거래의 경우 환율 등락에 판돈을 거는 ‘홀짝 도박’에 가까워 주의가 요구된다.

도대체 ‘FX마진거래’가 뭐길래 사설 거래소까지 등장할 정도로 기승을 부리는 걸까.

버블 경제가 붕괴된 1990년대 이후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이라 불리는 투자자들이 등장했다. 와타나베는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姓)으로, ‘김 씨 부인’이나 ‘강남 엄마’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편 월급으로 가계 살림을 담당했던 가정주부들이 일본의 저금리를 바탕으로 외환 투자에 나서면서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국제 금융거래를 했는데, 글로벌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기도 해 주목받았다. 당시 와타나베 부인이 주로 활용한 외환 투자가 바로 FX마진거래다.

FX마진거래는 서로 다른 통화 간의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도록 설계된 일종의 환차익 거래다. 두 나라 통화를 실시간으로 사고팔아 차익을 얻는 외환거래의 한 방식. 원래는 합법적인 파생상품 투자다. 예를 들어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달러를 사는 동시에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엔화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특정 해외 통화의 변동성을 예측해 두 종류의 통화를 동시에 매매한다.

국내에서는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제도권 금융회사(투자매매업·투자중개업 인가업체)’를 통해서만 거래를 할 수 있다. 계약의 기본 단위는 기준 통화(달러·유로·엔화 등) 10만 단위며, 거래금의 10%를 개시 증거금으로 예치해야 한다. 1만달러(약 1200만원)를 국내 선물회사나 중개업체에 맡기면 레버리지를 활용해 그 10배인 10만달러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다. 높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한 방’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FX마진거래로 몰리고 있다.

FX마진거래의 가장 큰 특징은 레버리지 효과다. 레버리지 비율이 10배에 달하다 보니 환율이 5%만 움직여도 방향을 맞췄다면 원금의 50% 수익을 낼 수 있다. 양방향 거래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개인 공매도가 막혀 있어 지수 인버스 ETF를 제외하면 하락에 베팅할 수 없지만, FX마진거래는 환율이 오르는 방향으로 걸 수도 있고 떨어지는 방향으로도 걸 수 있다. 예측이 맞아떨어지기만 한다면 세계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관계없이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매매가 즉각적으로 이뤄진다는 것도 장점이다. FX마진거래 시장 규모는 1일 거래금액이 3조달러가 넘는다. 전 세계 주식시장 일일 거래량의 100배를 웃도는 규모. 전 세계에서 가장 자금 흐름이 큰 금융시장이다. 엄청난 양의 거래가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내가 팔고 싶을 때 혹은 사고 싶을 때 수 초 만에 현재가로 거래가 체결된다.

▶환율 변동성 커지자 불법 거래소 기승

방향 잘못 예측하면 ‘깡통계좌’ 위험

외환 변동성·손익구조 충분한 이해 필요

반면 단점도 명확하다. 큰 레버리지는 투자 방향이 틀렸을 경우 작은 환율 변동만으로도 강제 청산을 당해 전액 손실을 보고 ‘깡통계좌’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자동 주문 시스템은 환율이 얼마 이상 떨어지면 자동 청산하는 옵션을 거래하는 사람이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발생해 환율이 크게 출렁이는 상황에서 설마 하는 순간 마진콜을 보게 되는 일이 적잖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X마진거래는 주식처럼 사서 그냥 묵혀놓는 식으로 투자하면 안 된다. 실시간으로 글로벌 이슈와 세계 증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이 하기에는 피로도가 상당한 투자상품”이라고 말했다.

수수료도 감안해야 한다. FX마진거래는 주식거래에 들어가는 중개수수료나 거래세가 없는 대신 스프레드(사고팔 때의 가격 차)와 롤오버 수수료가 있다. 스프레드는 외화를 살 때 환율(매수 호가)과 팔 때 환율(매도 호가)의 차이를 말한다. 환전수수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운데, 통상 FX마진거래를 중개하는 금융사는 자신의 수익까지 스프레드에 녹여 제시하기 때문에 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스프레드가 낮은 금융사를 택하는 것이 좋다.

FX마진거래는 매매 방법 자체는 10분이면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외환 변동성이나 손익구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험이 없다면 개인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실제 FX마진거래를 하는 개인투자자의 약 90% 이상이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정된다. FX마진거래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은 대부분 스프레드보다 조금이라도 이익이 나는 것이 감지되면 바로 거래를 하는 자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적더라도 꾸준히 이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대부분의 개인은 감에 의존하는 ‘묻지마 투자’가 주를 이룬다. FX마진거래가 ‘개미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4호 (2020.06.24~06.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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