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민·관협업이 낳은 성공적인 K방역 설비 '자동화 선별진료소'

김재중 선임기자 2020. 6. 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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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방호장비 없이 안전하게 검사·냉난방 시설 갖춰 쾌적..전국 문의전화 쇄도·해외 수출도 준비
송종운 대표와 광주 광산구보건소 직원들이 자동화 선별진료소 제작을 위한 협업회의를 하고 있다. 광산구 제공

지역사회의 민·관 협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더운 날씨에도 최일선에서 수고하는 의료진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자동화 선별진료소’를 개발하는 원동력이 됐다. 또 하나의 성공적인 K방역의 개가였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2동에서 에너지절약 하우스를 맞춤형으로 제작해주는 ‘이-솔테크’ 송종운 대표는 얼마 전까지 막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호주·뉴질랜드 등의 수출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행사가 취소되며 내수시장도 얼어붙었다. 앞이 캄캄했던 송 대표에게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컨테이너가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그곳에서 시민의 건강을 위해 방호장비로 중무장한 채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곧 여름이 올 텐데, 그땐 이 분들 어떻게 일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송 대표는 무릎을 쳤다. 건물이나 구조물 안팎의 공기 흐름·압력 제어와 에너지 절감 기술에 자신 있었던 그는 ‘의료진이 방호장비 없이 안전하게 검사하고, 더위와 추위에도 끄떡없는 전천후 선별진료소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어 의료진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코로나19를 돌파할 신제품도 만들어내자고 결심했다.

송 대표는 4월 17일 광산구보건소에 회사 제품 목록을 보내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광산구는 이에 반색하며 화답했다. 같은 달 21일 광산구 공무원들은 업체를 방문해 송 대표와 첫 협업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5월 5일과 6월 11일 협업회의가 두 차례 더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광산구는 광주광역시에서 최초로, 코로나19와 싸우며 쌓아온 경험을 송 대표와 공유했다. 코로나19 검체 채취 의료인 동선, 감염 위험 요소 등 그간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며 겪었던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새로운 시설을 설계하는데 반영됐다.

여기에 광주테크노파크는 구조물 내압 연구개발 지원으로, 전자부품연구원은 공기 관련 실험으로 협조를 더했다. 맞춤형 음압기를 개발한 광주시 북구 제조업체 ㈜센도리 등 11개 지역업체도 송 대표의 새로운 시도를 거들었다.

마침내 17일 광산구가 구청 앞마당에서 선보인 ‘자동화 선별진료소’는 이렇게 지역사회의 민·관 협업으로 탄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사회 화두로 제기된 ‘안전’과 ‘경제’를 모두 아우르는 취지로 개발돼 벌써부터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자동화 선별진료소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의료진과 방문자 공간을 완벽하게 분리하고 의료진 공간은 양압으로 방문자 공간은 음압으로 유지해 감염병 확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등 안정성을 높였다. 이런 조치로 의료진은 더 이상 레벨D 방호복·N95마스크·고글 같은 방호장비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

둘째,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계절에 상관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냉난방시설을 갖춘 에너지 절감형 모듈하우스로 제작됐다. 이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재 유행 대비 선별진료소 설치·운영 계획’ 중 ‘선별진료소 하절기 운영수칙’에 부합하고 친환경시설이라는 장점도 있다.

셋째, 디자인 차별화로 구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선별진료소는 일반·음압텐트와 컨테이너 3개의 시설로 구성돼있어 시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었고, 폭우·강풍에도 취약했다.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된 광산구 자동화 선별진료소는 기존 시설의 문제점을 해소함과 동시에 시민에게 보기 좋은 구조물로 인식되고 있다.

송 대표는 “현재 뉴질랜드·싱가포르·러시아·스페인 등과 수출을 위해 접촉 중이다. 국내에서는 끊임없이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집중된 수요를 대비해 7~8개 지역 공장과 협의를 거쳐 생산라인을 확보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삼호 광산구청장은 19일 “모두가 어려운 시대, 지역사회의 협업이 안전과 경제 분야에 얼마나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싶다”며 “혁신적인 선별진료소를 전국 지자체에서 도입할 수 있도록 돕고, ‘한국형 진단키트’에 이은 K방역의 신기술로 전 세계에 전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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