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광주·전남 대학 등록금 환불

광주=장선욱 기자 2020. 6. 17.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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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교수 십시일반 모금한 코로나19재해지원기금 1억6000만원 장학금 지급 결정


광주·전남지역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감면·환불 여부를 둘러싼 깊은 고민에 빠졌다. 건국대가 지난 15일 올 2학기 등록금 일부를 대학 최초로 감면하겠다고 나선 데다 지역 학생·학부모들까지 일제히 환불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7일 각 사립대학에 따르면 등록금 2학기 감면 또는 1학기 환불을 결정한 지역 대학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대다수가 국민정서를 감안해 어떤 형태로든 학생·학부모들과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3월 개강 때부터 등교수업 대신 비대면 온라인 강의만 받아온 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받는 게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이다.

‘전국총학생회협의회(전총협) 준비위원회’에 참여한 광주·전남 15개 대학 총학생회는 이날 “1학기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교내 공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시설적·행정적 서비스가 사라지는 등 학습권을 종전처럼 보장받지 못했다”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전총협 준비위 소속 대학은 광주가 조선대 광주대 호남대 남부대 광주여대 송원대 동강대 등 7곳, 전남이 목포대 순천대 동신대 초당대 세한대 전남도립대 전남과학대 목포과학대 등 8곳이다.

광주·전남지역 상당수 학부모들도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 측면은 이해하지만 수업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고 전공과목 등의 실험·실습도 크게 줄었다”고 등록금 반환 움직임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지역 주요 사립대들은 수입·지출 등 재정현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정상 수업을 받지 못한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돌려주거나 장학금 혜택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방안을 저마다 고심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대의 경우 지난 4월24일부터 교수평의회 소속 교수와 민영돈 총장을 비롯한 보직자 등 200여명이 자발적으로 모금한 ‘코로나19 재해지원기금’ 1억6000여만원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 대학은 총학생회, 장학팀 직원들과 함께 최근 잇단 대책회의를 열고 어떤 학생들에게 장학혜택을 줄 것인지 구체적 선발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평생교육원 수강료 9억6000만원, 기숙사 9억원, 주차장 2억원, 임대료 1억원 등 학교 재정수입이 예년에 비해 26억7000만원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재정 압박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 중국인 유학생 등록금 수입도 예년 14억여원에서 올해는 8억여원으로 6억원이나 감소했다.

다른 사립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0년대 이후 10년 가까이 동결된 등록금의 대폭적 감면·환불은 어렵지만 정부의 별도 지원방안 등 추이를 봐가며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방침이다. 광주대와 호남대 등은 대학혁신지원사업비의 용도 제한이 풀릴 것을 기대했으나 교육부가 “등록금 반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부정적 의견을 고수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혁신사업비 돌려쓰기를 허용하더라도 사전에 이를 받은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의 양극화·형평성 논란도 걸림돌이다. 교육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의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143개 4년제 대학에 7528억원 수준이다.

지역 대학들은 대체적으로 학교별 재정 상황이 천차만별인데 획일적 비율의 등록금 감면·환불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더군다나 막대한 방역비에다 온라인 강의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는 데도 그동안 적잖은 비용부담을 떠안아 ‘이중고’를 겪고 있는 마당에 큰 폭의 등록금 환불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주·전남지역 대다수 사립대학 등은 “학생들에게 특별장학금을 최대한 주고 싶지만 향후 더욱 열악해질 학교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김혁종 광주전남대학총장협의회장(광주대 총장)은 “혁신사업비 전용 여부에 대한 정부의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따른 학생·학부모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대학재정도 감안하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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