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그는 아이디어맨일까, 마음 흔드는 사기꾼일까

현예슬 2020. 6.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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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현예슬의 만만한 리뷰(85) 영화 ‘위대한 쇼맨'
코로나19 여파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점점 줄어들자 개봉 예정이던 신작 영화들도 하나둘씩 속속 연기되었습니다. 이에 영화계에서는 코로나 이전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영화를 재개봉하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이 영화도 3년 전 개봉했고, 지난달 21일 재개봉한 영화입니다. 현재 조용히 박스 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죠.

당시 영화 ‘레미제라블'로 골든디스크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휴 잭맨이 또 한 번 도전한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미국의 실존 인물, 사업가이자 정치가였던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입니다.

미국의 실존 인물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위대한쇼맨’에서 바넘 역을 맡은 휴 잭맨.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9세기 미국, 가난한 양복쟁이의 아들로 태어난 바넘(휴 잭맨 분)은 아버지를 따라 상류층의 양복을 짓기 위해 집에 찾아갑니다. 이때 바넘은 그 집의 딸인 채러티(미쉘 윌리엄스 분)와 처음으로 만나게 되죠. 서로에게 묘한 끌림을 느끼던 그들은 부모들 몰래 사랑을 키워 나가지만, 그 사랑을 좋게 볼 리 없던 채러티의 부모는 그녀를 멀리 떨어진 기숙학교로 보내버리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성인이 될 때까지 그들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고, 바넘은 마침내 채러티에게 청혼하죠. 가난 때문에 금방 돌아올 거라는 부모의 우려에도 사랑스러운 두 딸과 함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가난은 쉽게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는데요. 바넘의 직장이 파산하게 되면서 먹고 살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뛰어난 상상력과 남다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던 바넘은 어렵게 은행 대출을 받아 처음으로 ‘바넘의 호기심 박물관'을 개관하는데요. 목이 긴 기린 박제와 단두대 등 신기한 물건들을 채워 넣었지만 관객들의 눈길을 끌진 못했습니다. 이때 딸이 한 이야기에 생각을 바꾸게 되죠. “박물관에 너무 죽은 것들이 많아요”

바넘은 은행에 갔을 때 봤던 한 남자를 떠올립니다. 왜소증인 남자는 어딜 가든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요. 부모조차 인정해주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지내던 그를 설득해 무대로 끌어냅니다. 이후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여자와 츄바카처럼 온몸에 털이 난 남자, 거인처럼 키가 큰 남자 등 특별한 모습 때문에 소외당했던 사람들이 모여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쇼가 펼쳐집니다.


‘라라랜드' 제작팀 참여, 귀를 사로잡은 음악

전작 ‘하이스쿨 뮤지컬'과 ‘헤어스프레이'로 뮤지컬 영화에서 탄탄한 실력을보여준 필립 역의 잭 애프론(좌)과 그의 상대역으로 나온 앤 역의 젠 데이아(우). 두 사람은 공중 곡예 역을 안전장치 없이 소화했다.


뮤지컬 영화하면 뭐니뭐니해도 음악인데요. 위대한 쇼맨의 OST는 ‘라라랜드'의 제작팀이 참여했습니다. 힘찬 도입부로 많은 예능에서 배경으로 쓰이는 The Greatest Show나 극 중 제니 린드의 솔로곡 Never Enough 등은 하나의 공연을 보는 것처럼 완성도 높은 장면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This is me라는 곡은 그해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의 OST Remember me를 제치고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주제가상을 받았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키겠다'는 내용의 가사와 퍼포먼스에서 관객들이 전율하게 되는데요. 이런 음악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영화의 OST는 2018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곡들에 관객들이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레미제라블'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던 휴 잭맨과 더불어 ‘하이스쿨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로 뮤지컬 영화에서 탁월한 춤과 노래를 보여준 필립 역의 잭 애프론. 마지막으로 가수로도 활동 중인 앤 역의 젠 데이아는 와이어 없이 멋진 공중 곡예를 선보였습니다. 우리에겐 ‘스파이더맨'의 여자친구로 앞으로 또 어떤 배역으로 등장할지 기대되는 배우죠.


틀리다, 다르다를 넘어선 특별함

평범하지 않은 것을 틀리다, 다르다라고 말하지 않고 특별하다고 말해주는게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다. 사진은 영화 OST The Greatest Show를 부르는 한 장면.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틀리다, 다르다를 넘어선 특별함이었습니다. 극 중 바넘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세상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을 모아 무대에 올리는데요. 그들의 모습을 틀린 것, 다른 것이 아닌 특별함으로 보고 그 특별함을 세상에 보여주죠.

물론 처음에는 순수한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사업가이기 때문에 그들이 돈이 되겠다 싶어 뛰어들었겠지만,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 그들이 서로 진심으로 걱정하고 위로하며 단단해지죠.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했지만 사실을 많이 미화했다는 점에서 평단의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이기도 한데요. 실제 P. T 바넘은 쇼에 등장하는 80대 여성을 160살로 둔갑시켜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간호사"라고 속이는가 하면, 코끼리가 죽자 이야기를 꾸며내 돈을 벌고 그 코끼리의 사체를 박제해 전시하는 등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죠. 영화에서도 침몰해 없어진 배를 담보로 돈을 빌리거나 단원들의 모습을 과장하는 등의 장면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영화는 단순히 영화로만 보는 게 좋겠죠.

이 영화가 재개봉해서 좋은 점은 요즘 사운드가 특화된 영화관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인데요. 속이 뻥 뚫리는 음악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시길 바랍니다.

■ 위대한 쇼맨

영화 '위대한 쇼맨' 포스터.

감독: 마이클 그레이스
각본: 제니 빅스, 빌 콘돈
출연: 휴 잭맨, 잭 에프론, 미셸 윌리엄스,
젠데이아 콜먼
음악: 존 데브니, 조셉 트래패니스
장르: 뮤지컬, 드라마
상영시간: 104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2017년 12월 20일
(2020년 5월 21일 재개봉)

중앙일보 뉴스제작1팀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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