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바닥친 서울 집값, 대장주는 그새 몸값 8억 뛰었다
담보대출 금지 15억 초과 거래 비중 늘어
코로나 영향 속단하기는 일러
올해 들어 아파트 최고 실거래가가 지난 4월 말 73억원이다. 국내 최고가 단지의 하나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0㎡(이하 전용면적)다.
240㎡의 73억원은 2011년 준공 이후 이 주택형에서 거래된 가장 높은 금액이다. 지난해 정부의 12·16부동산대책이 나오기 전 11월 71억원에서 73억원으로 2억원 올랐다.
이 주택형의 올해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이 52억원이다. 정부가 밝힌 현실화율(80%)을 적용하면 시세가 65억원이다. 올해 들어 몸값이 8억원 오른 셈이다.
이 아파트의 소형인 59㎡가 지난달 초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0월 20억원을 넘은 20억2000만원에서 지난 3월 20억6000만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오름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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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가 73억원
지난해 말 12·16대책 파장과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안이 주택시장에 가져온 충격이 걱정보다 덜하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는지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수치상으론 서울 아파트값이 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16대책 이후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이 지난 1월 하순 하락세로 돌아섰고 서울 전체 평균도 지난 3월 하순부터 ‘마이너스’다. 지난주까지 강남이 19주째, 서울 평균이 10주째 연속 내림세다.
12·16대책에 코로나19까지 겹친 잇단 악재에도 하락 폭이 큰 편은 아니다. 지난달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5개월간 강남권 아파트값이 자치구에 따라 1.1~1.8% 내렸다. 지난 2월 이후 3개월간 서울 전체론 0.2%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개월간 강남권 아파트값이 7.5~8.3% 떨어졌다. 2018년 9·13대책 이후에도 3개월간 강남권이 7.7~9.7%, 서울 전체가 7.0% 각각 내렸다.
위축되던 매매가 다시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 건수가 3017건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4월 거래량이다. 강남권이 370건으로 지난해 4월(644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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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거래량 역대 최저
지난달 건수가 2일까지 신고된 건수(2875건)로 추정해보면 5000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과 2019년 5월엔 각각 4500건 안팎이었다.
실거래가격 추이를 봐도 바닥을 치고 오르는 모양새다. 국민주택 규모인 84㎡ 기준으로 자치구별로 지난달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의 가격 추이를 조사했다. 서울 25개 구 중 15개 구의 지난달 거래가격이 지난해 12·16대책 이전 고점을 넘어선 역대 최고가다.
강북구 미아동 송천센트레빌 84㎡가 지난해 11월 8억1700만원에서 지난달 9억7800만원으로 1억6100만원 상승했다. 종로구 경희궁자이 84㎡의 지난달 거래가격이 16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12월 15억원보다 1억2000만원 높다.
지난해 12월보다 내린 곳은 강남권과 용산 등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가 지난해 12월 31억7000만원에서 지난달 28억7000만원으로 3억원 낮아졌다.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 84㎡가 지난해 11월 17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1억5000만원 낮은 16억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실거래가가 내린 지역도 계속 내리막보다 다시 오르는 분위기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84㎡가 지난해 12월 30억원에서 지난 4월 26억원대까지 내려갔다가 지난달 28억2000만원으로 올라갔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84㎡가 지난해 12월 21억원에서 지난달 20억원으로 거래가격이 1억원 내렸어도 지난 3월 18억원대까지 하락한 뒤 상승한 금액이다.
집값이 앞으로 ‘V’자, 그것도 깊이가 당초 우려보다 얕은 모양의 반등을 할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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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V'자 반등하나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잇따른 공급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불안 심리가 여전히 많다. 코로나19가 반드시 극복돼 경제가 정상화할 것이란 믿음이 강하다. 실물 경제에 앞서 움직이는 주가가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잇단 고강도 대책 이후 하락했다 다시 오른 집값 ‘학습효과’도 작용한다.
시중에 돈이 넘친다. 최근 수십억원대 서울 성동구 뚝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미계약분 추가 모집을 보면 시중 부동자금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 난다. 17억~37억원 3가구 모집에 수도권에서 26만여명이 신청했다. 당첨자 발표 후 하루 만에 10%의 계약금을 내야 하는데 당첨자 3명 중 2명이 바로 계약했고 나머지 한 명이 계약하지 않아 예비 1번이 계약했다. 신청자 3분의 2는 여윳돈이든 즉시 마련할 수 있는 돈으로 계약금 1억7000만~3억7000만원을 가진 셈이다. 357조원이다.
담보대출이 금지돼 자기 돈으로 사야 하는 15억원 초과 주택의 거래가 다시 늘고 있다. 실거래 15억원 초과의 비율이 지난해 12·16 이전 10~12월 9.5%에서 올해 1~4월 4.6%로 줄었다가 지난달 9.5%로 많이 늘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거래된 15원 초과 아파트 1339가구의 총 거래금액이 2조8500억원이다. 가구당 21억3000만원이다.
기준금리가 더 낮아지며 대출이자 부담이 확 줄었다. 이자가 줄면서 DTI(총부채상환비율)이 낮아지게 돼 대출 원금을 더 늘릴 수 있다.
하늘을 찌르는 청약 경쟁률과 역대 최저의 미분양 등 달아오른 분양시장도 주택시장에 훈기를 준다.
전셋값 강세는 집값 버팀목이다. 과거 금융위기 등 이후엔 전셋값도 하락하며 집값을 끌어내렸지만 지금은 전셋값이 강세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누적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3%로 2015년 이후 최고다. 강남권이 1.8~3.3%로 서울 전셋값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전세 덕에 덜 떨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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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세지는 규제
하지만 앞으로 시장을 낙관만 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19가 잡히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 요즘 수도권이 코로나19 비상이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나더라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하반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 코로나19 후폭풍에서 주택시장은 뒤쪽에 서 있다. 자영업자가 대출을 갚지 못하고 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실직과 급여 감소가 늘어나면 급매물, 경매가 증가하며 집값 힘이 빠진다.
최근 거래 증가와 가격 회복 분위기가 ‘반짝 장세’로 그칠 수 있다. 정부가 6월 말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면서 다주택자 저가 매물이 증가하고 소화됐다.
정부가 지난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종부세 강화 등을 새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주택시장 규제의 고삐를 더욱 죄는 것도 섣부른 기대를 경계해야 할 이유다.
시장은 작은 등락을 거듭하며 움직인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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