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최저점 대비 주가 3배 올랐다..'코로나 집콕' 뜻밖 수혜주

이소아 2020. 6.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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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 사는 박진호(48) 씨는 최근 부쩍 소파와 서랍장, 조명 등 인테리어 제품 구매에 들이는 지출이 늘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조명 하나, 소품 하나만 바꿔도 분위기가 확 바뀌어 재미가 쏠쏠하다”며 “온라인 쇼핑몰이나 중고거래 사이트만 잘 들여다봐도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가구들을 많이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충격에도 몸값 뛰는 가구주(株)
국내 가구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매출 상위 5개 가구사인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퍼시스·에이스침대 시가총액은 2일 기준으로 연초 이후 31.5% 상승해, 같은 기간 4% 하락한 코스피와 대조를 이뤘다.

국내 가구 기업 1, 6월 시가총액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올해 들어 최저점 대비 2일 주가만 봐도 한샘은 9만5000원으로 2배, 현대리바트는 1만6200원으로 3배 가까이 올랐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부 활동이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집 꾸미기 수요가 늘어난 게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크게 오른 주가는 실제 거래로도 증명된다.


올 판매액 14% 증가, 첫 두 자릿수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국내 가구 소매 판매액은 857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4% 늘었다. 1월부터 보면 누적 판매액이 전년 동기대비 14% 늘어났는데,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자릿수를 기록했던 연 성장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간 것이다.

업체들의 매출도 뛰었다. 전통적인 이사철(2~3월)이 아닌 4~5월에도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어 눈에 띈다. 한샘의 경우 집에 거주하면서 욕실·중문·가구 등을 교체하는 부문인 패키지 매출이 코로나 이전인 올 1월 대비 3월에 194.9%, 4월에 95.7% 늘어났다. 현대리바트 역시 5월 들어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B2C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현대리바트 1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집콕 엄지족’ 온라인으로 큰 가구 산다
특히 언택트(비대면) 선호 현상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가구를 사는 일이 흔해졌다. 지난 5월 말 기준 구글플레이 마켓의 부동산·홈인테리어 카테고리에서 인기 애플리케이션(앱) 1위는 인테리어 가이드와 정보를 제공하는 ‘오늘의 집’이었다. ‘한샘닷컴’의 5월 온라인 인테리어 상담 건수는 1월 대비 두 배 이상(102.2%) 늘었고, 현대리바트의 온라인 매출도 3~5월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다. 엄익수 현대리바트 B2C 사업부장(상무)은 “이사 철이 아닌데도 매출이 늘고 있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온라인 가구 시장 공략을 위해 이르면 올해 결제와 제품 검색 기능을 강화한 통합 온라인몰을 신규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리바트 온라인몰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레가토 리클라이너 소파. 사진 현대리바트


집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구 크기가 커진 것도 특징이다. 초등학교 2학년과 6학년 자녀를 둔 김미향(46) 씨는 “재택근무를 할 때나 아이들이 숙제할 때나 주로 식탁을 이용하게 된다”며 “가족은 4명이지만 6인용 식탁을 들여놨다”고 말했다.

가구 업계는 3월 이후 판매된 식탁·소파 가운데 6인용 이상 대형 식탁과 리클라이너 소파 등 편하게 쉴 수 있는 기능성 소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E제로(E0)’는 대세가 됐다. E0는 환경부가 유해물질 방출량을 기준으로 매긴 환경인증 중 가장 친환경적인 등급에 속한다.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를 필두로 퍼시스와 현대리바트가 모든 가구에 E0등급 자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최근 한샘과 에넥스도 이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연평균 8% 성장하며 세계 인테리어 시장 성장세(연평균 5%)를 웃돌 전망이다. 김미송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데다 국내 주택의 절반 정도가 노후 주택이라 앞으로도 리모델링 수요가 뒤따를 것”이라며 “현재 약 36조원(가구 16조원, 리모델링 20조원)으로 추정되는 시장 규모가 올 연말엔 41조5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소아·강기헌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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