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판단하'의 띄어쓰기

이은희 2020. 6. 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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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비를 맞았다. 수도권의 방역 강도가 한층 강화됐다. 물류센터를 고리로 이어지는 확산세를 막기 위해서다.

“1∼2주가 코로나19의 중대 고비라는 판단하에 14일까지 수도권 내 다중시설의 운영을 중단한다.” “등교를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하에 3차 등교를 강행하되 밀집도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잇따르는 정부 발표를 보며 ‘판단하’의 띄어쓰기가 궁금하다는 사람이 많다. 포털 검사기에선 ‘판단하’로 붙이라고 하는데, 한글 파일에서는 ‘판단하’로 붙이면 빨간 밑줄이 그어진다며 무엇이 옳은지 묻는 이도 있다.

‘판단 하’로 띄어쓰기 쉽지만 ‘판단하’로 붙이는 게 바르다. ‘하(下)’를 명사로만 생각하고 띄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이때의 ‘-하(下)’는 접미사다. 그것과 관련된 조건이나 환경의 뜻을 더한다. ‘식민지하, 지배하, 원칙하, 주관하, 지도하, 인솔하, 전제하, 상황하, 일념하, 통제하’도 모두 붙여야 한다.

‘-하(下)’는 아래 또는 아래쪽이나 밑의 의미를 더하는 접미사로도 쓰인다. 국립국어원에서 2017년 심의를 거쳐 표준국어대사전 정보를 수정했다. “선반하 적치 금지” “교각하 추락 주의”처럼 이때의 ‘-하’도 앞말에 붙이도록 바꿨다. 단순히 ‘선반 아래’ ‘교각 아래’란 단어들의 배열을 떠올려 ‘선반 하’ ‘교각 하’와 같이 띄어선 안 된다.

명사 ‘하(下)’도 있다. 품질이나 등급을 둘 또는 셋으로 나눌 때의 맨 끝을 이르는 말이다. “옛날에도 관리들에 대한 인사고과가 있어 가장 아래 등급인 ‘하’를 받으면 파직당하기도 했다”처럼 사용한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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