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미술관'인 고흥의 섬
[오마이뉴스 추광규 기자]
계절의 여왕이라는 푸르디 푸른 5월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되어 있다고 하지만 움츠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지난 주말 고흥반도에서 5월의 나들이를 즐겼다.
▲ 고흥과 소록도 그리고 거금도를 잇는 거금대교는 8년전인 2012년 완공됐다. |
ⓒ 추광규 |
코로나19 때문에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서글픈 역사의 소록도를 지난 후 거금대교를 건너 거금도 신양 선착장에 도착했다. 맞은편에 연홍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도선배를 탄지 수분 만에 연홍도 선착장에 닿았다. 자그마한 섬에 내리니 푸근한 여인네의 가슴에라도 기댄 것처럼 기분 좋은 느긋함이 적셔온다.
연홍도는 섬 속에 미술관을 가진 국내 유일의 섬이라고 한다. 면적 0.55㎢, 해안선 길이 4㎞에 가구 수도 60여 가구에 불과하다.
도선배에서 같이 내린 나이 지긋한 마을 어르신은 부둣가에서 장애인용 전동스쿠터로 갈아탄 후 능숙하게 운전해 마을 안쪽으로 사라져 갔다.
부둣가를 벗어나니 이곳이 유명 관광지임을 나타내듯 안내판이 반긴다. 성수기에는 느긋한 여행과는 거리가 멀 듯한 분위기다.
▲ 프로레슬러 김일 백종호 노지심은 모두 고흥 출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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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판을 벗어나 조금 걸어 들어가니 고흥 출신의 박치기왕 김일의 역동적인 모습이 타일에 새겨진 게 인상적이다. 마찬가지로 고흥 출신인 영화 <반칙왕>의 주인공 백종호와 프로레슬러 노지심의 모습도 함께하고 있다.
일행중 한 명이 거금도의 역사를 늘어놓는다. 거억금도. 클 거(巨)에 억 억(億), 쇠 금(金) 자를 쓴다고 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0년대 거금도는 남해안 섬 중에서 비교적 일찍 전기가 들어왔다고 했다.
김일 선수가 청와대를 방문해 소원을 묻는 박 대통령의 말에 자신의 고향인 거금도에 전기가 들어왔으면 한다는 요청을 했고 또 이를 흔쾌히 받아 줬기 때문이란다.
▲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 추광규 |
▲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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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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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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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곳곳에 놓여 있는 미술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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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조형물은 결코 아니다. 버려진 검정고무신에 야생화를 심어 놓아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수준의 작품이다.
또 기왓장이나 장어통발로 만든 화분도 그 기발한 상상력이 인상적이다. 바다에 있어야 할 노를 벽에 부착해 놓고 그 위에 조개 등으로 꾸며 놓았다. 또 철사를 구부려 만든 생선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야트막한 마을 언덕을 중심으로 담벼락에 세워놓은 작품들은 이곳이 왜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평을 듣는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섬 언덕에서 내려다보니 다도해 쪽빛 물결이 일렁이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연홍도 둘레길 에서는 동백나무 등 남녁 섬에서 마주하는 상록수들이 마음속 깊게 싱그러움이 전해왔다.
고개를 넘어 작은 포구를 지나서 걸어 들어가니 폐교된 금산초 연홍분교를 미술관으로 꾸며놓은 '연홍미술관'이 있다.
▲ 연홍 미술관 마당을 장식하고 있는 정크아트 작품 |
ⓒ 추광규 |
▲ 연홍 미술관 마당을 장식하고 있는 정크아트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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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홍 미술관 마당을 장식하고 있는 정크아트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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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8경' 중 하나인 연홍도를 돌고나니 고흥의 '9미'가 일행을 유혹한다.
최종 선택을 받은 9미 가운데 이날 점심은 갯장어 샤부샤부, 또 저녁에는 유자 먹인 한우 구이를 선택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장어탕을 택했다. 세 가지 모두 명성에 걸맞는 맛을 자랑한다.
▲ 여름철 별미인 갯장어 샤부샤부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가시처리다. 얼마만큼 칼집을 넣어 가시를 부드랍게 하느냐의 여부다. 이 집의 가시 처리는 휼륭했다. 갯장어의 풍미를 최대한 끌어 올리게끔 잘 처리가 되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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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은 고흥군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고 했다. 사육되는 한우 두수는 3만여 마리 남짓으로 뛰어난 육질로 명성을 날리고 있단다. 또 그 맛의 비결은 특산물인 유자를 사료로 활용하면서 라고 했다.
고흥 8경은 팔영산, 남열리 일출, 쑥섬, 나로도 편백숲, 금산해안경관, 연홍도, 소록도, 중산일몰이다. 또 9미는 녹동장어·구이, 고흥계절한정식, 고흥한우구이, 바지락회무침, 갯장어회·샤브샤브, 서대회무침·조림, 전어회·구이, 나로도삼치회·구이, 굴이다.
고흥군은 섬 속의 섬인 연홍도의 가치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사업비 12억 원을 들여 미술관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다.
▲ 거금도에서 내려다본 다도해는 봄을 뒤로 하고 여름맞이에 나선듯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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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쉬운 부분은 섬 곳곳의 휴경지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었다. 온갖 잡초가 무성한 곳을 야생화 꽃밭으로 가꾼다면 얼마나 멋질까를 생각하게 한다. 또 갯벌 곳곳에 방치된 폐어구가 연홍도의 정취를 많이 깎아 내린 부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연홍도는 한국관광공사가 '폐교의 재탄생&추억의 학교 여행'이라는 테마로 6월 추천 가볼 만한 곳 6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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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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