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밟지도 못하고 병원행..충북 학생 9명 코로나 의심증세

최종권 2020. 5. 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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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입실 전 발열·진단 검사서 의심 증세
충북교육청, 확진자 나온 학교 원격 수업 전환
학부모 "등교 후 집단 생활하면 감염 취약"
1m 거리두기, 일렬로 앉기 등 대책 분주
고등학교 3학년 등교 개학이 시작된 20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체온 검사를 위해 거리를 두고 서 있다. 뉴스1


고등학교 3학년 등교가 시작된 20일 충북에서 학생 9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의심 증상을 보여 검사를 받고 있다.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50분쯤 청주시 흥덕구의 A고등학교에서 학생 3명이 미열 증상을 보였다. 또 오전 9시쯤 흥덕구의 B고교에서도 학생 2명이 메스꺼움 증상을 보이고, 1명이 발열 증상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청주시 청원구의 C학교에서는 학생 2명이 등교 후 기침과 설사 증상을 보여 보건소로 옮겨져 검사를 받았다. 영동군의 D학교 학생 1명은 발열과 콧물·기침 증상으로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학생 9명 중 7명은 학교 건물에 들어가기 전 진행한 체온 측정과 진단 검사에서 증상이 발견됐다. 나머지 2명은 오전 수업을 하던 중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 이들 학생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충북소방본부는 구급차를 이용해 이들 학생을 병원과 선별진료소로 옮겼다. 충북도 관계자는 “학생 8명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오후 늦게 나올 것 같다. 1명은 보건소로 이동한 뒤 발열 증세가 사라져 귀가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충북교육청은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학교는 등교를 중지하고, 원격 수업으로 전환토록 할 방침이다.

고등학교 3학년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 금천고에서 고3 학생이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학부모들은 걱정하고 있다. 고3 학생을 둔 학부모 이 모(46) 씨는 “청주에서 며칠 전 확진자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딸을 학교에 보내는 게 불안했다”며 “등교하기 전 집에서 하는 자가 검사를 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교 2학년 딸을 둔 정 모(48) 씨는 “등교한 학생들은 사실상 온종일 집단 생활을 하는 만큼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학교에서 방역대책을 잘 세운다고 해도 화장실을 같이 쓰거나, 등하교 과정에서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상황을 막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에는 이날 일반고 58개교 385학급의 고3 학생 1만3700여 명이 등교했다. 특성화고 26곳 163학급, 특수학교 10곳 21학급 등 94개 학교 재학생도 학교에 갔다. 충북교육청은 교실 내 책상 거리를 1m 이상을 유지하고, 학급당 최대 학생 수를 30명으로 권장했다. 교실 공간이 부족한 일부 학교는 사물함을 옮기도록 했다.

학급당 학생 30명을 초과하는 충북지역 17개교 29개 학급은 이날 공간이 넓은 특별실로 이동해 수업을 진행했다.

고등학교 3학년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서원구 중앙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급식을 먹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찾아간 청주시 상당구 금천고에서는 건물 1층 입구로 가는 길바닥에 1m 간격으로 테이프를 붙였다. 그 위로는 천막 여러 개를 설치해 50m 길이 터널을 만들었다. 안성표 금천고 교감은 “줄 서는 동안 햇볕을 받으면 체온이 높게 나올 때가 있어 설치했다”고 말했다.

금천고는 등교를 대비해 5층에만 있던 3학년 9개 교실을 2·3·4·5층으로 분산했다. 책상은 1m 간격으로 띄엄띄엄 배치했다. 점심 급식은 학생들이 직접 밥과 반찬을 담는 자율배식에서 강제배식으로 바꿨다. 조리원과 보건증을 발급받은 선생님 10명이 식판에 음식을 담아 학생들에게 건네는 방식이다. 좌석은 지정좌석제로 했다. 6인용 식탁을 3인용으로 줄이고 일렬로 앉아 밥을 먹는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학교 안에서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한다.

학교마다 방역대책을 세웠지만 일부 학생은 불안해했다. 김 모(19) 양은 “코로나 감염 소식이 끊이지 않아 학교에 오는 게 두려웠다. 무사하기를 바라면서 수업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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