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로드맵2.0]③철도 옆 쪽방촌에 '진짜 봄'.."늦었지만 고맙다"

김희준 기자 2020. 5. 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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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붙은 대전역 쪽방가옥 개선.."'여관-쪽방-노숙' 굴레 벗어나"
'벧엘의 집' 등 지원단체 공동입주..'공공주택+도시지생' 융합 첫 시도

[편집자주]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이 주를 이뤘다면 주거복지로드맵은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을 기본으로 청년층부터 신혼부부, 고령층 등 세대별 수요에 맞춘 주거 지원책이다.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의 반환점을 맞아 '주거안전망 완성'을 목표로 △공급혁신 △생애주기 지원 △주거권 보장 △ 지역상생 등을 개선해 추진한다. 뉴스1은 주거복지 정책의 수혜자인 서민과 주거취약층의 정책체감도를 확인하고 주거복지로드맵2.0의 방향을 제시한다.

대전역 앞 쪽방촌 골목 전경 2020.5.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대전=뉴스1) 김희준 기자 =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던 지난 15일 오후, 신태식 한국토지주택공사(LH) 차장이 안내한 대전역 쪽방촌은 의외로 사람들의 시선과 크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대전역 서광장을 나서 지하철 오른쪽에서 불과 200m 남짓 거리. 철도를 구분 짓는 담벼락과 대로변 상가의 사잇길을 깊숙이 걸어가다보면 2층 또는 단층가옥이 다닥다닥 붙어진 골목이 나온다. 사는 이가 아니면 거의 찾지 않을 법한 좁은 쪽방 집 사이로 철물점 등 오래된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전역 앞 '사각지대' 쪽방촌…'한 평' 공간 단층가옥 이어져

신태식 차장은 "주황색 건물을 기점으로 이어진 단층 건물 대부분이 쪽방촌을 이루고 있다"며 "마을은 한국 전쟁 당시 모여든 피난민들이 터를 잡은 후 IMF 외환위기 때 급증한 노숙자, 외곽의 신도시 개발에 따라 정주 여건을 뺏긴 주민들이 주민층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여건을 물으니 한 평(3.3㎡) 남짓한 공간에 10만원의 월세로 살고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란다. 단위 면적으론 국내에서 가장 비싼 임대료다. 이들이 받는 정부 지원금의 상당 부분이 임대료에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주민들은 화장실이나 취사 시설을 따지기 전에 매년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를 피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쪽방촌은 오가는 인적도 뚝 끊겼다. 골목 한 귀퉁이에 교회에서 운영하는 지원센터와 여인숙 입구에 놓인 몇켤레의 신발만 눈에 띈다. 골목길 가운데 누군가 페인트로 하얀 국화문양을 그려 놓은 것에도 눈이 간다. 그림을 통해서라도 이쁘게 꾸며 놓고 싶어 하는 이곳 주민들의 마음이 느껴져서다.

쪽방촌과 담을 두고 이웃한 곳엔 한국철도(코레일)의 기숙사 부지가 있다. 이곳 쪽방촌 부지와 함께 개발될 곳이다. 정부의 사업은 영구임대주택을 지어 쪽방촌 주민의 주거 여건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사업이 완료되면 쪽방촌 주민들은 기존 쪽방보다 2~5배 넓고 쾌적한 공간(16㎡)에서 더욱 저렴한 3만1000원의 월세로 거주할 수 있게 된다.

사실 LH 입장에서 이곳 대전역 앞 쪽방촌 도시재생은 사업성이 떨어진다. 안내하던 신 차장이 그 부분에 대해 '착한 손해'라며 웃는다. 다만 기존 영등포 쪽방촌 개선 사업과는 달리 그동안 별도로 추진하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주거복지 로드맵2.0 계획을 처음으로 융합해 사업성을 키웠다. 따뜻한 개발을 위해 각각의 정책 지원 자금을 하나의 사업에 집중하고 2가지 효과를 내도록 전략을 짠 것이다. 영구임대주택을 짓고 남은 여분에 공공임대 주택을 지어 청년층과 신혼부부 등 1400가구를 밀집시킨다는 전략이다.

국토교통부 안팎에선 두 정책의 시너지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향후 전국에 산재한 남은 쪽방촌 개선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역 앞 쪽방촌 골목 풍경 2020.5.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가장 비싼 월세에 열악한 주거…공공주택+도시재생 묶어 개선사업 박차

대전시와 동구청, 코레일이 합세한 후속사업은 철도산업 복합 클러스터 등 도심업무단지와 컨벤션, 전시, 회의(MICE) 등 중심상업시설까지 담았다. 신 차장은 "연구기관과 첨단산업의 입주를 유도해 인근 상권의 활성화도 도모하고 철도 업무시설과 철도 인재개발원, R&D센터, 후생복지센터 등을 한자리에 모아 구도심 활성화까지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쪽방촌 인근 가게 40곳을 위한 부지도 함께 마련한다.

쪽방촌을 빠져나와 대로변 건너편엔 '벧엘(Bethel)의 집'이 있다. 성경 창세기 28장에 따르면 벧엘은 야곱 족장이 돌에 머리를 베고 잠자다가 천국의 계단을 꿈꾼 곳이다. 이곳 벧엘의 집 또한 어려운 여건의 쪽방촌 주민들이 나은 환경을 꿈꿀 수 있도록 의료와 주거, 재정 등을 다양한 방법을 지원하고 있다. 영구임대주택 단지엔 함께 벧엘의 집 등 지원센터가 함께 들어가 쪽방촌 입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게 된다.

30년간 대전에서 쪽방촌 주민들의 삶을 지켜온 원용철 담당목사는 기자의 손을 맞잡으며 "늦었지만 반갑고 고맙다"는 짧은 말로 기쁜 마음을 전했다. 원용철 목사는 "쪽방촌이 노숙 직전에 단계라고 하지만 사실 주민들은 노숙과 쪽방촌, 여인숙의 주거환경을 반복해서 이어가는 상황"이라며 "이번 사업은 이 같은 열악한 주거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원용철 벧엘의 집 담당목사가 지난 15일 대전시 동두 벧엘의 집에서 뉴스1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5.1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원용철 목사 "주택공급이 아닌 주거지원 정책 이제서야 체감"

원 목사는 주거급여 수급 시 보호자 조항 삭제 등을 예로 들며 "최근에서야 정부의 따뜻한 주거정책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공급에 치중했던 정부가 이제 확실히 '주거'에 집중하는 것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원 목사는 여느 때처럼 사업 진행과정에서 벧엘의 집에 등록된 쪽방촌 주민 등 입주를 희망하는 원주민 150명의 목소리를 전할 방침이다.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다. 그는 "대전 전역에 있는 800가구의 쪽방촌 주민이 있는데 이들의 주거환경도 한 번에 해결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토지수용을 앞둔 쪽방촌 집주인이다. 신 차장은 "이미 집주인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안다"며 "적절한 보상과 토지수용을 통해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고 사업 기간 지자체를 통해 임시 주거 여건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쪽방촌 개선사업 중 공공주택 분야는 주민의견 수렴 등 관련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 공공주택지구를 지정하고 내년부터 보상에 착수해 2022년 착공, 2024년 첫 입주를 목표로 추진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대전시·LH가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을 수립해 국토부에 사업을 6월까지 신청하고 도시재생 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업이 선정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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