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조사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까지.. 법인의 주택 매입 꽁꽁 묶는다

이춘희 2020. 5. 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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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기적 법인 주택거래에 대한 대응책' 합동 발표
최근 비약적으로 늘어난 부동산 법인 설립과 주택 매입에 따른 조치
본인이 임원인 법인에 주택 매도 시 '이상거래 추정'.. 고강도 조사
앞으로 법인의 주택 매입 시 지역·금액 관계 없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필수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단지 전경.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정부가 법인을 이용한 투기적 매수세에 제동을 걸었다. 고강도 조사 추진 방침을 밝힌 데 이어 법인의 모든 주택 매수 거래에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투기 또는 증여를 위한 주택 매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별도의 법인용 실거래 신고서식도 마련된다.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은 투기 목적의 법인 주택거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법인 부동산 거래의 투명화와 실거래 조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투기적 법인 주택거래에 대한 대응책'을 11일 발표했다.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거래행위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자 최근 관련 규제 회피를 위해 부동산 매매업 및 임대업 법인 설립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7년 말 부동산 매매업과 임대업 법인은 각각 2만3000개, 4만2000개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에는 3만3000개와 4만9000개로 각각 1만개, 7000개나 늘어났다. 전체 아파트 매매거래 중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0%에서 3.0%로 3배 가량 뛰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2017년 0.6%에서 지난해 2.2%로 3.7배나 늘었다.

지난달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리센츠' 84㎡(전용면적) 아파트가 한 달 새 16억원에서 22억원까지 6억원의 격차를 두고 실거래가 이뤄지며 논란이 일었지만 최고가 거래는 아시아경제 취재결과 기존 소유자들이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법인에 매각한 증여성 거래로 밝혀지기도 했다. 부부 사이인 A씨와 B씨가 각각 사내이사, 감사로 등기된 법인에 공동 소유 중이던 아파트를 매각한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1인 주주 및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 법인이 6754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는 약 2만여가구였다. 법인당 3.2가구를 소유한 셈이다.

이에 정부는 앞서 규제지역 내 법인 주택거래에 대해 여러 차례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시 자금조달계획서 검증 등을 통해 법인세 탈루, 법인사업자 대출 용도 외 유용 등 불법 의심거래에 대한 조사를 펼쳐왔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최근 풍선효과가 집중된 수도권 비규제 지역 중심으로 법인의 주택 매수세는 점점 커져만 갔다. 법인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지난해 평균 1.7%에 불과했던 인천은 지난 3월에는 비중이 11.3%로 6.6배나 뛰었다. 경기 오산시 13.2%, 평택시 10.9% 등 규제 사정권에서 빗껴나있는 지역들이 특히 크게 늘었다.

정부는 이에 법인과 미성년자, 외지인을 대상으로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은 주택거래를 대상으로 실거래 특별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현재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는 거래가액 3억원 이하, 비규제지역은 6억원 이하일 경우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없다.

정부는 본인이 임원으로 있는 법인에 주택을 매도하거나 동일인이 복수 법인을 설립해 각 법인을 통해 주택을 매수한 경우 등을 이상거래로 추정하고 투기적 매매가 의심될 경우 탈세나 대출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집중 조사를 할 방침이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풍선효과가 집중된 경기 안산·시흥·화성·평택 등 경기 남부와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조사대상으로 추출된 거래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세금 탈루 여부를, 금융위·금감원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제공=국토교통부)

조사뿐만 아니라 법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조치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현재 개인과 법인이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는 주택 거래 신고 서식을 분리해 별도의 '법인용 실거래 신고서식'을 마련할 방침이다. 법인의 기본정보나 법인과 거래 상대방 간의 특수관계 여부 등 법인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거래당사자 쌍방이 법인일 경우뿐만 아니라 한 쪽만 법인이더라도 법인용 실거래 신고서식 활용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해당 서식에는 매도·매수인의 기본정보와 개업 공인중개사 정보, 거래대상물 정보 등 기존 신고사항 외에도 자본금·업종·임원정보 등 법인에 대한 기본 정보, 주택 구입목적, 거래당사자 간 친족 등 특수관계 여부 등을 추가로 신고토록 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법인이 주택을 매수할 경우 지역과 금액에 관계없이 모든 거래에 대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현행 규제지역 3억원, 비규제지역 6억원으로 자금조달계획서 의무가 국한되면서 이상거래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법인이 개인에게 주택을 매도할 경우 매입하는 개인에게는 지역과 금액에 따른 기존의 자금조달계획서 의무 규정이 적용된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법인 매수 시 별도 신고서식 제출과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은 관련 법령 개정안을 확정하고 입법예고에 나설 계획이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이번 합동조사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지 않는 거래 건이라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아니며 엄격하고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정부의 일관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역을 막론하고 부동산 투기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법인 거래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실거래 조사, 거래정보 수집 강화를 포함한 제도개선 추진 등 고강도의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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