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부터 방송사고.. 체면 구긴 KBS 새 예능 '악인전'

김상화 2020. 4. 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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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대신 엉뚱한 프로 방영, 돌발 상황으로 재미 '반감'

[오마이뉴스 김상화 기자]

 KBS 새 예능 '악인전'의 한 장면
ⓒ KBS
 
첫날부터 방송사고라니. KBS 새 음악 예능 <악인전>이 1회부터 예상치 못했던 상황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당초 <악인전>은 여타 예능과 마찬가지로 1-2부 구성으로 지난 25일 밤 방영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1부 말미 "곧이어 2부가 방영됩니다"라는 자막이 나왔지만 정작 방송에선 <세상의 모든 다큐>가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편성표대로라면 <세상의 모든 다큐>는 <악인전> 2부 이후 방영될 프로였다.  

이에 KBS 측은 뒤늦게 "방송사 사정으로 <악인전> 2부는 다음주 토요일(5월 2일) 오후 10시 55분 방송됩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라는 고지를 내보냈다. 하지만 늦은 밤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케이블 채널에서 편성 담당자 실수 등의 사유로 이와 같은 장면을 간혹 목격하긴 했지만 지상파에선 드문 일이다.  

 '룰라' 이상민을 음악 프로듀서로 앞세우고 김숙, 문세윤, 김준현, 그룹 엑스원 출신 김요한, 배우 이주빈 등 음악의 꿈을 지닌 연예인들이 레전드 음악인의 가르침을 받아 성장하는 내용을 담겠다는 야심 찬 기획은 첫 회부터 삐거덕대고 말았다. 

돌발사고로 인한 반쪽 짜리 방송
 
 KBS 새 예능 '악인전'의 한 장면. 정상적으로 방영되었어야 할 2부 대신 엉뚱한 프로가 곧이어 전파를 타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 KBS
 
이날 <악인전> 첫회는 이상민 PD와 연예인이 만나 각자 지니고 있던 음악에 대한 원대한 꿈을 서로에게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큰 축을 담당해줄 이상민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준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90년대 그룹 룰라의 리더이자 한때 성공한 기획사 사장님으로 명성이 높았지만 이후 사업 실패로 이상민은 음악과 관련된 일을 모두 접고 예능 프로 출연에만 전념해왔다.  

"음악을 놓기 싫었고 평생 잊지 않기 위해 몸에 일곱 개의 별과 아홉 마리의 용, 구룡칠성을 새겼다."(이상민)

함께 출연한 김요한은 그가 음악인이었다는 걸 몰랐다고 고백할 만큼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 이상민은 그저 여러 프로그램 출연하는 예능인 정도로만 인식될 뿐이었다. 2004년 백지영의 '사랑안해'를 끝으로 음악 프로듀서로서의 활동을 접었지만 상반신에 문신을 새겨가면서 언젠가 반드시 제작자로서 다시 일어서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져왔던 이상민의 예상 밖 고백은 <악인전>이 그저 웃고 떠드는 내용만 담은 예능이 아님을 보여준다.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 송창식과의 첫 만남을 다룬 1부의 내용을 비춰볼 때 정상적이었다면 곧이어 진행될 2부에선 이후 진행 상황 소개 및 또 다른 음악 스승 송가인이 등장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을 것이다. 하지만 예고됐던 2부가 방송사고로 미뤄지면서 보는 이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송창식의 반전 생활... 제대로 알지 못했던 대가의 일상
 
 KBS 새 예능 '악인전'의 한 장면
ⓒ KBS
 
어렸을 때부터 송창식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는 김준현을 중심으로 붐-문세윤 등 3명이 한 팀을 이뤄 스승 송창식을 만나러 갔다. "약속 시간 1분이라도 늦으면 뒤도 안돌아본다", "TV, 전혀 안하는 분이다", "한복에 고무신만 신는다" 등 이상민은 출연자들에게 주의사항을 일일히 전달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을 신신당부한다.

그런데 막상 예능인 3인방을 맞이한 송창식은 까칠할 줄 알았던 소문 속 인물과는 전혀 달랐다. 40여분 이상 E코드만 치면서 목을 푸는 모습을 촬영하는 제작진이 안쓰러웠던지 걱정스런 어투로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틈 나는대로 김준현, 붐 등이 요즘 출연 프로도 즐겨봤다고 이야기한다.   

뿐만 직접 컴퓨터를 조립하고 이를 통해 음악작업을 할 만큼 70대 음악인답지 않게 요즘 흐름에도 결코 둔감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상민뿐만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이 송창식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 혹은 고정관념이 한순간에 사라지면서 향후 전개될 방송에 대한 흥미로움을 만들어나간 건 <악인전> 1회 1부의 성과였다.

신선함과 익숙함의 미묘한 줄다리기
 
 KBS 새 예능 '악인전'의 한 장면
ⓒ KBS
 
<악인전> 첫회만 놓고 보면 기존 음악 예능과는 사뭇 다른 방식의 전개가 눈길을 모았다. 상당수 프로가 기존 가수 혹은 일반인 참가자 중심으로 꾸며지고 가창력 대결 위주의 경연으로 꾸며지는데 반해 <악인전>은 고수의 가르침을 받은 연예인들의 음악 성장기를 담는 "성장 리얼리티 예능"의 성격을 강하게 내뿜었다. 이를 통해 나름의 신선함을 보여주려는 노력도 담아낸다. 아직 일반 예능에선 낯선 김요한, 이주빈의 기용 역시 이러한 의도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한편으론 이미 익숙한 예능의 화법도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악인전>의 성격 파악을 살짝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전설의 가수들로 부터 예능인들이 음악의 배움을 터득한다는 소재는 과거 KBS의 <불후의명곡1>에서 다뤄진 바 있고, 스승+제자가 강조되는 부분은 SBS <집사부일체>를 연상케 한다. 전 출연자가 스튜디오에 모여 각자의 촬영분을 시청하며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는 것 역시 <나혼자산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 보편적인 관찰 카메라 중심 예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첫술에 배부를 리 있겠냐마는 <악인전> 첫 방송은 기대감 이상의 아쉬움을 묻어나게 했다. 이유야 어찌 됐건 프로그램의 체면을 구겼다는 점에선 반성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약속도 뒤따라줘야 할 것이다. 2.2%의 그리 높지 않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한 <악인전>으로선 이번 방송사고가 아무쪼록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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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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