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우면 지는거다'가 '연애의 맛'이 되지 못한 이유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최근 방송가의 대세는 '리얼리티'다. 먹방에서 스포츠, 교양, 솔루션에 이르기까지 있는 그대로의 '진짜' 도전이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요즘은 '연애'도 여기에 포함된다. 과거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기획된 '가상 연애'가 아니라 <썸바디> <연애의 맛> <하트시그널> 시리즈처럼 출연진의 실제 연애 풍경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로맨스 예능들이 최근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지난 3월 9일 첫 방송을 한 MBC <부러우면 지는거다>는 아예 출연진 전원이 현재 교제중이거나 결혼을 앞둔 '실제 커플'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프로그래머 이두희-걸그룹 레인보우 출신 김지숙, 아나운서 출신 배우 최송현-다이버 이재한, 원더걸스 출신 혜림-태권도 선수 신민철, 요리사 이원일-김유진 PD 등은 모두 공개연애중인 유명 셀럽들로서 방송을 통하여 실제 커플 특유의 달달한 케미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리얼 연애라는 매력포인트를 너무 과대평가한 탓일까. <부럽지>는 방영 첫주에만 3%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을뿐, 오히려 회차가 거듭하면서 점점 하락세를 띠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에피소드는 시청률 집계기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1.8%를 기록하며 자체 최저 시청률을 경신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이미 한두 차례의 에피소드만으로도 기존 커플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데다, 기존의 가상연애물이나 관찰예능과의 차별화 없이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면서 점점 지루하다는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
▲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거다>의 한 장면 |
ⓒ MBC |
<연애의 맛> 시리즈도 출연 커플들에 대한 반응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출연자들의 진정성이나 커플 매칭의 부작용을 두고 논란이 되었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맛>이 다른 로맨스 예능에 비하여 차별화될 수 있었던 건 출연자들의 현실적인 모습과 감정 변화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담아낸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이필모는 첫 소개팅에서 실패의 쓴 맛을 보고 난후 두 번째 만남에서 운명적인 인연을 만났다. 시즌3에 출연했던 강두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일상과 좋은 감정을 이어오던 상대 여성으로부터 정중하게 이별 통보를 받는 모습까지 그대로 방송에 나왔다. 첫 만남에서 '썸'을 타는 과정부터 커플이 이루어지거나 혹은 만남을 정리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캐릭터와 서사에 자연스럽게 몰입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부럽지>의 약점은 이러한 과정이 주는 현실적인 공감대가 없다는 점이다. 보통 일반적인 로맨스 예능의 묘미는 커플들이 연애 감정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복잡미묘한 긴장감, 과연 이 커플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실제로 맺어질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인데, <부럽지>의 출연자들은 이미 한창 사랑이 무르익은 달달한 커플들이다. 다른 로맨스 예능으로 치면 이미 '결론'을 미리 보여주고 시작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인데, 실제 연애라는 요소가 강점이 아닌 도리어 단점이 되어버리는 대목이다.
아예 실제 부부가 출연하는 <동상이몽>이나 <아내의 맛>같은 관찰예능이었다면 결혼 이후의 일상이나 현실의 애환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부럽지>의 커플들은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니다. 출연자 대부분이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들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연인간의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소한 오해와 갈등, 직장이나 경제적 어려움같은 현실적인 고민들, 커플을 둘러싼 가족-지인들과의 관계 등 개인 이미지에 민감할수 있을 만한 장면들은 찾기 어렵다.
▲ MBC <부러우면 지는 거다>의 한 장면 |
ⓒ MBC |
정작 시청자들은 이 커플들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서사를 당사자들의 현재 모습과 설명으로만 어림잡아 이해할 뿐이다. 이미 '완성된 커플'의 반복되고 틀에 박힌 사랑타령 속에서 시청자들이 출연자들과 함께 비슷한 감정과 추억을 공유하거나 어디서 부러워해야할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실제 커플들의 연애라고 하면서도 정작 예쁘고, 달달하고,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가상 연애물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리얼리티 관찰예능이 넘쳐나는 오늘날의 방송가에서 더 이상 '실제 커플'이라는 콘셉트 하나만으로는 차별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부럽지>의 커플들이 서로에게 반한 것처럼, 시청자들도 해당 커플들의 캐릭터와 스토리, 매력 포인트에 함께 공감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의 <부럽지> 커플들은 시청자에게 더 이상 특별한 부러움도, 새로운 호기심이나 궁금증도 주지 못하고 있다. 과연 그게 커플들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제작진의 문제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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