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新풍속도 5가지 | '집 안 보고 산다'..사이버 견본주택 유행-방구석에 앉아 임장을? 프롭테크가 뜬다

강승태,나건웅 2020. 3.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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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해당 사무소 방문 시 마스크 미착용자는 출입을 제한합니다.”

서울 관악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입구에 붙어 있는 안내 문구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은 업의 특성상 불특정 인물과 직접 대면하는 상담이 많다. 지난 2월 서울 관악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중개업 시장에 미치는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개점휴업에 들어간 중개업소가 늘었으며 거래를 할 때 아예 집을 보지 않고 구입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부동산 시장 신풍속도를 유형별로 살펴본다.

비대면 인테리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VR·AR 등 신기술을 활용해 실감 나는 인테리어를 미리 해볼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新풍속도 1부동산도 ‘언택트’

▶오프라인 대신 사이버 모델하우스 대세

코로나19 사태로 부동산 시장에도 소위 말하는 ‘언택트’ 바람이 분다. 직접 접촉하지 않고 온라인이나 사진으로만 상태를 파악한 뒤 바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는 지난해 12·16 대책 이후 지역 단위로 가장 가격이 많이 오른 곳 중 하나다. 서울 규제가 강화되면서 풍선효과 영향으로 송도 아파트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송도 아파트가 거래될 때 특징 중 하나는 집을 보지도 않고 바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 송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투자자가 급격히 몰리면서 계약이 성사되는 사례는 대부분 집을 보지 않고 구매한 경우”라며 “송도 매수 문의가 많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이 같은 현상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사이버 견본주택이 각광받는 것 또한 새로운 특징 중 하나다. 사이버 견본주택은 오프라인에 견본주택을 만드는 대신 집 내부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물론 사이버 견본주택이 코로나19 사태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도입된 개념이지만 최근 5G나 VR(가상현실) 기술 발전으로 더욱 정교해졌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한화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은 고객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이버 견본주택을 운영한다. 통상 수십억원 소요되는 오프라인 견본주택과 비교해 10분의 1 가격으로 제작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 실제 올 3월 이후 분양한 단지는 대부분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3월 둘째 주에는 전국 6곳에서 2385가구의 1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했다. 이 중 오프라인 견본주택을 연 곳은 단 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사이버 견본주택으로 입주자를 모으는 중이다.

新풍속도 2줄어드는 이사

▶인테리어도 비대면 서비스 인기

봄 이사 철인데 이사를 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낳은 새로운 풍경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이 급격히 사라지면서 ‘전세 눌러앉기’가 심화되고 있다.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가급적 현재 계약 그대로 연장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사 자체가 줄면서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은 적잖다. 당장 공인중개업부터 시작해 이사, 도배나 장판 등 인테리어, 입주청소 시장까지 영향을 받는다. 가령 인테리어의 경우 시공을 위해 집 내부로 들어가서 구조를 확인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거래를 위한 집 공개도 이뤄지지 않는데 인테리어를 위해 집을 보여주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하다. 기존에 계약했던 사람도 취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구나 인테리어 시장에서는 비대면으로 가능한 솔루션이 주목받는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오늘의집’이다. 스마트폰으로 인테리어 시공 견적을 구하고 관련 소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앱이다. 입소문을 타며 현재까지 누적 7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 월 거래액은 300억원을 돌파했다. 요즘 잘나가는 인테리어 고수의 ‘온라인 집들이’를 경험해본다고 생각하면 쉽다. 오늘의집 사용자는 본인이 자신의 집을 어떻게 꾸몄는지 예산과 노하우를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을 곁들여 공유한다. 다른 사람은 해당 콘텐츠를 참고해 자신의 집을 꾸민다. 온라인 집들이를 하며 둘러본 모든 소품이나 가구는 오늘의집 플랫폼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는 “2월이 이사 철임을 감안해도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이 분명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월 마지막 주 대비 3월 첫째 주 주간 앱 방문자가 50% 이상 늘었고 콘텐츠 조회 역시 같은 기간 60% 이상 급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테리어 비교견적 중개 서비스 앱 ‘집닥’도 온라인 인테리어 대중화를 이끄는 중이다. 집닥은 인테리어의 컨설팅 단계부터 시공업체 선정, 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살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VR·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실감 나는 인테리어를 미리 해볼 수 있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어반베이스’가 대표적이다. 건축 분야에서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하진우 대표가 머신러닝 기술로 2D 평면도를 3D(3차원)로 변환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어반베이스 3D 설계도를 통해 원하는 가구나 벽지 등을 자유롭게 배치해볼 수 있다.

新풍속도 3공사 제때 완공될까

▶건설현장 공사 진행 차질 장기화

대구 테크노폴리스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시네마 복합시설.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이곳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일시적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재개 시점 역시 미정이다. 이곳뿐 아니다. 대구·경북 지역에 위치한 공사장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일시 중단을 검토 중이다. 공사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공사는 무기한 연기될 수밖에 없다.

공사 연기는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서울 여의도 ‘파크원’과 경기 성남 ‘분당더샵파크리버’ 공사 현장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잠시 공사가 중단됐다. 여의도 파크원은 약 4만6465㎡ 부지에 오피스, 쇼핑몰, 호텔 등을 짓는 대규모 공사 현장이다. 오는 7월 준공 예정으로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준공에 차질을 빚게 됐다.

전국 건설 현장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제때 공사가 완료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인력 수급이 계속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건설 현장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 중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약 9만5000명. 여기서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최소 22만명, 많게는 32만명으로 추산된다. 건설 현장 근로자 20% 이상이 외국인이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적잖다. 이들이 빠져나가면 인력 수급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한번 나가면 재입국하기도 쉽지 않고 돌아오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주요 건설 현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新풍속도 4재건축 총회 야외서?

▶분양가상한제 연기될지 관심

코로나19로 분양가상한제 시행이 연기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관리처분 단계 정비사업 조합의 경우 4월 29일 이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면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들은 오는 4월 28일까지 관리처분변경 총회를 열어 일반분양가를 확정하고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야 한다. 정비사업 특성상 총회를 개최하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이 불가피하다.

총회가 연기되면 4월 말 내 일반분양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결국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월 말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노원구 상계6구역 등이 조합원 총회를 진행했다. 3월 말에는 서울 은평구 수색6구역, 수색7구역,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이 총회를 열 계획이다. 개포주공1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연기되지 않을 경우 3월 말 야외에서 총회를 강행하기로 했다. 사상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인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은 조합원 수만 6000명이 넘는다. 총회 참석 예상 인원은 1200명에 달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조합을 대상으로 ‘총회 연기’를 권고했다.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과 지자체 요청이 강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와 3월 총회 개최 예정 단지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코로나 확산 상황을 봐가며 상한제 유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新풍속도 5프롭테크 활성화

▶부동산과 VR·AR 기술이 만났다

서로 만나는 것이 께름칙하니 자연스럽게 모바일로 하는 서비스가 인기를 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요즘 부동산 시장 새로운 화두는 ‘프롭테크(proptech)’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 부동산 산업에 빅데이터·가상현실·증강현실 같은 첨단기술이 더해지면서 매물 현장 확인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주목받는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있으면 원하는 지역 부동산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다. 매물 여부나 시세, 실거래가 등 기본 정보는 물론 집 안 내부 확인과 주변 현장 모습까지 터치 몇 번만으로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프롭테크 영역은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단순 중개를 넘어 부동산 관리, 3차원 공간 설계, 스마트 홈, 부동산 크라우드펀딩 등에 이르기까지 서비스가 다변화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프롭테크 기업 유형은 ‘마케팅 플랫폼 사업자’다. 직방, 다방, 호갱노노처럼 부동산 매물을 알리고 중개·임대해주는 서비스다.

그중에서도 직방은 지난해 6월 누적 다운로드 2700만건을 돌파한 명실상부 ‘국민 앱’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비대면 트렌드에 맞춰 한층 진화한 서비스도 선보였다. 직방은 견본주택을 모바일로 옮긴 ‘모바일 모델하우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VR 기술과 360도 카메라 기술을 활용해 타입별 주택 내외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직방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올 1~2월 트래픽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훨씬 더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최근에는 모바일 모델하우스 이용자 유입률을 높이기 위해 직방 이용자 행동 패턴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유효 고객을 분석, 맞춤형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플래닛이 서비스하는 ‘집뷰’도 비슷하다. 집뷰는 부동산 원격상담 솔루션을 표방한다. 오프라인 모델하우스와 대면 접촉 마케팅 방식을 대체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분양단지 풀3D 뷰를 서비스한다. 집뷰의 VR 콘텐츠는 몰입형 3D 게임엔진 기술로 제작된다. 건축 설계도만으로 실제 모습과 똑같이 구현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VR 기반 스타트업 ‘큐픽스’도 있다. 360도 사진 몇 장만으로 공간을 입체적으로 자동 재구성하는 3D 가상현실 솔루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수익 등을 분석하는 ‘스페이스워크’, 빅데이터 기반의 주택 시세 산정 솔루션을 상용화해 국내 주요 저축은행에 공급하는 ‘빅밸류’ 역시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0호 (2020.03.18~2020.03.2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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