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독박 육아'에 지친 엄마들..육아템 사들이기 나섰다
“오늘의 시간표는 0교시 율동, 1교시 한글, 2교시 요리, 3교시 발레, 4교시 수학”
경기도 이천시에 사는 가정주부 김정현 씨(37)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정현스쿨’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5살 딸과 함께 하는 ‘집에서 놀자 시리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달부터 외출을 자제하던 김 씨는 지난달 22일부터는 거의 ‘집콕’ 신세가 됐다. 김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만 코로나19 확진자가 3명이나 발생하면서다. 시끌벅적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아파트 놀이터는 텅 빈 지 오래다.
딸과 종일 붙어 지내다 보니 처음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털어 요리하다가 교구 판매 사이트를 찾아 글라스 호일, 컬러 종이컵 등 만들기 재료를 대량 구매했다. 아이 책도 여러 권 샀다. 코로나 사태로 도서관이 휴관하면서 대출이 아예 불가능해져서다. 김 씨는 “최근 2주일간 딸과 함께 활동하는데 쓴 비용이 20만원은 된 것 같다”며 “돈도 돈이지만 매일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각종 소셜미디어와 맘카페에선 김씨와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엄마들의 고민이 쏟아진다. 주로 “아이랑 온종일 어떻게 지내나요”, “코로나 너무 지겨워요”, “하루 세끼 챙겨 먹이는 거 너무 힘들어요” 같은 내용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3주나 미뤄지면서 고민은 더 커졌다. 일부 엄마들은 돌아가면서 영어책 읽어주기 등 가정보육이나 홈스쿨링을 하는 ‘품앗이’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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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완구 소비 급증…“게임기 재고 없을 정도”
'독박육아'에 따른 이런 고충은 온라인 쇼핑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이들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나 퍼즐, 모래놀이 등 각종 교육완구 소비량이 급증한 것.
G마켓의 경우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장난감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3%였다. 이 가운데 모래놀이(309%), 트램펄린(102%), 블록(121%), 유아물감(383%) 매출이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위메프의 토이 북과 자석 블록 매출 증가율은 각각 960%, 804%에 달했다. 11번가에선 점토 놀이 완구가 2.6배, 그네와 미끄럼틀, 볼 풀 등 공간 놀이기구가 2배로 매출이 각각 늘었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18일부터 2일까지 2주간 토이저러스 온라인몰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36% 늘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측은 “게임기 관련 상품은 재고를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로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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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은 스쿨링 긴급 편성·기획전까지
홈쇼핑 업계에선 홈스쿨링 관련 매출이 눈에 띄게 늘면서 긴급 편성에 나서고 있다. GS홈쇼핑은 지난 1일과 2일 방송한 온라인교육 상품과 홈스쿨링 렌털 상품 매출액이 당초 목표를 200%와 150%씩 넘기면서 홈스쿨링 관련 상품을 추가 편성하기로 했다.
현대홈쇼핑도 지난달 24일 판매한 스마트러닝 프로그램이 평소보다 82.1% 많은 매출 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달 5일과 7일 방송했던 유·아동 교육 놀이 상품도 각각 35%, 10%씩 목표 매출액을 초과 달성했다.
CJ ENM오쇼핑부문은 지난 2일부터 CJ몰에서 초등학생 어학 및 독서 상품부터 유아 교구 등을 선보이는 ‘우리집 홈스쿨링’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유·아동 도서 등 교육 상품 주문량이 전달보다 170% 늘면서다. 지난달 26일 판매한 연령별 교과 과정 독서 프로그램 정기배송 상품은 목표 판매량을 63%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4일 초등학생 교과 AI 스마트 학습 프로그램과 6일 EBS 무제한 수강권 등 판매를 앞두고 있다.
CJ ENM오쇼핑부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치원, 초등학교 개학이 연기되고 학원이 휴원하는 등 아이들의 교육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학습 공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홈스쿨링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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