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국민병' 꽃가루 날린다..코로나 이어 日 '마스크 패닉'

김상진 2020. 3.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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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증은 日 국민병, 5명 중 1명 앓아
업체들 中 의존 등 '삼중고' 시달려..
일시적 수급 위한 설비투자에 난색
한국 정부는 '마스크 공급' 자신
"한·일 생산구조 유사한데 납득 안가"
지난 2일 행인들이 일본 도쿄 시나가와역 통로를 지나가고 있다. 대부분 마스크를 썼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봄철 화분증(꽃가루 알레르기) 유행기까지 겹치면서다.

일본인 5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만큼 화분증은 일본에서 ‘국민병’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철이 끝나도 도쿄 도심에선 여름 문턱까지 마스크를 쓴 사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기상협회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지난달 중순부터 화분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수종인 삼나무의 꽃가루가 대규모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따뜻해 예년보다 비산 시기가 이른 편이다. 이달 들어선 강도도 점차 세지고 있다.

일본 정부 내에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 일본 당국은 월 4억장 수준이던 마스크 생산량을 6억장까지 끌어올리려고 업체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심지어 업계에선 “6억장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3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마스크 제조업체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고, ^이번 사태로 일본산 마스크의 수출이 급증했으며, ^대부분 업체가 중소기업이어서 일시적인 수요에 맞춰 추가로 설비투자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중국 허베이성 한단시의 한 마스크 공장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일본 국내 수요의 70%를 중국산 마스크에 의존해왔다. [AFP=연합뉴스]

일본위생재료공업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일본 국내에 출하된 마스크 55억장 중 70%는 중국산이었다. 일본 국내산은 20% 정도인 11억장에 그쳤다. 주요 부자재인 부직포의 중국산 비율도 46%에 달한다.

그런데 중국 내 사정이 다급해지다 보니 일본으로의 수출은 1월 말부터 급감했다. 상당수 위탁업체는 “6월 말까진 일본에 보낼 물량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산 마스크 수출은 최근 급격히 늘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라쿤홀딩스에 따르면 2월 중ㆍ하순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40배 넘게 폭증했다.

구조적인 위기도 거론된다.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이 증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하는 업체에 최대 3000만 엔(약 3억 3000만원)을 보조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업체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관련 문의는 많지만 실제로 보조금을 받겠다고 한 업체는 현재까지 3곳뿐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업계에선 “새로 설비를 갖추는 데만 1년 가까이 걸린다”며 투자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노동력 문제도 골치다. 유니참 등 일부 업체들은 임시방편으로 냅킨ㆍ기저귀 등 다른 생산라인 인력을 돌려서 마스크 생산에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마스크뿐 아니라 ‘화장지 사재기’ 등으로 사태가 번지고 있어서 이런 ‘일손 돌려막기’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마스크 소비 대국’인 일본에서의 마스크 대란은 주변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 업체들 역시 핵심 소재는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필터 의존율은 40%에 육박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업계에서도 "당장 다음달 초부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가운데)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 인구 1인당 마스크 생산량은 세계 최고”라면서 “(우리가) 하루 평균 1000만장, 한 달로 치면 3억장의 마스크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인구가 2배 반 정도 많지만 한 달에 4억장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실장은 마스크 원부자재와 관련해선 “필터 공급이 제한돼 있다. 자체 생산을 늘리기도 하고 외국에서 수입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국내 마스크 업계 관계자는 “생산구조 등 일본과 한국의 상황이 별반 다를 게 없고, 원자재 수입 경쟁까지 벌여야 하는 마당에 우리만 극복할 수 있다는 정부 주장이 납득이 가냐”고 반문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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