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해야 하나?' 코로나19에 고민 깊어지는 영화제들
[오마이뉴스 성하훈 기자]
올해 국내 영화제들도 코로나19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영화제들의 취소와 연기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개막을 코앞에 둔 국내 영화제들 역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해외의 경우 3월 개최 예정이었던 홍콩국제영화제와 필름마켓이 8월 말로 행사를 옮긴 데 이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우디네극동영화제도 4월 24일 개막 예정이었던 걸 6월로 미뤘다. 4월 15일 개막 예정이었던 베이징국제영화제는 아직 공식 발표는 없으나 "취소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 최근 폐막한 베를린영화제를 다녀온 인사들의 전언이다.
국내 영화제들은 3월 25일 개막 예정인 '인디다큐페스티발2020'을 시작으로 4월의 부산국제단편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등이 있는데, 상당수가 지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단순히 연기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이미 준비가 상당 부분 완료된 영화제들의 경우 연기로 인해 추가되는 비용이 많아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더구나 해외 게스트들의 경우 한국 방문에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어, 주요 감독 등의 초청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코로나19로 인해 4월에서 10월로 연기된 울주세계산악영화제 |
ⓒ 울주세계산악영화제 |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지난 2월 24일 올해 4월 개최 예정이던 영화제를 10월 하순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그간 추석 전후인 9월에 열렸는데, 지난해 울산시가 비슷한 시가에 울산국제영화제를 추진하면서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통합하려하자 독자 생존을 위해 4월도 앞당겼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하반기로 옮기게 됐다. 문제는 영화제 직전 2~3개월 동안 계약직으로 채용된 단기 스태프들이 이미 업무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이다. 10월에 개최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스태프들을 7월이나 8월에 다시 채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이중으로 들어가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 홍영주 사무국장은 "일단 4월까지 계약된 직원들은 3월말까지로 계약을 일찍 종료하고 10월 개최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채용을 할 때 원하는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예산 확보가 어려운 상태라 추가되는 인건비를 위해 일부 행사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라며 "10월로 옮긴 만큼 여러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최 날짜를 9월에서 10월로 연기한 이유에 대해서는 "매번 태풍의 영향을 받다 보니 영향이 약한 시기를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2019년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 |
ⓒ 전주국제영화제 |
4월 30일 개막 예정인 전주국제영화제는 아직 연기를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높아졌다. 장성호 사무처장은 "고심이 많다"며 "다음 주 중 이사회를 통해 의논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단 작품들을 다 선정해 놓은 상태라 만일 연기가 된다고 해도 하반기로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적으로 개최할 경우 관례에 따라 오는 3월말 기자회견을 통해 상영작을 발표하게 된다.
4월 22일 개막 예정인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연기에 대해 고려도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며 4월말에 개최되는 행사다보니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자원활동가 선발 일정만 1주일~10일 정도 뒤로 미룬 상태다.
해외 감독 배우, 한국 방문 꺼리는 움직임
해외 인사를 초청도 문제다.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환자수가 급증하면서 해외 인사들의 한국 방문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영화제 관계자들 역시 한 목소리로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최낙용 아트하우스모모 부대표는 "극장들도 어려움이 많지만, 상반기 개최 영화제들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며 "유명 감독과 배우 등 해외 게스트 초청은 많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7월에 개최예정인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도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이다. 매해 여름방학 직전에 영화제를 개최해 학생들이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는데, 개학이 늦춰지면서 학사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어린이청소년영화제로 규모와 위상이 커진 상태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월 초에 열리던 들꽃영화상은 5월로 연기됐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닌 날씨가 다소 쌀쌀할 때에 진행되는 야외행사를 배우들이 힘들어해서 옮긴 것인데, 결과적으로 잘 된 것 같다고 오동진 운영위원장은 밝혔다.
연기를 고민하고 있는 영화제들이 일정을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 매해 5월~10월까지는 국내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1~2주 간격으로 계속 이어진다. 자칫 일정 겹치게 될 경우 여러 영화제가 동시에 개최될 수 있고 작은 규모의 영화제는 관객 감소로 인한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7월에서 6월말로 개최 일정을 당겼던 부천영화제가 미장센단편영화제와 개막이 겹치면서 미장센영화제 쪽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이 때문에 올해 부천영화제는 다시 행사 날짜를 7월로 변경했다.
국내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다른 영화제들의 일정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연기를 고민하면서 달력에 다른 영화제들의 개최 일정을 체크하다보니 일정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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