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상 당해도, 과로에 실신해도..코로나와 싸운다, 현장의 영웅들

최모란 2020. 3. 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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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오산시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윤용(74) 관리 의사는 지난달 21일 모친상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의 임종은커녕 빈소도 지키지 못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코로나19)이 국내에 퍼진 1월 27일부터 오산시 선별진료소에서 일하고 있다. 주말과 휴일도 반납한 채 매일 방호복을 입고 의심 환자들을 진료하고 상담한다.
그가 어머니를 뵌 것은 선별진료소 업무를 모두 마친 뒤였다. 장례도 삼일장이 아닌 2일장으로 줄였다. 장례는 철저하게 가족장으로 치렀다. 전염이나 선별진료소 인력에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보건소 직원이나 지인 등에게도 "절대 문상을 오지 말라"고 전했다고 한다.


모친상 다음날도 선별진료소 근무
그는 모친상을 당한 다음 날도 어김없이 선별진료소로 출근해 환자를 돌봤다. 주변 직원들이 과로로 쓰러지진 않을까 전전긍긍할 정도라고 한다.

오산시 선별진료소에서 환자를 상담하는 윤용 관리의사.[사진 오산시]

곽상욱 오산시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윤 의사에 대한 이런 소식을 직접 소개했다. 곽 시장은 "보건소 직원들이 윤용 의사 선생님의 열정에 용기를 얻고 근무에 임하고 있다. 당신이 있어 든든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선별진료소 등을 지키는 의료진의 헌신적 얘기가 잇따르고 있다.


과로로 휴식 권했는데도 현장 복귀
수원시는 2일부터 모든 보건소의 일반 업무를 중단했다. 며칠 전 예진 의사 한 명(67·실명 밝히길 거부)이 잠시 의식을 잃고 주저앉는 일이 발생했다. 피로가 누적이 원인이었다. 이 의사는 검체 채취를 하는 일을 주로 담당하는데 한 명의 검체를 채취하면 다시 감염 방호복을 갈아입고 검체를 채취하고 또 갈아입고 입는다고 한다. 이러면서도 보건소가 담당하는 일반 진료 등의 업무도 계속했다.
수원시는 해당 의사에게 잠시 쉴 것을 권했다. 하지만 "내가 쉬면 다른 직원들이 더 고생한다"며 그는 곧 현장으로 복귀했다고 한다.

결국 수원시는 기존 보건소가 진행했던 모든 일반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중단하는 업무는 ▶보건증 발급 ▶건강진단서·결핵 확인서 발급 ▶암·희귀질환 의료비 지원 ▶일반진료 ▶한방진료 ▶예방접종 ▶물리치료 ▶정신보건 ▶방문보건 ▶구강보건▶금연클리닉 ▶운동처방 등이다.

수원시 선별진료소는 의료진이 코로나19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2일부터 일반 업무를 중단한다. [사진 수원시]

대신 건강진단결과서(구 보건증)는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조원동), 우먼플러스여성의원(조원동), 수여성병원(고색동), 한마음외과의원(세류동), 서울가정의학과의원(당수동), 동수원병원(우만동), 인구보건협회 가족보건의원(매산동) 등 7개소에서 발급한다.
보건소 업무 중단으로 추가 확보한 인력은 코로나19 대응 업무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224명이던 보건소 코로나19 대응인력은 이날부터 339명으로 늘어난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자신의 SNS에 "직원들의 누적된 업무 피로도를 줄여서 건강을 잃지 않고 일하도록 하겠다"며 "시민들도 불편하셔도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기도 확진자 2일 오전 93명으로 늘어
경기도 코로나19 확진자는 2일 오전 90명을 넘어섰다. 수원시에선 영통구 망포동에 사는 55세 여성과 장안구 율전동에 사는 23세 남성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55세 여성은 지난달 26~27일부터 고열과 목 이물감 등 이상 증상이 있었다고 한다. 23세 남성도 28일 기침과 가래 근육통 등 이상 증상으로 검사를 받았다가 확진됐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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