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당한 피해자가 개명까지.. '그놈'의 기막힌 범죄
[오마이뉴스 이학후 기자]
우리나라 중고 시장의 규모는 10~20조로 알려진다. 이 중에서 회원 숫자가 18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의 거래 규모는 2019년 3조 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매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중고 상품이 거래되는 만큼 사기도 끊이질 않는다. "중고나라에서 거래했는데 제품 대신에 벽돌이 왔다"는 사기꾼 얘기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한 장면 |
ⓒ SBS |
'그놈'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다양한 물건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휴대전화, 가전제품, 가구 오토바이, 캠핑용품, 자전거, 전동휠체어, 악기, 명품을 비롯하여 달러 환전, 상품권까지 사기 품목으로 올렸다. 심지어 컨테이너집이라 불리는 '농막'을 싸게 판매한다는 사기도 친 적도 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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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연락처를 표시하지 않는다. 전화번호 대신에 카카오톡 아이디만 올린 후 살 것 같은 사람에게만 연락처를 건넨다. 사용된 전화번호는 다른 사람의 명의인 대포폰이거나 인터넷전화다. 그리고 가짜 신분증, 가짜 사업자등록증을 사진으로 보내거나 포털사이트에서 매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말로 상대의 의구심을 지운다.
다섯째, 지역은 웬만하면 직접 오기 힘든 외딴곳에 위치한 매장을 고른다. 혹시 상대방이 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통해 매장을 검색할 가능성을 대비하여 간판 등 가게 바깥에 전화번호가 적히지 않은 곳을 고르는 치밀함도 보인다. 때론 포털사이트 상에는 존재하지만, 실제론 없는 가짜매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놈'에게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입금했던 가전제품 사기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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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은 사기 행각을 방해하는 사람들에게 보복성 테러를 가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그놈'은 거래를 위해 받았던 전화번호와 주소를 이용하여 무차별적인 협박을 가한다. 먼저,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무료나눔 게시물에 적어 전화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다음엔 주소지에 배달 음식을 마구 시켜 피해를 준다. SNS에서 상대방의 사진을 찾아 협박에 사용할 적도 있고, 가족이나 애완견 등을 언급하며 위협을 준 사례도 존재한다. '그놈'에게 보복성 테러를 당한 한 피해자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 개명까지 했을 정도다.
▲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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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쇼핑몰이 아니다. 게시판이다. 그러니까 사기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
'중고나라'는 홈페이지에 "통신판매중개자일 뿐이며 통신판매자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개인 간 거래 시 판매회원과 구매회원 간의 상품거래 정보 및 거래에 관여하지 않으며, 그 어떠한 의무와 책임도 부담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었다. 거래와 관련하여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의미다.
▲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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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에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사기나라>를 중심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거 사기를 당한 경험이 있던 김화랑씨는 2006년에 개설한 인터넷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 <더 치트>를 통해 피해를 예방하고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활약을 높이 평가한다.
"모든 사기 범죄 피해를 국가기관이 막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 치트>, <사기나라> 등이 경찰 같은 수사 조직과 연계가 된다면 이런 종류의 사기범죄를 막는 데 대단히 효과적일 것이다."
'그놈'이 저지른 범죄는 사기죄에 국한하지 않는다. 피해자들을 대한 협박죄와 더불어 배달폭탄을 저질러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업무방해죄까지 저질렀다. 대포폰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 돈세탁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에 해당한다. 수많은 범법 행위를 저지르고 사기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범죄자들이 활개를 치며 새로운 피해자를 양산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려는 시민들이 용감하게 나섰으니 이젠 정부와 국회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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