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에는 친환경 보자기 포장 어때요

유지연 2020. 1. 2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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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감싸는 유연한 보자기
전통의 멋 담긴 실용 예술로 인기
언제든 재활용 가능한 것도 장점

뭐든지 감쌀 수 있어 실용적이다. 아름다운 전통의 멋이 있다. 게다가 계속해서 다시 쓸 수 있다. 바로 보자기 얘기다.

어떤 물건이든 유연하게 감싸는 보자기 포장의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풀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 포장으로도 주목받는다. 김경록 기자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책 『보자기 인문학』은 가방과 달리 어떤 형태든 포용할 수 있는 보자기에 주목한다. “가방은 정해진 형태가 있어 그에 맞춰 물건을 넣어야 하지만 보자기는 둥근 것, 네모난 것, 모난 것, 부드러운 것 무엇이든 감쌀 수 있어 포용성, 유연성을 상징한다”고 했다. 보자기의 태생적 특성과 함께 요즘 또 하나 주목받는 장점이 있다. 보자기가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1세대 보자기 아티스트로 불리는 이효재씨는 “보자기 한 장으로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종이 포장재나 종이 쇼핑백을 사용하고 버리는 것은 나뭇가지를 꺾어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일상 속 포장재로 계속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보자기를 활용해보라”고 제안한다.

지난 17일 찾은 백화점 포장 코너는 밀려드는 설 선물 포장 주문으로 분주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풍경이지만 요즘에는 유독 보자기 포장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자리한 ‘황인자 포장 연구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체 포장의 5~10% 정도가 보자기 포장이었다면 올해는 20%까지 그 비율이 올라갔다”며 “고급스러움은 물론 친환경이 트렌드가 되면서 재사용할 수 있는 보자기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했다. 롯데 백화점도 설 선물 세트 포장으로 전통 보자기를 제안하고 나섰다. 10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에서 라이프스타일 상점 ‘호호당’과 함께 전통 포장 서비스를 선보인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재활용이 가능한 보자기를 주요 소재로 사용한다.

네모반듯한 상자만 보자기로 포장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포장 스튜디오 ‘화애랑’을 운영하는 황서진 대표는 “최근 들어 과일 바구니 포장에 보자기를 활용해달라는 의뢰가 많다”고 전했다. 과일 바구니처럼 비정형적인 물체도 멋스럽게 감쌀 수 있는 보자기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 셈이다. 황 대표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데다 풀어낸 뒤 다시 사용할 수 있어 더 인기”라고 말했다.

보자기 포장 해시태그(#)로 검색된 결과. 10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춰]


보자기의 인기가 명절이나 선물에 한정된 얘기는 물론 아니다. 최근 보자기를 활용한 포장법을 배우는 ‘보자기 클래스’가 성행하는 등 보자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다. 실제로 사진 기반 소셜 네트워크인 인스타그램에 ‘보자기 포장’‘보자기 클래스’ 해시태그(#)를 넣으면 10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등장한다. 보자기 클래스를 운영하는 ‘보자기 꽃’ 이윤영 대표는 “보자기 포장이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실용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인기 요인”이라며 “포장법이나 매듭법을 몇 개만 알아둬도 책·이불·음식 등 생활 속 다양한 것을 감쌀 때 무한히 적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의 전통과 멋을 품은 물건들을 판매하는 상점 '호호당' 양정은 대표가 보자기 포장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은 소담한 모양이 돋보이는 나비 매듭이다. 김경록 기자

‘호호당’ 양정은 대표는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보자기 포장법 몇 가지를 소개했다. 명절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주고받는 작은 선물을 보자기로 감싸는 법이다. 먼저 김이나 양말 상자 등 직육면체의 물건을 쌀 때 활용할 수 있는 포장법인 나비매듭이다. 이때 배색이 있는 보자기를 사용하면 매듭을 지었을 때 보자기 안쪽 색상이 드러나 한층 멋스럽다.

와인이나 참기름 등 작은 병을 포장할 때도 보자기가 유용하다. 김경록 기자


와인이나 청주 등 술병은 물론 명절 선물로 유용한 참기름·식혜·수정과 등의 음료병을 감싸기 좋은 포장법도 있다. 보자기로 감싸도 좋고 보다 소박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는 면이나 리넨 등을 사용한다. 직접 담근 청이나 된장 등을 작은 단지에 담아 포장할 때는 기본 매듭을 활용한다. 이 포장법은 도시락 등을 감쌀 때도 유용하다. 보자기의 크기가 크지 않을 때 또는 매듭을 작게 만들어도 괜찮을 때 활용하기 좋다.

보자기 크기에 여유가 없으면 작은 기본 매듭을 지어 포장하면 된다. 김경록 기자


보자기로 작은 가방을 만들 수도 있다. 보자기 네 귀퉁이를 묶은 뒤 매듭 두 개를 다시 엮어 손잡이로 만드는 형태다. 화분 등 윗부분을 감싸기 어려운 물건을 포장하거나, 귤이나 메론 등 형태가 둥근 과일을 담아 들기 좋다.

보자기 네 귀퉁이에 매듭을 짓고 양쪽을 묶어 손잡이를 만들면 작은 가방이 된다. 김경록 기자


보자기 포장이 유행하면서 보자기를 구하기도 한층 쉬워졌다. 남대문 시장이나 광장시장 등 대형 재래시장의 생활 소품 판매점에서나 구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보자기를 판매하는 숍도 많이 생겼다. ‘호호당’ 양 대표는 “보자기 포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양단이나 노방(한복에 주로 쓰이는 속이 비치는 얇은 천) 등으로 만들어진 전통 보자기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면이나 광목 소재로 만들어진 손수건이나 얇은 천 등을 활용해도 좋다”고 귀띔한다.


거창한 선물이 아니어도, 부피가 작은 물건도 보자기로 감싸는 순간 특별한 멋이 생긴다. 보자기를 두고 ‘생활 예술’이라 칭하는 이유다. 게다가 한 번 쓰고 버리는 종이 포장재보다 친환경적이다. 보자기를 가까이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유지연 기자 yoo.ji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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