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갑 칼럼] 리더십과 팔로워십, 그리고 시스템 리더십

최문갑 2020. 1. 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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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갑 칼럼] 리더십과 팔로워십, 그리고 시스템 리더십

‘생각의 탄생(Sparks of Genius)’이란 책을 쓴 미셸 루트 번스타인은 “지도자는 종합적으로 사고를 할 수 있는 창조적 리더여야 한다”고 말한다. 창조적 사고와 창의력이 경제, 경영, 과학에서만 쓸모 있는 게 아니다. 국가경영이야말로 창조적 경영이어야 국민이 안전하고 행복할 수 있다.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를 헤아리는 상상력이 풍부해야 국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도자의 서양적 덕목으로 막스 베버 같은 이는 책임감, 통찰력(insight) 등을 꼽는다. 

탁월한 리더는 조직과 국가를 탁월하게 만든다. 그러나 리더십이 전부가 아니다. 모든 것이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한 현대사회에서는 러더십 못지않게 팔로워십(Followership)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팔로워십 전문가인 미국의 경영학자 켈리 교수는 그의 저서 ‘팔로워십의 힘(The Power of Followership)’에서 “조직의 성공에서 리더의 기여도는 20% 정도이고, 나머지 80%가 팔로워들에 의한 것”이라고 말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안에서 껍질을 ‘톡톡’ 쪼아대고, 이때 어미 닭은 밖에서 ‘탁탁’ 깨뜨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줄탁동시 리더십’은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마음가짐으로 서로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 협력하는 리더십이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은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하나다. 둘 중 하나가 결핍된 리더십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갈수록 전문화, 세분화하는 시대 흐름에서는 각기 다양한 영역의 수많은 리더들이 어떤 리더십을 갖추느냐에 따라 조직과 국가의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크고 작은 리더들도 국가 리더십 차원에서 보면 팔로워들이다. 리더십과 팔로워십이 선순환할 때 조직이든, 국가든, 건강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은 통치자의 리더십에 그저 피동적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에 불과할까. 민주주의는 시민이 국가의 리더십에 고분고분하게 따르는 것 이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민주국가에서 시민들은 열광적으로 정부의 지도자들을 지지하면서도 언제든지 그 지도자들을 선거에서 투표를 통해 내쫓을 만큼 비판적인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만일 시민들이 이러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만일 시민들이 개별 투표행위를 무시하거나 형식적으로 한다면 정부의 통치행위 속에 민의를 반영시킬 가능성이나 희망을 포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

기계는 크고 작은 수많은 톱니바퀴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잘 맞물려 돌아갈 때 그 기능을 발휘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 개개인, 즉 톱니바퀴와 같은 팔로워의 품성과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시민으로서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상당한 지식도 갖춰야 한다. 그래야 체계적인 사고를 통해 가능한 해결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높은 수준의 품성과 능력을 갖춘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조직과 단체, 네트워크 등은 막강한 팔로워십을 창출하고, 이는 국가의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는 힘이 될 것이다. 

그러면 4차 산업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뭘까. 클라우스 슈밥은 그의 책 ‘제4차 산업혁명, 더 넥스트’에서 ‘시스템 리더십’이라고 말한다. ‘시스템 리더십’이란 변화를 위한 공동의 비전을 함양하고, 글로벌 사회의 모든 이해 관계자와 협력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다. 일방적인 톱다운(top-down) 형식의 리더십이 아닌, 다양한 당사자들이 주도하는 소통과 협력의 거버넌스 형태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어 어떤 문제의 집단적 해결이 필수적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시스템 리더가 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리더와 팔로워가 사실상 하나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무책임과 혼돈의 극치를 보여주는 정치권에 묻고 싶다. 당신들의 리더십은 어떤 리더십이냐고. 동시에 이 질문을 우리 각자에게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새해 벽두부터 국내외 기류가 심상치 않다. 세계의 큰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은 세계 패권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은 한계점에 달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지 안개속이다. 일본 아베 총리는 미-일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참가하는 등 ‘양다리 걸치기’로 일본 잇속을 챙기고 있다.

이런 판국에 극심한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대로 괜찮나. 밖의 세상보다 우리 내부가 더 요동을 치니 이를 어떻게 봐야 하나. 분명한 것은 절망이 깊어가는 이 나라를 이대로 방치했다간 국가 공동체 모두가 큰 시련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 공동체를 살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십 발휘가 절박한 2020년이다. 

최문갑(쿠키뉴스충청본부장, '밸런스토피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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