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일까 아닐까.. 양도세 유예 '엑소더스'

김노향 기자 2020. 1. 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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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정부부처의 고위공직자로선 이례적으로 “부동산 버블”이라는 표현을 썼다. 소비와 기업 투자, 실적은 부진한데 부동산만 ‘나홀로 상승’하는 현상황이 구조적으로 불안하다는 이유다. 

부동산 버블은 곧 ‘부채 버블’을 의미한다. 역대 최저 수준인 1.25%대 기준금리가 조금만 올라가도 가계부채가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서울 아파트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을 내놓지만 문제는 집값이 여기서 더 오르지 않고 횡보만 해도 주택담보대출을 풀(Full)로 쓴 가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에 울린 경고음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방안'을 발표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부동산 버블 신호 얼마나 심한가

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기자단 송년회를 열고 “시간의 문제일 뿐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몰라도 폭락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 부동산 상황을 놓고 “영원히 오를 수는 없는 거 아니냐”며 “지금이 버블”이라고 경고했다.

생산과 연결된 실물경기는 바닥을 치는 상황에 돈은 서울의 아파트로만 흐르고 있다. 금융권이 추산한 시중 유동자금은 1000조원 이상이다. 서울 강남에는 3.3㎡당 1억원짜리 아파트가 늘어났고 강북에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아파트 부녀회가 가격 담합을 도모하는 단톡방이 들끓는 등 ‘부동산 광기’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해 10월 KB 시세를 분석한 결과 현정부 출범 후 2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1채당 평균 2억5000만원 올라 총 500조원이 상승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대출·세제·청약‧분양가를 규제하는 부동산대책이 총 18차례 나왔지만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는 같은 기간 1채당 약 5억원이 뛰었다. 은 위원장은 “한편으론 다행이지만 왜 이렇게 안 떨어질까, 떨어질 때가 됐는데 하는 두려움이 든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버블의 위험이 커짐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과거 하우스푸어 사태의 재현이다. 현재 40% 수준인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박근혜정부 2015년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70%까지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기간이 10~20년인 것을 감안할 때 LTV 70%짜리 대출이 현재진행형이다.

저성장 기조 하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갑작스럽게 올릴 가능성은 낮지만 문제는 아파트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때다. 집값 상승을 기대해 소득 대비 무리한 빚을 낸 젊은 층은 견디지 못하고 부동산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가격 하락이라도 발생할 경우 충격이 어마어마하다.

2018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받아 서울 성동구 ‘신금호파크자이’를 10억원에 매수한 송강아씨(가명)는 “입주 후에 아파트값이 3억원 이상 올랐지만 직장과 자녀 통학 문제로 차익실현 후 먼 지역으로 이사하기가 힘든 상황이고 소득 대비 생활비 적자가 지속돼 부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자산 대비 부동산자산의 편중은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국가경제의 활력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지금처럼 부동산 쏠림 구조를 방치할 경우 확장재정으로 나랏돈을 풀거나 통화정책을 완화해 유동성을 공급해도 생산활동과 주식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가 힘들다”며 “부동산으로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 가계와 기업에 막대한 부채가 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 전체 국부의 85.5%가 부동산이다. 일본의 77.4%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고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부동산자산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7배 수준에 달해 일본(4.8배) 영국(4.4배) 미국(2.4배)보다 훨씬 높다. 생산활동으로 얻은 부를 한푼도 안 쓰고 7년 내내 모아야 부동산을 살 수 있다는 뜻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부동산에 묶였다는 의미다.

◆하락 전망하는 전문가 왜?

일각에선 저금리와 주식시장 침체로 대체투자처가 부족하고 시중 유동자금이 많다는 이유에서 서울 아파트값의 지속적인 상승을 전망하지만 반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가장 큰 유인은 세금이다.

정부는 올 6월까지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 면제해줬다. 동시에 종합부동산세율을 높이고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대폭 높여 보유세 부담을 강화했다. 집을 팔고 싶으면 올 6월 안에 팔아야 세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테면 3주택자가 10년 전 7억원에 산 집을 15억원에 팔면 그동안 양도세 중과로 5억원 이상을 내야 했는데 올 6월 안에 팔 경우 세금을 2억5000만원으로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을 느끼는 다주택자들은 올 6월까지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을 이용해 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대책이 시장에 충격을 준 만큼 2~3개월 정도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아파트 급매물 가격이 하락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마용성의 대표 단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최근 84㎡ 호가가 5000만원가량 떨어진 16억원대에 나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5호(2019년 12월31일~2020년 1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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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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