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미세먼지 잡아야 하는데.. 측정기 지금이 최선일까
공장 굴뚝으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줄여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환경부는 최근 ‘산업 배출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대형 사업장 굴뚝에 설치해 실시간으로 먼지를 측정하는 ‘원격자동측정기(TMS)'는 전국 굴뚝의 3%에만 설치돼있다.
그나마도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3045개 굴뚝이 배출량의 85% 차지
1종 사업장은 1196개 중 565개, 2종 사업장은 1272개 중 43개, 3종 사업장은 1756개 중 14개 등 총 622개 사업장, 1694개 굴뚝에 TMS가 부착됐다.
전체 5만6000개 굴뚝의 3%에 불과하다.
내년까지 3045개 굴뚝에 TMS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전체의 5.6%에 그친다.
3045개 굴뚝을 통해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전체 산업계 배출량의 85%를 차지한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TMS가 달려 있지 않은 작은 굴뚝은 배출 오염물질을 자가측정해 제출하는 것으로 끝난다.
최근 환경부가 이동측정차량, 무인기(드론), 굴뚝감시단 등을 동원해 잡겠다는 굴뚝은 이런 소형 굴뚝까지 모두 포함하지만, 5만여 개를 모두 감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굴뚝 측정기 95%는 '광투과법' 사용
이 방식은 초미세먼지(PM2.5)는 거의 측정이 불가능하고, 미세먼지(PM10) 수치도 정확도가 떨어진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측정은 휴대용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보다도 감도가 낮다.
빛을 사용하는 측정법의 정확도는 베타선법-광산란법-광투과법 순이다.
베타선법은 주로 실험실 등에서 쓰이고, 광산란법은 주로 휴대용 미세먼지 간이측정기에 쓰이는 방식이다.
국내 굴뚝 배출 측정은 1983년, ‘연소제어용’으로 한전‧포항제철 등 굴뚝에 광투과법 측정기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지금 흔한 미세먼지(PM10), 초미세먼지(PM2.5) 개념이 아닌 총부유먼지(TSP)만 측정했다.
TSP는 미세먼지와 초미세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긴 하지만, 광투과법은 입자가 작은 PM2.5는 거의 측정이 불가능하다.
사람이 눈으로 관측 가능한 먼지는 배출량 중 5% 이상 다량으로 포함돼 있을 때 가능한데, 광투과법은 ‘크기가 큰 먼지’ ‘다량배출 먼지’를 잡는 데 유효했다.
그러나 점점 더 작은 먼지, 더 적은 배출량까지 규제하기 시작하면서 광투과법의 유효 범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굴뚝의 TSP 국내 배출허용기준은 배출가스 1㎥(건조 표준 부피)당 10~70㎎이다.
광투과‧광산란‧베타선법 측정기를 모두 제작하는 측정기기업체 SPTC의 김흥광 사장은 “광투과법은 200㎎ 이하 저농도에서는 민감도가 너무 떨어져서, 눈 감고 측정을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검사 편의'로 수요 치우쳐
환경부 대기관리과 관계자는 “입자가 작을수록 광산란 방식이 유리하고, 입자가 클수록 광투과가 유리하다”며 “제품 자체가 광투과 제품이 많이 출시돼있고. 광투과법이 단가가 낮아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M10, PM2.5를 잘 감지해내지 못해 실제보다 측정치가 낮게 측정될 확률이 높고, 측정 비용도 낮아 업체로서는 안 쓸 이유가 없는 셈이다.
왜 비슷하게 빛을 쏴 분석하는데, 광투과법만 비용이 낮을까.
대기오염공정시험기준의 '굴뚝배출 가스에서 연속자동측정 방법' 항목에는 광투과형 TMS만 '상대 정확도는 배열 상태 점검 또는 교정 편차 점검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TMS의 상대 정확도는 '정답'이라고 볼 수 있는 주(主)시험법인 중량법과 TMS 측정을 동시에 진행, 5개 이상의 측정값을 구해 비교하는 식으로 측정한다.
20㎏이 넘는 장비를 지고 굴뚝 위에 올라가 1시간 이상 진행하는 주시험법을 할 필요 없이 기기 자체의 상태 점검만으로 편리하게 검사를 끝낼 수 있어,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그 결과 1980년대에는 광산란 방식의 측정기가 대량 도입됐지만, 관리 비용도 덜 들고 먼지 측정 민감도도 낮은 광투과법이 점점 많아졌다.
굴뚝마다 배출 물질이 모두 다른 환경에 실제 적용 없이 기기 자체만 검사하는 건, 연습 때의 최고기록을 실제 경기에서 성적으로 인정해주는 것과 같은 격이다.
중국도 잘 안 쓰는 방식… 뒤늦게 변경 논의 중
미국은 일부 지역에선 심지어 더 어렵고 비용 드는 ‘중량법’(공식 미세먼지측정소에서 측정하는 방식)을 대형 굴뚝에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월 기준으로 42개의 광산란 TMS 모두 삼천포 남동발전, 중부발전 제주본부, 포스코 등 배출량이 많은 '1종 사업장'에 설치돼있다.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8월부터 '환경측정기기 관련 업무 종사자 간담회'를 열고 현장 의견을 모았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공학연구과 관계자도 “현재 굴뚝 미세먼지 측정기기 공정시험 기준은 미국 환경보호청(EPA), 독일공업표준규격(DIN)법, 일본공업규격(JIS) 등을 참고해 만든 것”이라면서도 “광투과법에만 있는 예외 조항은 수정을 할지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지정공고, 의견수렴, 입법예고를 거쳐 실제 시행까지는 최소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언제 법령이 수정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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