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하면 성폭력 멈추나.. 시대 뒤처진 영유아 성교육자료

김영선 기자 2019. 12. 5.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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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사는 A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성교육을 받고 온 뒤 "여자 고추는 작고 남자 고추는 커"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아동복지법상 어린이집은 성폭력·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6개월에 1회 이상 연간 8시간 이상 아이들에게 실시해야 한다.

또 다른 어린이집 교사는 "성교육 자료가 대체로 어른과 아이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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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여가부와 개선 방안 모색"

서울 양천구에 사는 A씨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성교육을 받고 온 뒤 “여자 고추는 작고 남자 고추는 커”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옛날 어른들이 남성 성기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단어를 성교육 때 배워서다. 영유아 성교육에선 아이들이 성기를 장난스럽게 여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정확한 명칭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성남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유아 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서 영유아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영유아 성교육 책을 추천해 달라는 글이 급증했다.

아동복지법상 어린이집은 성폭력·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6개월에 1회 이상 연간 8시간 이상 아이들에게 실시해야 한다. 문제가 된 성남 어린이집도 이 교육을 한 것으로 보건복지부는 파악했다.

문제는 교육의 실효성이다. 한 어린이집 교사는 4일 “아이들이 낮잠 자다가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라고만 배웠지 이 행위를 정확히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교사는 “성교육 자료가 대체로 어른과 아이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대상 성폭력 교육 자료 7건을 제공하며 이를 기관에서 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내용은 대체로 “친구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장난하면 안 돼요” “내 몸은 소중해요” “‘싫어’라고 말해요” 등이다. 3살 된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이모(35)씨는 “싫다고 말이나 하면 다행인가 싶다가도 이번 사건을 보고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여가부가 제공하는 교육 자료도 이런 부분을 지적한다. ‘유치원 및 어린이집 관리자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영상은 “그동안 우리 몸을 만지려면 ‘안 돼요’ ‘싫어요’라고 가르쳤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해서 나이 많은 성범죄자가 행위를 멈추겠느냐”고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안으로 “아동이 자신의 일상을 보호자에게 말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신뢰감을 쌓아주라”고만 알려준다.

교육이 현장에서 잘못 적용되기도 한다. 해당 영상은 “영유아 때 성폭력과 유사한 행동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는 발달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놀이”라며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가해자, 피해자로 규정하고 가해 아동에게 엄벌주의로 가는 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지 고민해보라”고 한다.

그러나 맘카페에는 이런 조치를 따른 보육교사를 성토하는 글이 많다. ‘성남 사건을 보고 잠이 안 온다’는 7세 여아 엄마는 “아이가 6살 때 같은 반 남자애가 계속 딸의 엉덩이와 성기를 만져 유치원에 항의했더니 원장이 ‘크는 과정의 호기심이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며 “아이가 가끔 ‘나의 여섯살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적었다. 이 글에는 “유치원 설명회에서 ‘아이들 놀이일 뿐이다. 크게 개의하지 말라’고 해 바로 입소 대기를 취소했다” “담임이 ‘한창 신체, 성기에 관심이 많을 때이니 남자애 엄마께 주의시키겠다’고만 조치했다” 등 비슷한 글이 빗발쳤다.

복지부 관계자는 “성교육 자료가 시대에 뒤떨어지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개선하기 위해 여가부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도 “영유아 대상 성교육 자료 등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교육 내용을 개정하기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할 계획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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