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세특 의무화에 "학생 절반 자는데..소설가냐" 반발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서울 16개 대학의 정시 비율 확대 등을 포함한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현행 학종의 개선을 위해 현재 중2가 고등학생이 되는 2021년부터 학생부에 동아리·독서·봉사 등 비교과 활동을 대폭 축소·폐지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아울러 학생부의 '세특' 기재를 의무화했다. 세특은 교과별 내신 성적과 별도로 교과 교사별로 수업 시간 학생을 관찰·평가한 내용을 기록하는 공간인데, 주로 학생의 질문, 발표·과제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비교과활동의 폐지로 대학들은 세특을 학종의 주된 평가요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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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절반 수업에서 조는데…뭘로 세특 쓰나"
1일 대다수 고교 교사들은 "교실 현장을 전혀 모르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A고(일반고)의 진학담당 교사는 "우리 학교는 졸업생 중 70% 정도가 대학에 가는 데 20%는 평소 학업에 뜻이 없고 그저 점수에 맞춰 진학한다"며 "사실 학생 절반은 수업에 관심 없어 대개 엎드려 자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수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의 세특까지 꼭 적으라고 하는 건 교사에게 소설가가 되란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수업에서 교사가 관찰할만한 '세부사항', 기록할만한 '특기사항'이 없는 데도 교사들에게 기재를 의무화하면 과장하거나 허위로 작성해야 할 것이란 우려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신동하 정책위원은 "2021학년도는 아직 일반고와 자사고·특목고가 분리된 상태고, 고교학점제도 시행하기 전"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세특 기록 의무화를 먼저 도입하는 건 선후가 뒤바뀐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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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세특 대비 사교육 등장할 수도"
세특 강화가 내신 선행학습 등 신종 사교육의 유행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는 "세특 기재를 위해 학교에서 '1단원은 1조, 2단원은 2조'식으로 발표 시키고, 수행평가하도록 할 것 같다"고 봤다. 발표와 질의응답 내용이 세특에 남아 대입에 영향을 주니, 학생들은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으로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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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과목별 도입, 내년 3월 표준안 마련"
학생부 비교과 대신 세특이 학종의 전형 요소가 된다해도, 공정성 강화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비교과를 없앴다고 해도 내신, 세특 모두 부풀리기나 조작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숙명여고 등 교내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는 "세특 역시 교사의 주관이 담긴 기록이니만큼, 이를 대입 전형요소로 삼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시수가 많은 과목부터 순차적으로 세특 기재를 의무화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사 연수 등을 통해 기록 역량을 강화하고 사실과 다른 기록을 남길 경우 엄정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내년 3월까지 '세특 기재 표준안'을 마련해 보급할 예정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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