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일반고 열명 중 넷 학생부 빈칸..세특 격차 현실로
서울 일반고 학생 10명 중 4명은 국·영·수 학생부 세특은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충북 일반고의 경우 세특이 빈칸인 학생은 16.4%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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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반고 세특 기재율, 충북의 절반에 그쳐
서울의 경우 고교 유형에 따라 세특 미기재율이 천차만별이었다. 국제고는 국어와 영어의 학생부 세특이 기록되지 않은 학생이 0명이었다. 수학은 29.6%가 비어있었다. 과학고는 영어의 미기재율이 0%, 수학은 2.8%에 그쳤다.
자사고도 미기재율이 국·영·수 평균 20%에 그쳤다. 다른 시·도도 과학고·국제고·외고·자사고 세특 미기재율도 서울 일반고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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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내신 낮은 학생 방치' 소문이 사실로"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서울 일반고가 상위권 학생에게 교내상을 몰아주고, 성적 낮은 학생은 방치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고1 학부모 정영임(40·서울 송파구)씨는 "대학에선 학종으로 70% 넘게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고등학교에서 학생부를 비워둔다는 게 말이 되냐"면서 "교사·학교에 따라 세특 기재 여부가 달라지는 데 학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중3 학부모 임정선(38·서울 영등포구)씨는 "일반고가 이렇게 학생부 관리에 소홀한데, 대안도 없이 자사고·외고를 폐지하면 중위권 학생들은 어떻게 대학에 가란 소린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정책에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울 일반고의 진학교사들은 세특 미기재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 "지방에 비해 서울 학생들은 정시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 현실적으로 학종 지원자가 아닌 경우 굳이 세특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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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특 격차' 학종 불공정 시비로 이어져
일반고의 수업 방식이 주로 강의식이라 세특에 반영할 내용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연구소장은 "세특을 풍부하게 작성하려면 토론식, 프로젝트식 수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대다수 일반고는 아직 강의식 수업 위주라 현실적으로 학생부에 쓸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장·교사가 뜻을 모아 수업 방식을 개선하지 않는 한 일반고의 학생부 세특은 빈칸이거나 기재하더라도 큰 의미없는 내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병욱 의원은 "학종에서 세특이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인데, 학교·교사에 따라 세특 기재의 양과 질에 이처럼 격차가 발생하면 불공정 시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교육부는 세특 기재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와 불공정 요소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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