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TV·세탁기 다음 혼수품은..연 100만대 전기레인지 이젠 '필수가전'

강승태 2019. 11. 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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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꼭 구입하는 가전제품을 3가지만 꼽는다면.

냉장고, TV, 세탁기다. 예전에는 TV가 맨 앞에 있었지만 냉장고 판매량이 TV를 앞지르면서 순서도 바뀌었다. 요즘 연평균 결혼 건수가 약 30만건이니 3가지 제품 연 판매량은 최소 30만대 이상이다. 교체 수요까지 포함하면 연 100만대를 훌쩍 넘어선다.

필요한 가전을 5가지로 늘려보자.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에어컨과 김치냉장고가 들어간다. 그래서 냉장고, TV, 세탁기에 에어컨, 김치냉장고까지 ‘5대 가전’이라고 부른다.

5대 가전은 전통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관점이다. 지금은 5대 가전보다 더 잘 팔리는 제품이 있다. 공기청정기는 연 400만대 판매를 목전에 두고 있다. 건조기는 올해 300만대까지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무선청소기나 의류건조기(스타일러) 역시 100만대 이상 판매되는 제품이다.

가전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연 판매량 100만대를 넘어서면 ‘필수 가전’이란 칭호를 준다. 5대 가전 외에 공기청정기나 무선청소기, 의류건조기 등은 몇 년 전부터 필수 가전에 포함됐다.

올해 새롭게 필수 가전에 포함되는 제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유력한 후보로 전기레인지가 떠오른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전기레인지 판매량은 지난해 80만대에서 올해 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전기레인지 판매량(1~10월 기준)은 지난해와 비교해 60%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가스레인지 판매량이 56%, 전기레인지가 44%였지만 올해 판매량이 역전됐다”고 말한다.

전기레인지 판매량이 증가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가스레인지와 비교해 전기레인지는 가스가 누출되지 않아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음식물이나 기름이 튀어도 상판을 닦기만 하면 깨끗해진다. 화력 조절이 간편하고 열이 다른 방향으로 방출되지 않기 때문에 여름에 덥지 않다.

전기레인지 인기는 사회적 상황과 맞물린다. 주방 가구 인테리어에 신경 쓰는 사람이 늘면서 고급 전기레인지를 원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전기레인지는 매끈하고 넓은 상판으로 주방을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꾸밀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굳이 집에서 조리를 많이 하지 않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전기레인지 판매량이 증가한 요인이다. 신축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에 빌트인 수요가 증가하면서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전기레인지 판매량이 늘고 있다.

LG전자가 5월부터 ‘디오스 전기레인지’의 핵심 부품인 ‘스마트 인버터 IH 코일’에 대해서도 10년간 무상보증한다. 모델이 투명 상판을 적용한 전기레인지를 통해 스마트 인버터 IH 코일을 소개하고 있다.

▶이유 있는 전기레인지 열풍

▷화재 위험 적고 고급스러운 디자인

“전기레인지와 인덕션은 어떻게 다른가요.”

많은 사람이 헷갈려 하는 부분이다.

전기를 활용, 열을 가해 조리할 수 있는 장치를 가리켜 전기레인지라고 부른다.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스레인지라면 전기레인지는 전기를 동력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기레인지는 열원에 따라 크게 네 가지 범주로 나뉜다. 인덕션, 하이라이트, 핫플레이트, 하이브리드 제품 등으로 구성된다. 즉, 앞의 질문에 답하자면 인덕션은 전기레인지 범주에 포함되는 제품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인덕션은 전기장을 이용해 열을 내는 방식이다. 기기 내부에서 만든 자기장이 자성을 띤 냄비나 프라이팬과 반응해 열이 나오는 원리다. 조리기구에 직접 열을 전달하기 때문에 열손실이 없어 요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상판이 잘 달궈지지 않아 화재 등으로부터 자유롭다. 다만 자성을 띤 냄비나 프라이팬과 같이 전용 조리도구를 이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핫플레이트는 내부 히터가 열판을 가열해 냄비에 직접 열을 가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지만 전력 소비가 크고 열판에 음식물이 넘치면 닦기 힘들다.

하이라이트는 열선이 세라믹으로 구성된 상판을 가열하는 방식이다. 핫플레이트와 마찬가지로 직접 가열 방식으로 조리기구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전원을 꺼도 열기가 한동안 남아 있어 사용 후 화재나 화상 위험에 주의해야 한다.

요즘에는 하이라이트와 인덕션을 모두 포함한 ‘하이브리드’ 제품도 인기다. 빠른 조리가 필요할 때는 인덕션, 오래 끓이는 제품은 하이라이트 등 필요에 따라 구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

4가지 전기레인지 유형 중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무엇일까. 전기레인지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조리기구 제한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하이라이트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화력이 약하고 화재에 노출되는 반면 인덕션은 그런 점에서 자유롭다. 이 때문에 인덕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전기레인지 유형은 인덕션(42.1%, 판매량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이라이트(32.7%)와 하이브리드(21.3%), 핫플레이트(3.9%)가 뒤를 이었다. 월 기준으로 보면 6월 이후 인덕션 점유율은 45%(판매량 기준)를 꾸준히 넘어서고 있다.

▶5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대기업까지 가세해 경쟁 치열

그동안 전기레인지는 중견 가전 기업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대기업까지 적극적으로 가세하는 모습이다. 상판이 큰 와이드형은 물론 소형과 휴대용, 감성을 담은 세련된 디자인까지 출시되며 소비자 선택폭이 넓어졌다.

현재 전기레인지 시장점유율을 명확히 집계하고 있는 시장조사업체는 없다. 대략적으로 SK매직과 LG전자의 양강구도 속에 쿠쿠전자와 쿠첸 등이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각 업체 주장에 따라 점유율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4곳 기업 간 격차는 크지 않아 보인다. SK매직은 중저가,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중고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시장점유율이 정확히 집계되기 어려운 영세기업이나 해외 업체 점유율이 약 40%에 달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전기레인지는 주방용 2구, 3구 외에도 1구 시장 규모가 크고 B2B 시장도 난립한다”며 “메인 플레이어를 다 합쳐도 60% 정도에 불과하고 40%는 떠 있는 시장이다. 아직은 시장이 잡혀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업체 외에도 삼성전자가 올해 초부터 인덕션 9종을 선보이면서 시장은 더욱 안갯속으로 빠졌다. 삼성전자 인덕션은 8월 이후 빠르게 판매량을 늘리며 LG전자와 SK매직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LG전자 역시 창원공장에서 가정용 가스레인지 생산을 중단하며 전기레인지에 올인하고 있다. SK매직은 급성장하는 전기레인지 시장에서 상위권 유지를 위해 독일 E.G.O사와 공동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기레인지 ‘터치온’을 새롭게 내놨다.

국내 가전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해외 업체 역시 주목할 만하다. 독일 밀레는 친환경 인덕션 전기레인지 5종을 출시했다. 독일 ‘가게나우’란 기업이 수가공 시스템을 앞세운 인덕션 ‘CX480 100’은 300만원대 고가 제품이지만 꾸준히 팔리고 있다.

전기레인지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 유지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주방문화가 발달하면서 메인 주방뿐 아니라 아일랜드 식탁, 1구 포터블 등에도 전기레인지가 쓰이고 있다. 다만 한국은 직화 식문화가 있어 전기레인지가 가스레인지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미정 롯데하이마트 주방가전팀 MD는 “환절기에 미세먼지 나쁜 날이 늘면서 전기레인지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전기레인지는 가스를 연소하지 않기 때문에 유해가스 발생 염려가 적고 청소하기 편리해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5호 (2019.11.27~2019.12.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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