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는 목사의 이야기 아닌 하나님 이야기하는 것"

화성=신상목 기자 2019. 11.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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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인 비전기도회' 여는 예수향남교회 정갑신 목사
정갑신 예수향남교회 목사가 지난 7일 경기도 화성시 교회 담임목사실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대답하는 공동체로서의 교회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화성=강민석 선임기자

경기도 화성 향남읍 예수향남교회(정갑신 목사)는 매년 9~10월이면 ‘전교인 비전기도회’를 개최한다. 이듬해 교회 사역과 계획을 위한 기도회다. 기도회엔 담임목사나 부교역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오직 성도들이 모여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 사역 방향과 구체적 활동을 정한다. 지난 7일 교회 담임목사실에서 만난 정갑신(57) 목사는 “2009년 교회 개척 이후 이렇게 매년 비전기도회를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고 있다”며 “만인제사장인 성도들이 하나님께 묻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비전기도회는 이 교회 성도 누구나 참가해 하루 5시간 동안 3명씩 소그룹을 이뤄 기도하며 하나님의 응답을 나눈다. ‘응답’을 모아 범주별로 정리하면 성도들은 다시 한번 기도하면서 교회가 집중할 구체적 사역안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투표한다. 결정된 사안은 교회 10개 사역팀에 전달돼 신년 계획에 반영되며 예산이 편성된다. 비전기도회에서 성도들은 자신의 욕망 대신, 시대와 지역 상황을 생각하며 ‘하나님, 교회가 내년에 어떤 사역에 더 집중하기 원하십니까’ 하고 묻는다.

정 목사는 “비전기도회를 통해 교회의 소유주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목회는 성도와 하나님 사이의 중계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이 성도에게 펼쳐지게 하는 것, 목사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기도회는 미국 GE와 국내 LG 등 기업에서 시행하는 ‘워크아웃’이라는 회의 방식에 기도회를 합한 것이다. 교회는 지난 2년간 비전기도회 응답인 청소년 사역에 집중했다. 정 목사는 “하나님은 이 기간에 청소년 전문 사역자를 보내주셨고 어느 권사님을 통해 다음세대를 위한 땅 3500평을 기증하도록 인도하셨다”며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 펼쳐지면서 성도들은 하나님이 친히 일하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는 하나님을 더 믿게 됐다”고 고백했다.

대안학교와 함께 사용하는 교회 모습. 화성=강민석 선임기자

정 목사의 ‘하나님 중심’ 목회는 부서별 보고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주일 출석수나 헌금액을 확인하는 보고는 받지 않는다. 대신 성도들이 하나님과의 관계가 좋아졌는지 확인한다. 매 주일 오후 4~6시는 목회자들의 대화 시간이다. 주제는 하나다. ‘이전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가’만 묻고 말한다.

교회 홈페이지 담임목사 인사말은 정 목사의 하나님 중심주의를 잘 설명한다. 제목은 ‘예측할 수 없는 교회라면 좋겠습니다’이다. 하나님이 직접 나서기에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목회다. 정 목사는 서울 충현교회와 안산동산교회 부목사, 서울 창신교회 담임목사를 거쳐 10년 전 화성에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조직과 시스템만으로도 교회가 잘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 없이도 목회할 수 있겠다’하는 그릇된 생각이 들었다”며 “평판이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 노력하면 성도가 증가할 거란 생각 등으로 깊은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회고했다.

“하나님 부재를 당연시하고 인간적 욕망을 키웠던 것을 회개하고 하나님이 하시는 목회를 해보자 생각했어요. 목회의 성공은 성도들이 예수를 더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평생 예수님 얘기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싶어요.”

정 목사는 인터뷰 내내 자신의 결심이나 목회철학도 일종의 우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신학대학원생들 사이에 존경받는 목회자로도 꼽힌다. 미국 팀 켈러 목사의 교회 개척 사역인 ‘시티투시티(CTC)’ 코리아 이사장이며 TGC코리아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교회 개척 때부터 강해설교를 하고 있다. 개역개정 성경으로 ‘본문 묵상과 설교 틀 잡기→ 본문 의미 논리적으로 정리하기→ 본문 읽으며 설교 내용 재정리→ 원문과 주석 참조하며 깊이 더하기→ 성도 관점에서 설교 내용 재검토’ 등의 과정을 거친다.

예수향남교회는 지금까지 3개 교회를 분립했으며 다음 달 4번째 교회를 분립한다. 교구를 1교회 2교회 3교회 하는 식으로 나눴으며 부교역자들은 모두 이들 교회의 담임목사로 활동한다. ‘담임목사’ 5년이 되면 분립 자격을 갖는다. 교회는 대안학교도 운영 중이다.

화성=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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